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나이지리아 정권교체 한 달 지났으나 내각도 구성 못해

송고시간2015-07-03 01:12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부하리 취임 후 보코하람 다시 기승…연일 자살폭탄 테러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보코하람은 집단적 의지의 힘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가 쿠데타로 퇴출된 뒤 다시 30년 만에 선거로 나이지리아 대통령에 당선된 무함마두 부하리(72)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내려 큰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부하리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보코하람이 비웃듯 공격을 재개하고 이웃 동맹국들에까지 공세를 넓혀가는데도 새 정부는 조각조차 못 해 벌써 정권교체 이후 달라진 게 없다는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뭔가 크게 달라질 줄 알았는데…

신임 부하리 대통령은 군부 독재자 출신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28일 실시된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52.4%의 득표율로 43.7%에 그친 굿럭 조너선 전 대통령을 여유 있게 물리쳤다. 이로써 군정 종식 후 16년간 장기 집권해온 집권 인민민주당(PDP)이 처음으로 정권을 내놓게 됐다.

국민들은 나라를 뒤흔드는 보코하람 같은 극단주의 세력과 맞서는 데 부하리의 강력한 군 경력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그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보코하람 척결을 다짐, 조너선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한 그는 지난 3월 1일 당선증을 받는 자리에서 "보코하람이 곧 테러를 몰아내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우리의 집단적인 의지와 약속의 힘을 알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정권교체 한 달 지났으나 내각도 구성 못해 - 2

5월 29일 취임식에서도 그는 보코하람을 "어리석고, 신을 믿지 않는, 이슬람과는 거리가 한참 먼 집단"이라고 규정하고 보코하람 소탕을 위해 본거지인 보르노 주 수도 마이두구리 시로 군사령부를 옮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지난해 4월 치복 시에서 집단납치된 219명의 여학생을 포함해 아직 보코하람에 감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천 명의 인질을 구출하는데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기회가 왔다"며 국민을 기대에 부풀게 했다.

◇ 비웃듯…연일 자살폭탄테러 200여 명 사망

그러나 나이지리아는 대통령 취임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북동부 마이두구리시를 중심으로 사흘이 멀다 하고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하는 등 정권교체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분위기다.

부하리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5월 30일 마이두구리 하루나 회교사원 내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26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연일 테러가 이어져 한 달여 만에 200여 명이 사망했다.

나이지리아 정권교체 한 달 지났으나 내각도 구성 못해 - 3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뿐만 아니라 지도자 아부바카르 셰카우가 경고했던대로 보코하람 토벌에 지역 연합군으로 참여한 인접 차드와 니제르에까지 진출,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르는 등 대담성을 과시하고 있다.

보코하람은 지난달 15일 차드 수도 은자메나에 있는 경찰청 본부와 경찰학교 바깥에서 동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 33명을 숨지게 하고 100여 명을 부상케 한 데 이어 17,18일에는 니제르 극동지역 라마나와 인구마우아 마을을 공격해 약 40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부하리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보코하람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지난달 3일 니제르를, 4일 차드를 순방한 바 있으나 보코하람 소탕은커녕 되레 동맹국에 전에 없던 자살폭탄 공세만 안겨준 꼴이 됐다.

◇ 새 정부 조각도 못 하고…퍼스트레이디 명품 손목시계 논란까지

사정이 이러한데도 나이지리아가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출범 한 달이 지난 부하리 정권이 아직 주요 장관들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조각을 마무리하는데 앞으로도 두 달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

나이지리아 정부 고위관계자와 정당 소식통은 "부하리 대통령이 믿을만한 장관들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고 과거와 달리 부패로 얼룩지지 않은 정부를 건설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오는 9월까지 내각이 임명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가르바 셰후 대통령 언론 특보는 "장관들이 모두 임명되기까지 두 달이 걸릴 것이다. 지금 급하게 임명하는 것은 진행중인 정화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나이지리아인들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최근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새 퍼스트레이디 아이샤 부하리가 대통령 취임식장에 차고 나온 손목시계가 5만 달러짜리 명품 카르티에라는 소문이 돌면서 벌써 부하리의 가장 큰 강점인 검소와 청렴 이미지 논란마저 일고 있다.

나이지리아 국민은 손목시계와 관련, '선물 받은 것일까? 혹은 돈을 주고 산 것일까?'라는 등 놀라움을 표시하는 글들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최근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 시계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부하리 대통령이 나이지리아의 더러운 정치를 일소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검소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선출되었기에 파문은 적지 않았다.

나이지리아 정권교체 한 달 지났으나 내각도 구성 못해 - 4

엄격한 무슬림으로 알려진 부하리는 쿠데타로 집권한 지 2년 만에 다시 쿠데타로 쫓겨났다가 4번의 대권 도전 끝에 30년 만에 민주적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쿠데타에 성공한 뒤 그는 구정권 인사에 대한 군사재판, 화폐 개혁, 국민기강 확립 운동 등을 펼쳐나갔으나 재판 없이 무기한 구속할 수 있는 비상조치 단행, 언론통제, 경제 실패 등이 빌미가 돼 1985년 바방기다 소장이 일으킨 쿠데타로 쫓겨나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부하리 대통령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지나치게 신중한 것인지, 무능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보코하람의 잔학과 경제난, 부패에 시달리는 나이지리아 국민은 한시가 급하다.

ryu625@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