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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이 이룬 '코리안 드림'

송고시간2015-06-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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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공장·농장 경영 경험담 창원서 강연

방글라데시인 칸 씨의 '코리안 드림'
방글라데시인 칸 씨의 '코리안 드림'

(창원=연합뉴스) 방글라데시인인 페로세 카빌 칸(41)씨가 한국에서 6년 일하며 모은 돈으로 귀국해 설립한 '쉬파 실크 산업'에서 방글라데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2015.6.28 <<경남이주민센터>>
seaman@yna.co.kr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방글라데시인 페로세 카빌 칸(41)씨는 지금 '쉬파 실크 산업'이란 업체의 사장이다.

사람이 일일이 조작하는 직조기로 가족들이 옷을 만들어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에 내다팔던 그는 2007년 한국에 왔다.

"전기로 움직이는 직조기가 갖춰진 내 공장을 갖고 싶다"란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체류기한을 넘겨 2012년 2월 강제추방되기 전까지 그는 6년동안 한국에서 일했다.

경남 창원시의 한 금속가공공장에서 첫 일자리를 얻은 그의 한국 적응기는 험난했다.

"한국말을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음식이 너무 먹기 힘들었고 게다가 노동 강도도 아주 높았어요"

그는 한국어를 열심히 익히면서 차츰 적응해갔다.

적응이 될수록 손에 쥐는 돈도 늘어났다.

처음엔 매달 130만원을 벌다 시간이 지나면서 170만원까지 벌수 있었다.

공장을 옮겨서는 잔업을 더 많이 하고 일주일에 6일씩 일을 했다.

일요일에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는 것을 빼고는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많이 벌 때는 한달에 200만원이 넘는 급여를 탔다.

그는 "한국에서 받은 한달 봉급이 방글라데시에서 1년치 연봉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번 돈 일부는 매달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냈다.

자기보다 어린 형제 4명, 자매 3명은 그가 송금한 돈으로 공부를 하고 컴퓨터를 사서 인터넷도 할 수 있었다.

방글라데시인 칸 씨의 '코리안 드림'
방글라데시인 칸 씨의 '코리안 드림'

(창원=연합뉴스) 방글라데시인인 페로세 카빌 칸(41)씨가 한국에서 6년 일하며 모은 돈으로 귀국해 설립한 '쉬파 실크 산업'에서 방글라데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2015.6.28 <<경남이주민센터>>
seaman@yna.co.kr

그는 일을 하는 틈틈이 고향에 돌아갈 계획도 짰다.

모은 돈으로 고향에 땅을 사고 집도 리모델링했다.

전기 직조기도 20대를 구입해 마침내 공장을 지어 '쉬파 실크 산업'으로 명명했다.

한국에서 흘린 땀을 발판으로 오랜 꿈을 이룬 것이다.

그는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었다"며 "한국공장에서 공장 운영하는 법, 생산량 늘리는 법, 사원 관리하는 법, 안전의 중요성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감사해 했다.

한국음식에 대한 인식도 확 바뀌었다.

칸 씨는 "처음에 한국음식을 한입도 못지 못해 항상 배가 고팠다"며 "지금은 김치, 한우고기, 소주, 커피믹스가 정말 그립다. 커피믹스는 방글라데시로 수입하고 싶을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동포인 샐림(50) 씨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동안 한국에서 일했다.

한국에서 번 돈을 밑찬삼아 돌아간 그는 고향에 20에이커(8만900㎡)의 농지를 소유한 '샐림 농장'을 세웠다.

이들은 한국에서 길게는 10년 동안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차곡차곡 돈을 모아 본국으로 돌아간 후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공통점이 있다.

한국에서 땀흘려 번 돈을 종자돈 삼아 이들은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인생까지 바꿨다.

경남이주민센터의 초청으로 입국한 이들은 28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경남이주민센터 강당에서 동포들에게 자신들의 성공비결과 한국생활 노하우를 들려줬다.

모하마드 코빌 호세인(42)씨도 이날 강단에 올라 "가족들은 모두 여러분들이 집에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 힘들게 번 돈을 헛되이 쓰지 말고 신중하게 사용하길 바란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한국에서 돈을 모아 방글라데시에서 자동차부품 사업을 하고 있다.

경남이주민센터는 2010년부터 한국에서 일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 성공한 이주노동자들을 초청해 성공담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네팔,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출신 성공한 이주노동자들이 강연을 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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