<가뭄 르포> 태백 고랭지 배추 주말까지 모종 못심으면 냉해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15일 강원 태백시 매봉산 고랭지 배추재배단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배추밭 위에서 농민들이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다른 생각할 여력이 없어. 무조건 이달 20일까지는 배추를 심어야 해. 모심기를 못하면 올해 농사는 완전히 끝이야"

이정만(50) 태백매봉산영농회장은 어린 배추가 가득 담긴 모판을 들고 배추밭으로 뛰어갔다.

매봉산 고랭지 배추재배단지는 평균 해발이 1천ｍ에 육박한다. 고산지대이다 보니 추위(?)가 일찍 찾아온다.

그래서 배추 모를 밭에 옮겨심는 정식을 늦어도 6월 하순(20일)까지는 끝내야 한다. 6월 20일이 넘어 정식을 하면 냉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랭지 배추농사는 정식시기에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올해는 가뭄으로 적기 정식에 비상이 걸렸다.

태백시는 현재 매봉산 배추재배단지에 모를 심은 넓이가 전체 130㏊ 가운데 이제 갓 절반을 넘은 것으로 파악했다. 가뭄 탓에 배추 모 하나하나에 일일이 물을 주면서 밭에 심어야 해서 그만큼 시간이 많이 드는 탓이다.

모 작업에 물주기까지 해야 하니 투입 인력이 평소의 2배다. 물주기 작업 한팀에 필요한 비용만 하루에 50만∼60만원이다.

이렇게 추가 비용까지 들여 어렵게 내어다 심은 배추 모가 가뭄에 말라죽기 일쑤다. 올해 배추 모 고사율이 30%에 이르고 있다.

예년(5∼10%)보다 많이 높은 모 고사율은 인력난과 농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태백지역에는 지난 4월 하순부터 5월 상순까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5월 중순에는 잠깐 빗줄기가 비치기도 했으나, 5월 하순부터는 다시 마른하늘이 이어지고 있다. 심각한 것은 이번 가뭄이 사실상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매봉산에서 15년째 배추농사를 짓는 심모(51)씨는 "지난 겨울에도 큰 눈 한번 내리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계곡물이 마른 지 오래고 관정도 소용없어 물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심 씨는 "이달 하순까지 배추 모 정식작업을 마무리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올해 고랭지 배추 농사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태백지역 고랭지 배추는 8월부터 추석 전까지 출하된다. 매봉산에서만 5t 트럭 2천대 분량인 600만 포기의 여름 배추가 생산된다.

태백 등 강원지역 고랭지 배추는 남쪽에서 가을 배추가 나오지 전까지 전 국민의 식탁을 책임진다.

이에 따라 고랭지 배추가 이번 가뭄의 직격탄을 맞는다면 배추가격 폭등 등 그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기상전망은 '이달 하순까지 계속 맑음'이다.

이 때문에 매봉산을 시작으로 귀네미골, 삼수동 등 정식작업을 앞둔 전국 고랭지 배추 주생산지인 태백지역의 농심도 하루가 다르게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김연식 태백시장은 "시 공무원들이 고랭지 배추 재배 현장을 찾아 가뭄 현황을 점검하는 등 가뭄 피해 최소화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by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5/06/16 06: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