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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경' 초라하게 만든 '여경의 날' 실수

송고시간2015-07-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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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1일 경찰청의 '여경의 날' 해프닝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뒷말들이 나온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에서 열린 여경의 날 행사에서 관악경찰서 김명성 경위가 경감으로 특진 임용되면서 '으뜸 여경'으로 선정됐다.

경찰청은 애초 보도자료에서 김 경감의 공적을 "가정폭력 솔루션팀을 운영하고 민·관·경 협력 시스템 구축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주요 활동사항으로 고아·해외 입양을 위한 '헤어진 가족찾기' 106명 처리, 노인·여성 대상 범죄예방활동 전개 등 공적과 상당히 동떨어진 내용을 사례로 들었다.

기자가 이 부분을 지적하자, 경찰청은 수정된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담당자가 실수로 다른 사람의 공적을 기재했다는 해명과 함께.

여경의 날은 전체 1만 여경을 위한 '생일날'이다. 이날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으뜸 여경'의 공적을 잘못 기재한 실수는 경찰 조직 내 여경의 위상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경찰 내부에서 '여경의 날 폐지논란'이 있었다. 경찰 내부 전산망에서 '여경의 날 행사가 어떤 부분에 기여한다고 보는지', '여경의 날에 여경에 대한 특진, 표창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묻는 설문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여경의 날' 행사도 축소되고 있다. 올해 행사는 작년에 이어 40여명이 참석해 상대적으로 조촐하게 치러졌다.

예년만 해도 참석자 수가 100여명에 달했고, 특강이나 축하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곁들여졌다. 이처럼 여경의 날 행사가 축소되는 분위기에서 이날 보도자료 실수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남성 경찰 사이에 여경의 날 행사나 여경에 대한 특진·표창 등을 여경에 대한 '근거 없는 특혜'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여경의 수는 1만348명으로 전체 경찰관의 9.4%에 불과하다. 2005년 경찰청은 여경 비율을 전체 경찰의 10%까지 높이겠다는 내용의 '여경채용목표제'를 발표했지만 그 목표를 10년이 지나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총경 이상 고위직을 보면 여경의 상대적 열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총경 이상 고위직 여경은 11명. 전체 총경 이상 경찰관 566명의 1.9%에 불과했다. 현직 여경 최고위직은 경무관이다.

전체 여경의 63.3%가 경무와 생활안전에서 근무해 여경 업무의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여경의 날 행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여경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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