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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국내 독극물 사건들…대부분 미제로 남아

송고시간2015-07-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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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 한계점 드러내…농약관리시스템도 정비해야

독극물 음독사건 유력 용의자 집 창고
독극물 음독사건 유력 용의자 집 창고

(상주=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마을회관 독극물 음료수 음독사건의 용의자 A씨 집 창고 모습. 상주경찰은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2015.7.17
psykims@yna.co.kr

(대구=연합뉴스) 박순기 최수호 기자 = 지난 14일 경북 상주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농약 사이다' 사건 이외에도 국내에서는 독극물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대부분 사건은 살충제, 제초제 등 농약을 섞은 경우라서 고독성 농약을 관리하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미제로 남은 사건이 많아 과학수사에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 독극물 미제 사건들

마을회관 앞 성인용 보행기
마을회관 앞 성인용 보행기

(상주=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17일 오후 독극물 사건이 일어난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앞에 성인용 보행기가 놓여있다. 경찰은 이날 독극물 음료수 음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7.17
psykims@yna.co.kr

2007년 5월 경북 영천시내 한 재래시장에서 '농약 드링크제'를 마신 송모(당시 64·여)씨가 숨지고 정모(당시 72) 할머니는 의식을 잃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들이 의식을 잃은 곳 주변에서 찾아낸 다른 드링크제 2병에서도 농약 성분이 있음을 확인했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를 노리고 누군가가 농약이 든 드링크제들을 시장에 두고 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

또 2004년 9월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에서 전모(당시 63·노숙자)씨가 농약이 든 음료 3병을 발견, 모두 마시고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는 이 음료수에 농약이 든 것을 모르고 마셨다.

이 해 8∼9월 대구 달성공원과 두류공원에서 모두 7건의 유사한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입금지
출입금지

(상주=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17일 오후 독극물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15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앞에 선을 치고서 통제하고 있다. 2015.7.17
psykims@yna.co.kr

이들이 마신 음료는 5개 들이 한묶음 포장 가운데 3∼4개만 그대로 담겨있어 누군가가 방금 남기고 간 것처럼 위장한 공통점이 있어 동일범 소행으로 추정됐다.

2013년 2월 충북 보은군 보은읍 한 식당에서 콩나물밥을 먹은 6명 중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양념 간장에서 고독성 살충제가 나왔다.

이밖에도 2012년 4월 전남 함평의 한 경로당에서 살충제 농약이 든 비빔밥을 먹고 6명 중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 해결한 사건들

'포천 농약 연쇄살인'은 보험금을 노린 노모(당시 44·여)씨가 전 남편과 현 남편, 시어머니 등 3명을 맹독성 제초제를 넣은 음료수로 살해한 사건이다.

분주한 상주경찰서
분주한 상주경찰서

(상주=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경찰은 17일 상주의 한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독극물 음료수 음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북 상주시 성하동 상주경찰서 모습. 2015.7.17
psykims@yna.co.kr

노씨는 2011년 5월 독극물로 전 남편를 살해한데 이어 2013년 1∼8월 음료수와 음식에 제초제를 조금씩 섞어 넣어 재혼한 남편과 시어머니를 폐렴으로 숨지게 했다.

노씨는 살인, 존속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지난 13일 사형이 구형됐다.

'살충제 요구르트' 사건은 1998년 7월 울산의 한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아들(당시 12)에게 고독성 살충제를 주입한 요구르트를 먹여 3일만에 숨지게 한 것이다.

아버지 김모(당시 64·무직)씨는 요구르트 매장 측에 돈을 받아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렀고, 아들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도주해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공소시효 15년을 하루 남겨둔 지난 17일 공소심의원회를 열어 기소를 결정했다. 김씨를 검거할 경우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 농약관리·과학수사시스템 미흡

고독성 농약을 관리하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시골마을마다 농약 판매처가 여러 곳 있지만 구입자 확인, 농약 판매개수 등 관리가 치밀하지 못한 실정이다.

구입자가 고독성 농약을 농기계 창고 등에 보관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농약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분주한 상주경찰서
분주한 상주경찰서

(상주=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경찰은 17일 상주의 한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독극물 음료수 음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북 상주시 성하동 상주경찰서 내부 모습. 2015.7.17
psykims@yna.co.kr

경북농협본부 한 관계자는 "농약 구입 및 보관에 관해 농업인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지만 농사에 쓰는 농약이 워낙 많아 철저한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독극물 사건의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만 이에 관한 과학수사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에서도 농약 사이다 및 드링크제(자양강장제)에서 지문을 채취하지 못해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마을회관에서 400여m 떨어진 마을 입구 폐쇄회로(CC)TV에서 외부인 출입 여부를 점검하는 것 이외에는 더 이상의 과학수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용의자 자백'에만 의존한 채 수사를 진행하다보니 '범행 부인'이란 벽에 부딪히면 초동수사 한계를 드러내고 영구미제로 이어지는 우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par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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