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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을 정식 학교수업으로 이끌어낸 14살 호주 소녀

송고시간2015-07-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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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살 뒤 "학교서 가르쳐달라" 호소…NSW 주정부, 내년부터 수업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14살 소녀 레이첼(가명)은 3개월 전 시드니가 포함된 호주 최대 주인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에 편지를 썼다. 엄마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수 주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였다.

레이첼은 편지에서 자신이 가정폭력의 희생자라며 아이들에게 가정폭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학교에서 가르쳐 줄 것을 호소했다.

학교에서 이를 배웠더라면 집에서 일어난 일들이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과 3명의 형제가 엄마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뒤늦은 후회도 덧붙였다.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Change.org)를 통해 캠페인도 시작했고, 여기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동참하며 어린 소녀의 호소에 힘을 보탰다.

최근에는 한 경찰 모임에 참석해 "학교에서 가정폭력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보고 싶다는 나의 의지는 날마다 강해지고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레이첼의 간절한 소망이 주 당국을 움직였고 마침내 그녀의 꿈이 실현됐다고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3일 보도했다.

NSW 교육당국이 내년 첫 학기부터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에 가정폭력 문제를 포함하기로 2일 결정했다는 것이다.

NSW 주정부 측은 레이첼의 호소가 언론에 소개되는 등 주목을 받자 가정폭력·성폭력예방 장관과 경찰청장 등 고위 관리들이 바로 레이첼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등 관심을 보여왔다.

프루 고워드 가정폭력·성폭력예방 장관은 이 신문에 "변화를 이끈 것은 레이첼의 설득력 있는 주장과 이를 공론화한 비범한 용기"라고 칭찬하고 학교가 가정폭력 예방에 중요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첼은 주정부의 결정이 나온 뒤 "믿어지지 않는다"며 "다른 아이들에게도 변화가 생길 수 있게 됐고, 다른 사람을 구하도록 변화를 이끄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레이첼의 할머니도 신문에 "이 아이보다 더 용기 있는 소녀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손녀가 엄마의 죽음을 그냥 넘기려 하지 않았고 이것이 이번 변화를 이끌게 된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NSW 주는 올해 들어 가정 폭력으로 인한 비극이 잇따르자 연방이나 주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4월 가정폭력·성폭력예방 장관직을 신설한 바 있다.

가정폭력을 정식 학교수업으로 이끌어낸 14살 호주 소녀 - 2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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