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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생활 30년만에 승진되고, 후배위해 연수 자원했다가..."(종합)

송고시간2015-07-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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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헌신하신 분들이…" 中 버스사고 안타까운 사연

중국 버스사고 사망 공무원 분향소
중국 버스사고 사망 공무원 분향소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2일 오전 광주시청 1층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동료 공무원들이 전날 중국 지린성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 사고로 숨진 광주시청 공무원 김철균 지방공업사무관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1일 중국 지린성 지안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로 8개 시·도 지방직 5급 공무원 9명이 희생됐다.

지방행정연수원 교육과정의 하나로 중국을 방문했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은 모두 50대 초·중반으로 평소 솔선수범하는 공직생활로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공복들이었다.

또 대부분 30년 안팎의 오랜 공직생활 끝에 사무관으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의 이모(55) 사무관은 1980년에 공직에 입문해 31년 만인 2012년 6월 사무관이 됐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독학으로 공부해 방송통신고와 방송통신대를 졸업한 그는 2013년 12월부터 행정직 공무원이 해내기 어려운 도시계획과장을 맡아 능력을 인정받았다.

전북에 있는 지방행정연수원 교육기간에도 주말에 집에 가지 않고 남부지역을 다니며 춘천시정에 접목할 정책이 있는지 살필 정도로 업무에 열정을 쏟았다고 한다.

그는 또 효심이 깊고 평소 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독서를 좋아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7년차 과장인 김모(54) 사무관은 지난 1월 후배에게 승진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장기교육을 지원했다가 변을 당했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공직생활 시작했고 36세 때 대학에 입학할 정도로 학구열이 높았다.

한 동료직원은 그가 지난 2월 추계예술대에서 문화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고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슬퍼했다.

공직생활 33년 만인 2013년 4월 5급으로 승진한 경기도 고양시 한모(54) 사무관은 아내와 동생이 모두 공무원이다. 한 사무관은 고양시가 올해 인구 100만명을 돌파해 교육파견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발탁한 첫 장기교육 대상자였다.

보름 전 장녀를 결혼시키며 환하게 웃던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아내는 사고 소식에 실신했고, 다른 가족도 슬픔에 잠겨있다.

부산시 김모(56) 사무관은 공직생활 25년 만인 지난해 7월 5급으로 승진했다.

꼼꼼하면서도 세심한 스타일로 선거관련 업무를 무난하게 처리해 '선거 업무의 달인'으로 불렸다.

지난해 승진도 선거관리위원회와 유기적인 공조체제로 2014년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를 원만하게 치러낸 공로를 인정받은 덕분이다.

동료는 그가 2005년 청백봉사상, 2012년 대통령 표창을 각각 받을 만큼 공사에 흠 없는 공직생활을 했던 공무원이라고 전했다.

영상 기사 중국 버스사고…늦깎이 승진 50대 공무원들 숨져
중국 버스사고…늦깎이 승진 50대 공무원들 숨져

[앵커] 중국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 사고로 현재까지 우리 국민 10명이 숨졌습니다. 사망자 대부분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해 수십 년간 성실하게 일해온 50대였는데요.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정빛나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어젯밤 사고수습대책본부에 모였던 피해자 가족들은 대기실 한켠에서 정부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다, 결국 눈물을 보였습니다. 소중한 가족, 한집안의 가장들을 태우고 추락해 납작해져 버린 버스. 사고 현장에서 숨진 55살 김태홍 사무관은 부산 공직계의 맏형이었습니다. 청백리봉사상을 받을 정도로 청렴하게 공직 생활을 하다 지난해 승진으로 교육에 참여해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김 사무관과 동갑내기인 광주시 김철균 사무관도 타향에서 이번 불의의 사고로 눈을 감았습니다. 동료들은 성실함의 본보기였던 김 사무관이 지난 1월 승진한 뒤 "조상 앞에 면목이 서게 됐다"고 기뻐했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처럼 숨진 이들은 대부분 50대 중·후반. 1980년대 공직에 입문해 퇴직을 불과 3~4년 앞두고 있었고 교육을 마친 뒤 광역시·도 팀장이나 기초자치단체 과장 보직을 맡을 예정이었습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공무원들도 망연자실하긴 마찬가지. 중국 지린시와 퉁화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자 16명은 5개월간 함께 생활한 동료를 잃어 슬픔에 잠겼습니다. 연합뉴스TV 정빛나입니다. 연합뉴스TV 제보:02-398-4409, yjebo@yna.co.kr

인천시 서구 한모(55) 사무관은 지난해 8월부터 노인장애인복지과장을 맡아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그는 1985년 필경사 업무를 맡아 일용직으로 공직 사회에 발을 들였다. 필경사는 보고서나 그래프를 손으로 작성하는 업무 담당자로 컴퓨터가 일반화하지 않은 시절 글씨를 잘 쓰는 이들이 주로 맡았다.

한 과장은 이후 1990년 일반행정 9급 시험에 합격했고 2012년 2월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공직에 입문한 지 27년 만에 사무관을 단 늦깎이 승진자였다.

한 부하 직원은 "일을 철저하게 하면서도 표정이 어두운 직원에게 농담을 건네고 야근하는 직원을 매일 격려하는 등 인품이 훌륭한 상사였다"고 말했다.

지방공업직인 광주시 김모(56) 사무관은 올해 초 5급으로 승진했다.

일반 행정직과 비교하면 승진하기 어려워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꿈을 이룬 지 불과 몇 달 만에 변을 당해 주위을 안타깝게 했다.

동료 직원은 "가장 행복할 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시는 청사 1층 안전체험관에 고인의 추모하는 분향소를 마련했다.

1988년 공직에 입문한 서울시 성동구 조모(51) 사무관은 25년 만인 2013년 4월 5급으로 승진했다.

그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궂은일을 많이 해 왔으며 성품이 좋아 후배도 잘 따르던 사람이었다.

조 사무관은 이런 점을 인정받아 동기들보다 진급도 빨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정모(51) 사무관은 기획력이 뛰어나 '아이디어 뱅크'로 불렸다.

의성공고를 졸업하고 1984년 9급 토목직 공무원으로 시작한 그는 바쁜 공직 생활에도 학업에 뜻을 둬 1996년 경북산업대(현 경일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사무관으로 승진한 그는 창의적인 업무 추진으로 농림부장관상과 국무총리 표창 등 많은 상과 표창을 받았다.

제주 조모(54) 사무관도 성실하고 깔끔한 일 처리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효성이 깊었던 그의 사고 소식에 노모(87)가 한때 실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사무관은 제주농고와 제주대를 졸업하고 1981년 공직생활을 시작해 제주도 향토자원산업과 BT산업담당, 농업경영담당, 애월읍장 등을 역임하며 '일 잘하는 공무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정훈 손현규 여운창 황희경 손대성 우영식 김호천 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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