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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위기> 그리스 운명, 5일 국민투표가 가른다

송고시간2015-07-0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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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채무 만기 이달 20일 고비…ELA 지원 지속에 촉각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이달 5일 시행되는 국민투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스인들이 국민투표에서 국제 채권단이 내놓은 구제금융 협상안에 찬성표를 더 많이 던지면 그리스는 채권단과 다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그리스 국민이 협상안에 반대하면 최악의 경우 협상 결렬에 따른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다.

그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 국제 금융시장도 크게 휘청거려 한국 경제에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로 한국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있고 유럽으로의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잔뜩 긴장한 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 국민투표 찬반 따라 재협상 또는 그렉시트 시나리오

1일 국제 금융시장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말 채권단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달 27일 긴급 연설을 통해 채권단이 그리스 국민에게 참을 수 없는 부담이 될 제안을 했다며 채권단의 제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채권단의 제안을 찬성한다는 국민이 많은 상태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26일 카파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채권단의 방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47.2%, 반대는 33.0%로 각각 나타났다.

국민투표에서 찬성 결과가 나오면 재협상을 통해 그리스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상안 찬성은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의미해 조기 총선 등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치프라스 총리도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방안이 수용될 경우 물러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리스 정부는 현재 국민투표와 그렉시트는 별개라며 국민에게 협상안에 반대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 정상들은 반대표는 유로존 회원국 지위에 반대하는 것과 같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재 협상안 찬성 쪽이 우세하지만 장시간 긴축에 고통을 느낀 그리스 국민이 긴축 반대를 외치는 시리자 정권을 다시 지지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EU의 바람과는 달리 반대가 더 많이 나온다면 재협상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그리스 국민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채권단과 등을 돌리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유로그룹이 1일 회의에서 3차 구제금융안을 승인하면 그리스는 예정된 국민투표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하기 전까지 새로운 제안을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 ECB 채무 만기 20일 고비…그렉시트 우려시 한국 경제도 악영향

그리스의 유동성 위기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채무 만기가 돌아오는 이달 20일 큰 고비를 맞는다.

시장에서는 그리스가 35억 유로(약 4조 4천억원) 규모의 ECB 채무를 갚지 못하면 '실질적인 디폴트'에 빠질 것으로 관측한다.

그리스는 전날 만기가 돌아온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IMF는 채무 상환 실패를 디폴트가 아닌 '체납'(arrears)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그리스의 체납이 민간 채권자들을 상대로 하는 연쇄 디폴트가 발생하는 공식적·전면적 디폴트 사태로는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CB에 대한 그리스의 채무 불이행은 IMF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그리스에 대한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ECB 규정에 따르면 채무 상환 능력이 있고 충분한 담보가 있는 은행에만 ELA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리스가 그때까지 구제금융 합의에 실패해 ECB 채무를 갚지 못하면 그리스 은행권이 ECB 유동성을 지원받으려고 내놓은 그리스 국채 등의 담보는 효력을 상실한다.

따라서 ECB의 유동성 공급이 중단되면서 전면적인 국가 디폴트 상황이 도래하게 된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ELA가 끊기고 난 이후 돌아오는 단기 국채를 그리스 은행들이 상환하지 못하는 것을 공식적인 디폴트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 유럽 국장도 "그리스 정부의 진짜 한계점은 내달 20일 ECB 상환"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그리스가 전면적인 디폴트 상황에 빠져들면 그렉시트 우려도 점점 커질 전망이다.

그렉시트 우려는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 재료다. 유로존 탈퇴가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부·동부 유럽까지 전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먼저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한국에도 악재다.

그리스 사태가 그렉시트로 번질 경우 한국의 직접적인 위험노출액 피해, 유로존 부진에 따른 수출 악화,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 등의 경로로 한국 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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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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