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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일간 달려온 成리스트 수사…의혹은 남았다

송고시간2015-07-0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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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 회장 사망으로 금품수수 정황·시점 복원에 총력대선자금·특사로비 의혹 미궁…'면죄부 주기' 수사 비판도

80여일간 달려온 成리스트 수사…의혹은 남았다 - 1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가 80여 일 만에 종착역에 도달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리스트 8인 가운데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고 나머지는 모두 무혐의 처분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해외자원개발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는 4월 9일 금품 제공 리스트가 적힌 작은 메모 한 장과 언론 인터뷰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의혹에 연루된 인물은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이었다.

특히 성 전 회장이 인터뷰에서 2012년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지낸 홍 의원에게 대선자금조로 2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혀 사건은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비화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마주한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일성과 함께 칼을 뽑았지만 가는 길은 험난했다.

공여자가 없는 가운데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들은 수사 초기 의혹 해소의 열쇠가 될 중요 물증을 빼돌려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 정치적 외풍도 만만치 않았다.

검찰은 공여자를 대신할 주변인물의 진술과 물증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사람'이 없다면 금품이 오간 '시점'과 '상황'을 치밀하게 복원해 의혹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전략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를 '수백만, 수천만개의 퍼즐을 짜맞추는 작업'으로 묘사했다.

검찰의 첫 타깃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였다. 이 전 총리는 의혹이 구체화하자 취임 두달여 만인 4월 27일 총리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리스트의 다른 인물과는 달리 두 사람은 성 전 회장의 메모지와 언론 인터뷰에 금품을 받은 시점과 액수가 비교적 소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특히 홍 지사의 경우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라는 금품전달자의 진술이 있어 혐의 입증이 비교적 수월했다.

홍 지사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나선 2011년 6월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이 전 총리는 충남 부여·청양 재보선에 출마한 2013년 4월 3천만원을 각각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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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리스트 6인의 수사는 사실상 서면질의서로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들에게 5월 29일 일제히 서면질의서를 보냈고 지난달 초 차례로 답변서를 받았다.

정권 실세에 면죄부를 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론이 비등했지만 수사팀 내에서는 현실론이 앞섰다.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은 공소시효가 만료됐고 메모지에 이름만 언급된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도 수사 단서 부족으로 소환이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대선캠프 3인 가운데 서 시장과 유 시장은 2차 서면조사를, 홍 의원에 대해서는 참고인 신분의 소환조사를 각각 진행했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근식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이 불법 대선자금 규명의 '징검다리'로 주목받았으나 결국 총선 자금 2억원 수수라는 개인비리로 마무리되면서 불법 대선자금 의혹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검찰 관계자는 "팀원 모두 밤을 새우며 수사했지만 시점·동선·돈의 흐름 등 3대 수사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가 빠져 있는 등 똑 떨어지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2월의 성 전 회장 특사 로비 의혹 수사도 미제로 남겨뒀다.

검찰은 법무부에서 특사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는 한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특사 업무를 전담한 박성수 전 법무비서관을 서면 및 소환조사하고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과 이호철씨에게도 서면으로 사실 관계를 질의했다.

검찰은 그러나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성 전 회장 특사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가 당시 성 전 회장의 특사를 위해 청와대에 로비를 한 흔적을 포착했지만 경제적 이득이 제공된 시점과 맞아떨어지지 않아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대선자금과 특사 로비 의혹을 들춰낼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으면서 힘을 잃어가던 검찰 수사는 막판에 리스트 밖 인물의 새로운 금품수수 정황이 포착되며 다시 활기를 띠는 듯했다.

검찰은 경남기업 관계자의 진술과 계좌추적 결과 등을 토대로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각각 2천만원, 3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잡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소환에 불응하며 버티기로 나서자 검찰은 리스트 의혹과 분리해 두 사람을 계속 수사하는 쪽으로 정리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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