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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로 졸지에 빈털터리'…악몽이 된 신혼여행

송고시간2015-07-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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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배가 고프고 노숙자가 된 느낌이에요. 이틀 동안 울기만 했어요."

'꿈의 여행'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한 그리스인 부부의 신혼여행이 고국의 경제위기 탓에 악몽으로 변했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달 6일 그리스의 항구도시 볼로스에서 결혼식을 올린 콘스탄티노스 파트로니스(39)와 발라시아 림니오티(36·여) 부부다.

'그리스 사태로 졸지에 빈털터리'…악몽이 된 신혼여행 - 2

로스앤젤레스(LA)에서 카리브해까지 동서부를 가로지르는 3주간의 미국 횡단여행으로 허니문을 즐기기로 한 이들 부부는 1년 동안 저축한 돈으로 항공편과 호텔 예약을 마치고도 넉넉한 여행자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평소 현금을 주로 사용하던 부부는 '미국에서는 신용카드를 쓰는 게 좋다'는 주변의 조언에 그리스의 은행 2곳에서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를 하나씩 발급받아 여행길에 올랐다.

그러나 카드를 주 결제수단으로 마련한 것이 불행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처음 문제가 발생한 것은 신혼여행이 한창이던 뉴욕 맨해튼의 호텔에서 45달러의 추가요금이 카드로 결제되지 않았을 때였다.

얼마 남지 않은 현금으로 추가요금을 낸 이들은 자신들의 카드로는 현금도 인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아 지난달 29일부터 자본통제를 실시하면서 해외로 자금 이체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때우면서 돈을 아껴봤지만, 빈털터리가 된 부부는 여러 끼를 굶다가 결국 뉴욕 시내의 그리스정교 교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교회로부터 350달러를 받아 귀국하기 전까지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리스 볼로스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 중인 한 언론인도 부부의 사연을 듣고 성금을 쾌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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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로니스 부부는 이들에게 "반드시 돈을 갚겠다"고 말했지만, 교회 측과 그리스 출신 기자는 "선물로 생각하라"며 갚을 필요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림니오티는 AP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 있는 또 다른 그리스인들이 우리처럼 빈털터리 신세라는 이야기를 친척들로부터 들었다. 미국의 병원에 있는 그리스인 환자들은 치료비도 못 내고 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고국의 경제위기에 대해 림니오티는 "우리가 게으르거나 잘못된 일을 해서 이런 상황에 빠진 게 아니라는 점을 전 세계가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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