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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코카잎을 씹는 의미는…볼리비아 모랄레스 리더십

송고시간2015-07-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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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정치를 끝낸 리더십, 에보 모랄레스'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오는 9일 볼리비아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특별한' 이벤트를 하나 연출하게 된다. 다름 아닌 코카잎 씹기다.

교황은 방문에 앞서 볼리비아 정부에 "코카잎을 씹고 싶으니 준비해달라"고 각별히 부탁했다. 이 부탁은 얼핏 작은 것 같지만 무척 깊은 뜻을 함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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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는 볼리비아 농민들에게 가장 소중한 농작물이다. 이들은 거의 유일한 환금작물인 코카를 팔아 기본생계를 유지한다. 우리로 치면 대표적 농산물인 벼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언제부턴가 코카는 마약을 연상시켰다. 마약으로 통하는 코카인의 원재료로 쓰일 수도 있어 그런 것 같다. 소중한 곡식이 어느날 갑자기 마약 이미지를 뒤집어쓰면서 터부시됐던 것.

그 막후에는 미국이 있었다. 미국은 코카인의 주요 공급지로 콜롬비아와 함께 볼리비아를 꼽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바람에 코카 재배자들은 '마약범죄의 공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코카는 볼리비아에 주권이나 다름없었다. 코카 생산자들로선 생명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에 적극 영합했다. 주권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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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항해 코카 '주권' 회복에 앞장선 이가 바로 현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 가난한 라마의 목동이자 코카 재배자 출신인 모랄레스는 코카재배자운동의 선봉에 섰다. 그리고 2005년에는 토착민으로는 근대 이후 최초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볼리비아는 모랄레스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다르다. 무분별한 민영화, 정치인의 기만적 공약, 국가의 사유화, 시민요구에 대한 무대응에서 직접민주주의 실현, 토착민 전통의 제도화, 다양성과 공동체 구축 등으로 대대적인 전환을 한 것.

이로써 볼리비아는 대변혁을 일으켰다. 탐욕의 정치에서 민중의 정치로 전환한 것이다. 국가경제위기 속에서도 IMF 처방책과는 전혀 다른 신경제 모델 '에보노믹스'로 난관을 돌파했다.

스벤 하르텐의 저서 '탐욕의 정치를 끝낸 리더십, 에보 모랄레스'는 오늘의 볼리비아를 함께 일으켜 세운 모랄레스 대통령과 사회주의운동당(MAS)이 헤쳐온 현대사를 집약했다.

코카 재배자들의 정치기구인 MAS는 볼리비아의 천연자원의 상징인 코카의 정체성을 지키고 그 재배자이자 수호자인 민중들을 연대케 하는 데 앞장섰다. 천연자원의 주인은 소수 특권층이 아닌 다수의 민중에게 있다며 그 정당성 확보에 주력했던 것.

그 결과 집권에 성공한 모랄레스 정부는 올해까지 10년째 집권하고 있다. 남미에서 토착민이 집권한 것 자체가 20세기 들어 처음 있었던 일. 모랄레스는 정치제도 민주화와 경제적 성공으로 3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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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코카 재배자들은 1990년대의 '마약과의 전쟁'의 혼란을 거치는 과정에서 코카를 볼리비아 국가주권 수호의 상징으로 표현하면서 등장했다"며 "모랄레스의 정치적 성공의 뿌리는 코카잎의 수호였다"고 말한다. 이는 "코카를 수호하는 것이 민중의 주권을 수호하는 것이다"는 모랄레스의 신념과 일맥상통한다.

볼리비아인들에게 코카는 '성스러운 잎'이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1천여년 동안 코카를 재배해왔고 오늘날도 8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매일 코카잎을 소비한다. 그 영양적, 의약적, 의식적 기능과 효험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 미국에 의해 마약의 이미지를 뒤집어쓴 것은 볼리비아인들에게 일종의 억울한 저주나 다름없었다.

교황이 이번 볼리비아 방문에서 코카잎을 씹는 것은 그 명예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는다. 남미 출신의 교황이기에 그 존재가치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지 모른다. 참고로, 지난해 6월 볼리비아 방문 중 70세 생일을 맞았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코카잎 가루를 넣어 만든 생일 케이크를 받았지만 공개적으로 맛보지 않았다.

예지. 358쪽. 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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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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