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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난민몸살> 유럽행 보트피플 '무덤' 된 지중해

송고시간2015-06-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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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선박에 초과 승선 '목숨 건 항해'아프리카·중동의 내전·빈곤 피해 필사의 탈출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북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지중해가 '보트 난민'의 무덤으로 바뀌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작은 배 한 척에 의지해 지중해를 건너려는 난민이 각종 침몰·난파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북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리비아는 정국 혼란 속에 보트 난민의 집결지가 됐고 이집트에서 유럽행을 시도하는 때도 늘어나고 있다.

낡은 보트에 초과 승선한 탓에 선박 사고 그 자체는 대규모 인명 피해로 자주 연결된다.

<지구촌 난민몸살> 유럽행 보트피플 '무덤' 된 지중해 - 2

◇ 유럽행 관문 된 리비아…불법 밀입국 조직도 성행

북아프리카에서 출발한 '보트 피플'의 유럽행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지난 4년 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계속된 정국 혼란 속에 해상 경비가 느슨해지면서 유럽행을 원하는 난민의 주요 출발지가 됐다. 유럽으로 불법 이민을 하려는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이 리비아로 계속 몰리는 이유다.

리비아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유럽에 속하는 이탈리아, 섬나라 몰타에서 가장 가까운 아프리카 국가다.

이탈리아에서 '난민의 허브'라 불리는 람페두사섬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약 220km 떨어져 있다.

리비아에서 출발하면 바닷길로 18시간 항해하면 이탈리아 영토에 상륙할 수 있다. 이탈리아를 주 목적지로 삼은 밀항은 트리폴리, 미스라타 등 리비아 해안도시 4곳에서 주로 시작된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민중봉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하고 나서 아프리카·중동 난민의 불법 입국이 쇄도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난민 수천 명은 국경 통제가 허술한 사막을 넘어 리비아 해상 도시를 거쳐 유럽행을 시도한다.

리비아 내 정국 혼란의 틈을 탄 불법 밀입국 브로커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난민의 불법 유럽 이주를 알선, 실행에 옮겨 돈을 받아 챙기며 조직을 확장했다.

이른바 '리비아 루트'라고 불리는 한 이주 브로커 단체는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가나 등 여러 국적의 사람들로 구성됐다. 이들 단체 회원 일부는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수만 명의 난민을 보트 등에 태워 지중해를 건너게 한 혐의로 이탈리아 경찰에 체포됐다.

리비아 루트는 아프리카에 본부를 두고 이탈리아에 사는 에리트레아인 등으로 현지 점조직을 구성했다. 난민들로부터는 추가로 돈을 받고 불법 체류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노르웨이, 독일, 스웨덴 등 북부 유럽에 갈 수 있도록 육상교통 등을 제공해왔다.

◇ 불법 개조 소형 선박에 초과 승선…선장 도피에 장기 표류도

유럽행 '보트 난민'은 대개 개조된 작은 어선이나 구명보트, 소형 플라스틱 배 한 척에 몸을 싣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지중해 종단을 시도한다.

난민들이 겨우 몸을 실은 배는 매우 열악하고 초과 승선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성이 매우 크다.

항해 기간 보트 난민은 굶주림과 갈증, 더위에 지치고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브로커가 지중해에서 배를 버리고 달아나는 경우도 있다.

난민 대부분은 리비아 항구에서 출발 직전부터 모든 소지품을 빼앗긴 채 위험한 여행을 시작한다.

음식물이나 마실 물을 가져가는 게 허용되지 않을 때도 있다. 배의 공간을 차지한다는 이유에서다. 항해 내내 창문도 없는 깜깜한 갑판 아래에 갇혀 있기도 한다.

한 난민 부부는 아이에게 줄 음식과 물이 담긴 가방까지 빼앗긴 적도 있다고 현지 언론에 털어놓기도 했다.

선장이 지중해 한가운데서 난민만 남겨두고 달아나는 경우도 자주 있는데 '보트 피플'은 구조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며 표류를 계속한다.

표류 기간이 길어져 먹을 음식도 없어 굶주림에 허덕이다가 목숨을 잃는 이들도 발생한다.

유럽으로 밀입국시키는 알선업자들은 이른바 '유령선'을 이용해 지중해를 건너는 수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불법이주 알선업자들은 노후 화물선을 헐값에 손쉽게 살 수 있고 난민 1명당 수천 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배를 버려도 떼돈을 벌 수 있다.

난민들만 태운 '유령선' 중에는 건조된 지 40년이 지난 선박도 적지 않게 있다.

◇ 난민 다수가 중동·아프리카 분쟁국·빈곤국 출신

내전과 가난을 피해 새 삶을 꿈꾸며 유럽행을 택한 '보트 난민'의 절반가량은 시리아인들로 추정된다.

다른 국적의 난민 중에는 리비아와 국경을 맞댄 아프리카 말리, 수단,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이집트, 팔레스타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적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최근 분쟁이 잦은 국가 출신이 대부분인 셈이다.

시리아에서는 4년 넘게 내전이 지속하고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까지 등장하자 이 나라 출신 난민은 중동 내 삶을 아예 포기하고 유럽행에 나선다.

시리아 영토를 떠나도 레바논, 이라크, 터키 등 인접국의 난민촌이 포화상태에 있고 생활 여건도 열악해 유럽으로 망명을 꿈꾸는 것이다.

동남아 출신 '보트 피플'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으러 유럽행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다수는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외국 근로자로 일해 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국적자들이다.

유럽연합(EU) 국경수비대는 올여름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려고 대기하는 난민 수가 50만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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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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