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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행병 시대는 인간이 세계화로 자초했다"

송고시간2015-06-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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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니키포룩의 '바이러스 대습격'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한 달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7월이 다가오면서 약간 주춤해지고는 있으나 온 나라는 미증유의 회오리에서 완전히 놓여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관광업계 등에서 한국이 소외된 지도 한참 됐다.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여전히 묶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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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터에 시의적절한 책이 한 권 출간됐다. 앤드루 니키포룩의 생물학적 유행병 보고서인 '바이러스의 대습격'.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를 광풍 속에 내몰고 있는 바이러스 질병의 정체와 원인 등을 파헤쳐간다. 사실 바이러스의 광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그에 적응하며 무감각해졌을 뿐!

근래에 세계를 휩쓴 바이러스 공포만 해도 헬 수 없이 많다. 지난 20여년간 횡행한 가축질병은 무려 600여종에 이른다. 우리나라만 해도 괴상망칙한 바이러스 질병들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급습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구제역, 조류독감, 신종플루, 메르스 등 '글로벌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한 것.

책의 저자는 이처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온갖 바이러스를 생물학적 '침입자'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 침입자들은 나날이 발걸음을 빨리하며 인류의 건강과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그렇다면 이들 바이러스의 발호는 그저 우연일 뿐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경제 행위가 세계화하는 속도만큼이나 질병도 빠르게 세계화하고 있는 것. 생물학적 시한폭탄인 이들 미생물 침입자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날개를 달아준 게 바로 인간에 의한 세계화라고 저자는 말한다. 작금의 바이러스 대습격은 인간이 초래한 자업자득인 셈이다.

무역이 되든, 물물교환이 되든 일체의 경제행위는 그에 상응하는 생물학적 거래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이들 바이러스는 제 혼자만의 힘으로 대륙은 고사하고 개울 하나도 제대로 넘지 못한다. 동물이나 물건처럼 자신을 옮겨주는 수단이 있었을 때라야 비로소 멀리 이동하는 것이다.

광우병이 버젓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세계 시민'의 대열에 합류한 것은 이 같은 국제무역과 방만한 권력 덕분이었다. 게으르기 짝이 없는 사스도 여행이 용이해지면서 덩달아 '해외 유람'에 나섰다. 인류에게 해를 끼치는 바이러스의 번식과 전염 속도는 인류문명의 속도에 비례한다는 것. 결국 세계무역이라는 게 순수하게 상품이나 기계만 교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옮겨가는 통로이자 수단이 된다.

이는 저자 니키포룩의 주장만은 아니다. 생태학자 찰스 엘튼도 이미 50년 전에 이를 예견했다. 엘튼이 "우리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수천 종의 유기체들이 한데 뒤섞여 자연에서 무시무시한 전위가 시작되는 역사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설파한 것. 이런 식의 '난장판'은 예기치 않은 비상사태의 만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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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초미세 질병은 결의에 찬 기회주의자답게 인간이 조성해놓은 환경이나 기후 변화로 제공되는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을 호시탐탐 엿본다. 그리고 때와 장소를 만나면 한꺼번에 그 마각을 드러내며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린다. 지금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메르스 사태도 그중 하나다. 권력당국은 그저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에 머물기 마련이라는 얘기.

세계무역이 질병 전염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인간이 매년 먹는 음식과 구매하는 상품의 80%가 세계 바다를 누비는 선박에 의해 운반된다. 이 과정에서 30억~50억톤의 선박평형수가 버려지는데 그 무역 배설물 중 5천만톤이 바다로 그대로 흘러들어 간다.

과학자들은 결과적으로 매일 7천종 이상의 해양미생물, 해파리, 식물, 어류, 물벼룩 등의 서식지가 바뀐다고 본다. 화물선의 선박평형 탱크가 모험 정신 투철한 이들 '침입자'들의 3등석 교통수단이 되는 셈. 이들 질병은 인간 덕분에 선박뿐 아니라 비행기, 자동차 등 온갖 수단을 이용해 지구촌 곳곳을 빠르게 옮겨 다니며 세계화 시대를 덩달아 구가한다.

전염성 질병의 대표적 진원지가 다름 아닌 병원이라는 지적도 섬뜩하다. 메르스 사태의 주요 진원지가 국내 유명병원이라는 사실과 겹쳐 더욱 그러지 않나 싶다. 저자는 "사스의 경우 아시아 대륙의 수많은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데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이 '다리'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사스가 순수하게 병원에서 만들어진 질병, 즉 병원 감염 전염병이라는 견해다.

저자는 병원 감염을 줄이는 방법으로 '병원 의료진에게 치료 전에 손을 씻으라고 요구하라' 등 14가지를 책의 말미에 덧붙여 상기시킨다. 질병이 무역과 여행을 수단삼아 세계적으로 극성을 부린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 기반의 삶으로 생활방식을 좀 더 이동해볼 것도 권한다. 예컨대, 유기농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현지에서 잡힌 물고기를 섭취하며 지나친 여행은 가급적 자제하라는 예기다.

알마. 44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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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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