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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모르쇠' 나가사키시, 군함도 안내자료 수정할까(종합)

송고시간2015-07-0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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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조선소 운영 미쓰비시 중공업 태도도 관건…그동안은 '외면'방문자에 인식 좌우하는 정보 제공자…세계유산 등재 계기로 태도 변할지 주목

사진은 일본 나가사키(長崎)가 제작한 군함도 팸플릿으로 유람선을 타고 군함도에 가는 방문자에게 제공된다. 이 팸플릿에는 조선인 노동자의 존재가 기술돼 있지 않다.

사진은 일본 나가사키(長崎)가 제작한 군함도 팸플릿으로 유람선을 타고 군함도에 가는 방문자에게 제공된다. 이 팸플릿에는 조선인 노동자의 존재가 기술돼 있지 않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노역 희생자를 기리는 조치를 약속하고 관련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됨에 따라 각 시설을 보유한 일본 지방자치단체 등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강제 노역 사실은 등재문에 일단 반영됐지만, 방문자가 접하는 정보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어떤 내용을 공급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정보센터 설립을 비롯해 피해자를 기리고 관련 사실을 알리는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은 각 지자체와의 협력 속에 이뤄져야 할 내용으로 보인다.

그간 각 시설을 자랑스러운 역사 현장으로 홍보하며 관광객 유치에 나서 온 지방자치단체가 어두운 역사를 드러내는 구상에 순순히 응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나가사키시에는 나가사키 조선소(대형크레인, 목형장, 제3드라이독<dock>),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다카시마(高島)탄광 등 7개 시설 가운데 5개 시설이 있어 특히 주목된다.

예를 들어 현지 유람선 업체가 군함도 방문자에게 나눠주는 지도가 포함된 팸플릿은 나가사키 시에서 제작한 것인데 여기에는 한반도 출신의 노동자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다.

나가사키시가 역사 외면의 단초를 제공해 온 셈이다.

연합뉴스는 최근 강제노동의 역사를 뺀 이유나 팸플릿의 내용을 수정할 계획이 있는지를 나가사키 시에 수차례 질의했으나 답변에서는 역사를 직시하려는 태도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야마다 다케시(山田剛) 나가사키시 관광추진과 국내유치계장은 "군함도에 관광목적으로 오도록 한다는 관점에서 이런 팸플릿을 만들었다"며 "관광목적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제노동을 소개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 답하면서 "간결하고 알기 쉽게 한다는 관점에서", "관광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방문자들이) 즐길 수 있을까를 종합적 관점에서 생각해 왔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는 개인적인 반응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 일본 나가사키(長崎) 시장도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에서 문제를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강제 동원 노동자에 관한 한국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시기가 다르다는 언급을 하고서 지자체의 역할은 시설의 가치를 전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강제동원 '모르쇠' 나가사키시, 군함도 안내자료 수정할까(종합) - 2

다우에 시장은 석탄 자료관이나 군함도 자료관의 전시물에 조선인 노동자 문제를 반영하는 방안에 관해서는 "아직 그런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나가사키 조선소를 현재 운영 중인 미쓰비시(三菱)중공업과 같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중요하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세계유산에 등재된 시설 3개를 나가사키 조선소 내에 보유하고 여전히 사용 중이다.

목형장은 현재 조선소 사료관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곳에 전시된 많은 자료나 홈페이지 등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린 조선인의 존재를 확인할 수는 없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법원의 판결에 맞서 소송을 이어 온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 동원 노동자의 피땀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사실을 선뜻 인정할지는 상당히 의문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국제 사회에 약속했고 이를 토대로 일본이 세계 유산 등재라는 결과를 얻은 만큼 관련 지자체나 기업이 조선인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용기를 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취재보조: 이와이 리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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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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