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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후 연락끊긴 자매, 경찰 도움으로 36년만에 상봉

송고시간2015-07-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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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가족 찾기' 신청후 5일만에 가족 재회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저… 동생들을 좀 찾고 싶어서 왔는데요…."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경찰서 민원실을 찾은 이금례(66·여)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투명한 파일에 보관하고 있던 국제결혼신고접수증명원과 옛 호적등본을 조심스레 꺼냈다. 갱지로 된 국제결혼신고접수증명원에는 1977년 4월 7일이라는 접수 날짜가 적혀 있었다.

당시 이씨는 가족들과 함께 옛 경기도 고양군에 살다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이후 2남4녀를 혼자 키우는 어머니를 위해 국제결혼을 택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가정을 꾸린 이씨는 동생 이영미(54·여)씨에게 자주 연락을 하며 그리움을 달랬다.

그러나 2년 뒤인 1979년 두 가정이 모두 이사하면서 연락이 끊기게 됐다. 이후 이들은 생사조차 모른 채 36년을 살아오게 됐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라 이사하면서 바뀐 전화번호를 서로 알 방법이 없었던 탓이다.

그렇게 한국의 가족들과 떨어져 남편·아들과 함께 미국에서 살던 이씨는 4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나서 부쩍 외로움을 느꼈다.

아들 데이비드(36)씨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엄마의 고향과 형제들을 보고 싶다"며 가족을 찾을 것을 권유했다. 이들의 한국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들은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서 한국의 경찰서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지난 23일 입국했다. 이튿날 용산경찰서를 방문해 정식으로 '헤어진 가족 찾기'를 신청했다.

경찰은 이씨가 들고 온 국제결혼신고접수증명원과 호적등본 등을 기초로 주민자치센터와 협조해 가족들을 찾기 시작했다.

보통 헤어진 가족 찾기는 최대 60일까지 걸리지만, 경찰은 이씨 일행이 29일 오후 3시 출국 예정이라는 사실을 전해듣고 작업을 서둘렀으며 다행히 출국일 오전 9시30분께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이영미씨와 연락이 닿았다.

이영미씨는 언니가 자신을 찾았다는 소식에 곧바로 용산경찰서로 달려와 이날 10시20분께 언니와 36년 만의 상봉을 하게 됐다. 이들은 바로 얼싸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금례씨는 동생을 통해 다른 두 언니와 남동생의 연락처를 받아 전화 통화도 했다. 다시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카카오톡 대화방도 만들었다.

하지만, 언니 일행의 출국이 예정돼 있어 이들은 일단 짧은 만남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영미씨는 아쉬운 마음에 출국하는 언니와 조카를 공항까지 배웅했다.

이금례씨는 "한국 경찰이 이렇게 빨리 (가족을) 찾아주어 한없이 고맙다"고 경찰에 감사를 표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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