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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금융권> ③ '중금리' 시장 격전 예고

송고시간2015-07-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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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분야에 기존 은행·증권사·ICT 기업들 출사표2금융권과 대출경쟁 치열해질 듯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 치열해지는 경쟁은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사업성이 밝지만은 않은데도 기존 은행은 물론 증권사 등 제2금융권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군침을 흘린다.

무한경쟁에 직면해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하는 금융권의 고민이 투영된 단면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중금리시장에서의 역할을 강조한 점에 비춰 인터넷은행이 '1.5금융권'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 기존 은행·2금융권·ICT 기업들 뜨거운 관심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1단계 사업으로 오는 9월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 12월께 한두 곳에 예비인가를 내주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벌기업을 제외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 한해 '은산(은행-산업자본) 분리' 지분율 규제를 완화해 주는 은행법이 예정대로 개정되면 추가로 한꺼번에 신청을 받아 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1992년 이후 첫 은행 면허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물밑 경쟁이 뜨겁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000030]과 IBK기업은행[024110]이 적극적이다.

우리은행은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의 운영 경험을 미리 쌓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달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WiBee Bank)'의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기업은행도 인터넷은행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통합플랫폼 'i-ONE뱅크'를 오픈했다.

부산은행은 일본의 라쿠텐은행처럼 유통채널을 활용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부산은행의 지주사 대주주는 롯데그룹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내부적으로 참여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위가 1단계에 기존 은행이 참여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2금융권이 유리해진 상황이다.

저축은행이나 보험업권에서는 일단 관망세지만, 증권업계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037620]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 운영에 들어갔다. 미래에셋은 ICT 기업 등 혁신성 있는 파트너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키움증권[039490]도 유력한 후보로 본다. 지금은 대주주가 다우기술이므로 은행법 개정 전에는 지분율 한도 규제(4%)에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증권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ICT 기업 중에서는 다음카카오[035720]가 적극적이다.

제2금융권과 ICT 기업의 짝짓기가 뭍밑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 지분 제한에 걸리는 대기업 중에서도 참여를 준비 중인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대표적인 사례다.

KT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차원에서 제휴 파트너를 구해 인터넷은행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터넷은행 사업모델 '중금리 대출'에 방점

참여 기업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것은 사업모델이다.

혁신적인 신금융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산업자본이 이끄는 은행이 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점은 정부가 지난달 18일 도입방안에서 적시한 인가심사기준과 기대효과다.

인가심사기준은 기본적으로는 일반은행과 동일하게 적용하지만, 사업계획의 혁신성, 주주구성과 사업모델의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경쟁력 기여도, 해외진출 가능성을 중점 고려대상으로 내세운 것이다.

예컨대 새롭고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지가 중요 포인트가 된다는 것이다.

기대효과로는 "저신용자 대상의 중금리 신용대출이 활성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대출시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결과적으로 은행이긴 하지만 기성 은행이 아니라 2금융권과 경쟁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은 기존 은행산업에 일부 부정적일 수 있지만, 대출고객층의 중복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 대출고객 경쟁은 저축은행 이하 2금융권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우리은행 위비뱅크 대출의 경우 용도에 따라 연 5.94~9.74% 수준으로 중금리 상품에 해당하는데, 2금융권 이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 고객에겐 매력적인 금리라는 게 황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금융주력자라면 ICT 기업이라도 이윤을 추구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은행과 경쟁하기보다는 비은행 여신시장을 두고 기존 사업자와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인터넷은행이 생존하려면 기존 은행보다 비은행 예금기관 및 소액대출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출수익률, 자금조달 비용률 등 몇가지 조건을 전제로 시나리오별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추정해본 결과, 인터넷은행이 1금융권 시장을 공략하면 금리를 우대해 줘도 ROE가 5%를 밑돈 반면 파격적 금리 우대로 2금융권 시장을 파고들면 20%를 넘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김 연구원은 "초기에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소액 신용대출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prin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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