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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년> JR 서일본 노조, 일본내 5·18정신 전도사

송고시간2015-07-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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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기념식에 5년째 참가…내달 말 오사카서 5·18집회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한국의 해방 70주년은 일본의 전후 70년이기도 합니다. 일본 제국주의자와 권력자들이 한반도와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벌인 지배와 살육의 역사에 대해 후손으로서 깊은 반성과 사죄를 드립니다."

매년 5월이면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는 일본인들의 반성문이다.

JR(일본철도) 서일본 노동조합원들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광주를 찾아 희생자들을 참배하고 기념식에 참가한다. 2011년부터 5년째다.

야스다 마사시 JR 서일본 노조 중앙집행위원장은 올해도 5·18 35주년 부대행사로 열린 '한·일 노동자 국제연대'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의 잘못을 사과하고 전쟁 포기를 뒤집으려는 일본 정권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의 평화 투쟁을 설명했다.

야스다 위원장은 2일 연합뉴스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본 노동조합은 노조원의 권익향상뿐 아니라 안전과 평화 등 보편 가치를 지키기 위한 활동과 학습도 중요하게 여긴다"며 방한 활동 동기를 밝혔다.

"우리가 활동하는 오사카에는 한국동포가 많이 살고 있어서 이들을 통해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야스다 위원장과 노조원들은 일본의 군국화를 향한 정치적, 경제적 흐름 속에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배울 점이 있다는데 공감했다.

야스다 위원장은 2008년 제주도에서 열린 제60주년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처음 참석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한국인들의 환영에 대한 기쁨보다는 사건의 비참함에 마음이 아려왔다"고 전했다.

서일본 노조원들은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공부했다.

그러던 중 일본의 한 신문에 실린 '광주 5·18 30주년 위령제' 기사와 사진을 본 것이 광주의 문을 두드리는 계기가 됐다.

야스다 위원장은 "왜 5·18 유족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하는 것에 격노하며 위령식을 보이콧하고 빗속에서 항의하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4·3 유족회가 주최한 위령식에서는 그런 광경을 전혀 볼 수 없었는데 한국 정부가 주최한 위령식에 참석한 유족의 항의 배경과 기분을 알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노조원들은 2010년 9월 말 처음으로 광주 땅을 밟았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항쟁 때 계엄군에 의해 숨진 많은 노동자와 민중의 주검이 쓰레기 청소차로 옮겨져 매장된 슬픈 역사를 광주 방문을 통해 알게됐다.

처음 광주의 민주화 역사를 접했을 때 노조원들은 분노했다. 쓰레기처럼 내던져졌지만 누구에게도 더럽혀질 수 없었던 희생자들의 용기와 열정에 경의를 표했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일본에 알리고자 매년 30∼60명이 4·3 희생자 추념식과 5·18 기념식에 참가한다.

야스다 위원장은 "두 위령식은 주최자가 희생자를 생각하고 거행하는가, 아닌가를 두고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는데 소극적인 한국 정부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보였다. "광주의 민중 투쟁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민주화 역사를 상징하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야스다 위원장은 "불의에 맞선 민중의 정의로운 투쟁이야말로 5·18 정신"이라며 "영리와 운행을 우선하는 기업과 이를 용인하고 인명구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 기관을 탄핵하는 싸움이야말로 일본의 노조가 5·18 정신을 계승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구축해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도 2005년 4월 25일 고속열차가 충돌해 106명이 죽고 500명 이상이 다친 JR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가 있었고 철도 노동자들은 안전관리에 대해 고집스럽게 싸워왔다.

서일본노조는 오는 7월26일 오사카에서 '광주 5·18 민주화 투쟁 35주년 기념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념집회에서는 5·18 영상 상영과 김시종 시인의 시 '광주시편' 낭송, 일본 자위대의 정식 군대화 반대 활동 보고, 한일민중의 노래와 춤 등이 펼쳐진다.

야스다 위원장은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의 3대 원칙인 전쟁포기, 전력보유금지, 교전권 불인정을 개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전쟁을 하는 나라로 전환을 하는 것"이라며 "전쟁은 살인이다. 우리는 이것을 용서하지 않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투쟁에는 노조뿐 아니라 모든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며 "국가 탄압에 맞서 싸운 광주 민중의 투쟁의 숨결을 오사카를 기점으로 일본 전역에 퍼져 나가게 하기 위해 5·18 기념집회를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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