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한국경제 단기 충격 불가피
송고시간2015-07-06 11:24
소비심리 악화 우려…수출 기상도 '흐림'
(세종=연합뉴스) 이광빈 김동호 기자 = 그리스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국제 채권단의 긴축안에 반대함에 따라 한국경제에 미칠 여파가 주목된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그렉시트(Grexit)까지 이어질 경우 유로존을 포함한 세계경제가 받을 충격의 크기에 따라 한국경제가 받을 영향의 폭도 결정될 전망이다.
6일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 국제 채권단의 채무협상안에 대한 반대가 61.3%에 달하면서 그리스 사태는 당장에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간의 협상 결렬로 그리스가 오는 20일 만기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채무 35억 유로를 갚지 못하게 되면 그리스가 자체 통화 체제로 복귀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은 거시경제금융회의 등을 열어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다듬었다.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한국경제는 금융시장을 위주로 단기적인 충격을 받겠지만, 중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거나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유로존 경제에서 그리스의 경제 비중이 1.8%에 그치고 이미 시장이 충격에 대비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근 국가로 경제위기가 전이되어 유로존 성장률을 잠식하게 되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인 한국이 입을 타격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국내 소비심리 악화 우려
전문가들은 아직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렉시트로 이어지면 당장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유로존 위축현상이 세계경제로 전이돼 교역량이 줄어드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 한국경제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은 협상 가능성이 남아있어 그렉시트로 간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그렉시트로 가게 되면 유로존의 불안전성이 커져 국내 금융시장과 수출 역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으로 경기가 안 좋은데 그리스 사태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더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세계경제, 그리스 위기에 상당 부분 대비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론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유럽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대비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도 그리스 사태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이 2011년 그리스 채무위기로 촉발된 유럽의 재정위기 당시보다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유럽 주요 은행이 해외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유럽 주요 은행의 한국에 대한 익스포저(외국 금융사가 해당국에 빌려준 돈 중 경제적 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는 많지 않은 편이다.
유럽 주요 은행의 대 한국 익스포저는 유럽재정위기 당시 1천675억2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1천174억4천만 달러로 줄었다.
이 가운데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계 은행의 한국에 대한 익스포저는 같은 기간에 25억5천만 달러에서 11억3천만 달러로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스의 그렉시트 위기가 고조됐던 올해 1분기에도 외국인 투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올 1분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오히려 23억4천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그리스 사태가 유로존으로 얼마나 전이되느냐가 문제인데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은 장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한국 수출부진 우려…가격경쟁력 하락
그렉시트의 현실화시 전문가들은 수출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와 그리스와의 교역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의 0.1%에 불과해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수출이나 국내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때처럼 주변국으로 위기가 파급되면 유럽 전체가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유로존에 대한 수출 전반에 악영향이 올 수 있다. 올해 들어 대 유럽연합(EU) 수출은 전체의 8.2% 수준이다.
더욱이 유로존 위기로 인한 유로화의 가치가 더 하락하면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올라가기 때문에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부터 유로화 대비 원화 강세로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 사태로 인한 충격이 커질 수 있다.
민간 연구기관도 그리스 사태로 인한 수출부진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는 그리스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 지난해 대비 한국의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증감률이 1.4%포인트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그렉시트 우려가 현실화하면 추가 하락폭은 7.3%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호정 연구위원은 "유로존이 계속 안정화되지 못한 상태로 갈 수 있다"면서 "유로화 약세가 커지면 수출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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