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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년> 30년간 서울-도쿄 오가며 교류 앞장선 대학생들

송고시간2015-06-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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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손가락질' 견디며 양국간 소통 기회로 활용 매년 문화·학술교류…8월15일 서울과 도쿄서 日학생들과 토론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민간외교관을 자처하며 약 30년간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교류와 학술활동을 이어온 대학생들이 있다. 조선 후기 외교사절단인 조선통신사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

조선통신사 행렬을 따라 약 400년간 한일 문화·학술 교류가 꽃피웠다. 대학생들은 매년 서울과 도쿄를 한두 차례씩 오가며 교류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있다. 조선통신사가 국가 주도의 친선교류의 통로였다면 대학생 단체는 자생적인 소통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광복 70주년,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아 이들 대학생이 8월15일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일본 학생들과 한자리에 모여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의한다.

◇ 일본 외무성 초청받은 대학생들, 이듬해 일본학생 초청해 문화·학술교류

한일학생회의(KJSC)는 1986년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국외대 등 서울 소재 대학생 10여명이 '일본과의 문화·학술 교류로 이해의 폭을 넓히자'는 목적으로 구성한 단체다.

일본이 주최한 한일대학생 대상 포럼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이 귀국해 '내년에는 일본 학생들을 우리가 초청하자'며 조직을 꾸렸다.

당시만 해도 국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고 대학생끼리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수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각종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양국 청년들은 패기와 열정으로 30년 가까이 외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한일학생회의 1기 조직위원장 방세현 시사정책연구소 소장은 30일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경제적으로 사정이 좋았던 일본 학생들을 만나고 자존심이 상했는지 '진정한 국제회의가 뭔지 보여주겠다'며 일본 학생들 앞에서 엄포를 놨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단체를 만들었다"

방 소장은 "그때는 친일파라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고, 대학생들이 모였다고 하니 수시로 경찰서에 가 조사받으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인이라는 자존심'으로 활동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첫발을 내디딘 한일학생회의는 매년 서울과 도쿄를 번갈아 오가며 일본 대학생들을 만나 상대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사회·경제·문화·정치·역사 주제별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 "우리는 민간외교관…작은 활동이 큰변화 가져올 것"

국내 한일교류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대학생 단체로는 한일학생회의 말고도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한 한일학생포럼(KJSF), 한일학생교류(KJSE)가 있다.

3개 단체는 저마다 다른 특색을 갖지만, 약 30년간 매년 특정시기에 일본학생들을 만나 문화·학술교류를 하는 점은 같다.

일본학생들과 함께 활동하는 과정에서 서로 몰랐던 인식의 차이와 문화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고 이들 단체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한일학생회의 30기 위원장인 김수정(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씨는 "한국사람들에겐 반감의 대상인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인들에겐 참배라는 문화적 배경이 있다는 점을 일본 학생들과 논의하면서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답을 구하지는 못할지라도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평가도 했다.

하나같이 '민간외교관'이라는 사명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학생포럼 31기 부회장 이준영(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씨는 "한국과 일본 간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 학생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10여명의 활동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값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 "한일관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고민"…"소통의 힘 믿는다"

문화·학술교류에 앞장서 온 학생들이 최근 당면한 고민은 아이러니하게도 '한일 관계가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역사 현안에 있어서 '큰 진전이 없다'는 게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상대국 대중문화에 받는 영향이 점차 커지며 문화적 이해도는 높아졌지만, 역사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길 반복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일학생회의 30기 부위원장 김승현(고려대 일어일문학과)씨는 "처음엔 수교 50주년을 기념하자며 막연히 즐거워했는데 한번 더 생각해보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비롯해 역사적 문제들은 아직도 정리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일관계에 관한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대학생들의 논의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도 오래된 과제다.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10여일간의 만남을 통해 한일 간 오해와 편견을 지우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한일학생회의 30기 기획부장 심현정(고려대 일어일문학과)씨는 "수일간 일본학생과 토론하고 마무리하고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서로 견해 차이만 확인하고 끝났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대학생들이 활동을 멈추지 않은 것은 '소통에 대한 믿음'일테다.

심씨는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고 단절된 채 있는 것보다 의견 교류라도 하면서 소통하다 보면 단절됐을 때보다는 확실히 좋아지는 부분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 한일학생회의 서울서…한일학생포럼은 광복절 도쿄서 개최

광복 70주년,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은 한일 대학생 3개 단체는 저마다 특별한 일정을 준비한다.

한일학생회의는 8월5일부터 2주간 일본 자매단체인 일한학생회의 대학생들을 한국으로 초청한다.

이 기간에 '조선통신사를 중심으로 한일 교류의 역사와 앞으로의 방향성', '한일의 종교', '양궁의 역사교육과 그 영향' 등을 주제로 12차례 토의한 내용을 광복절 당일 심포지엄 형식으로 발표한다.

한일학생포럼 소속 대학생 15명은 8월5일부터 20일까지 일본 나가사키, 오사카, 도쿄를 차례로 방문해 자매단체인 일한학생포럼과 문화·학술교류를 한다.

특히 8월15일께 발표될 예정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내용을 현지 학생들과 분석하고 토론해볼 생각이다.

여름에는 서울, 겨울에는 도쿄에서 한일대학생 교류의 장을 만드는 한일학생교류 학생들도 8월4일부터 11일까지 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에서는 평소보다 학술을 강화해 일본 학생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계획이다.

한일학생포럼 31기 부회장 이준영씨는 "저도 활동 전까지 일본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다. 보통의 젊은 사람들은 예전의 저처럼 단적인 부분만 보고 한일관계를 이해한다고 본다"며 "우리들의 활동을 영상과 사진 등으로 기록해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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