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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韓日 세 남자, 두나라 화해를 노래한다

송고시간2015-07-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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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배재철과 그를 후원하는 103세 일본의사·프로듀서의 '아름다운 동행'내달 도쿄와 오사카서 콘서트 개최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죽다 살아난' 한국과 일본의 세 남자가 양국의 화해를 노래한다.

목소리를 잃고 나락에 떨어진 한국인 테너가 일본인들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고 재기한 실화를 그린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이하 더 테너)'의 실제 주인공인 테너 배재철(45)씨와 103세의 일본인 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옹, 그리고 음악 프로듀서 와지마 도타로(輪嶋東太郞·52)씨의 이야기다.

의학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5년 '문화훈장'을 받은 명망가인 히노하라 옹은 2년 전 배씨가 부른 헨델의 '옴브라 마이프'에 매료돼 배씨의 일본 내 모든 공연에 동행해온 '파트너'다. "배 씨의 노래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평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공헌"이라며 배 씨의 일본 활동을 적극 후원해왔다.

와지마 씨는 배 씨를 일본 무대에 알린 것은 물론 그가 목소리를 잃고 쓰러졌을때 일본인 의사의 집도로 수술을 받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영혼의 매니저'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공통분모로 엮인 세 사람은 내달 일본 공연을 앞두고 20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와지마 씨 사무실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자신들이 '죽다 살아난 이야기'를 전했다.

1956∼1957년 총리를 역임한 이시바시 단잔(石橋湛山·1884∼1973년)의 주치의를 맡을 정도로 인정받는 의사였던 히노하라 옹은 1970년 일본 적군파의 여객기 납치사건인 '요도호 사건'때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나 도쿄로 돌아온 뒤 새로운 인생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나 히노하라의 목숨은 하나님이 준 것이다. 앞으로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 내 생명을 사용하고 싶다고 아내에게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배 씨는 갑상선암 제거 수술 후 한때 목소리를 잃었다가 일본 지인들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성대 회복 수술을 받은 뒤 성악가로서 극적인 재기를 한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노래하는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됐다고 하면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하나님 은혜로 노래하게 됐다"고 전한 뒤 "'남은 인생은 덤으로 산다'고 하는 말을 이전엔 공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공연의 기획자이자 영화 '더 테너'의 제작을 주도한 와지마 씨는 "한국과 일본 사람이 서로 상대의 고통을 자기 고통으로 느끼게 하고, 그것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자는 마음으로 '더 테너'를 만들었지만, 중간에 영화가 한번 엎어져 완성할 수 없는 상태가 됐을 때 나는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그 순간 내가 만들고 싶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맞는 일이라면 길을 열어달라, 내가 그 길을 가겠다고 했다"며 "그랬더니 배 씨가 목소리를 되찾듯 불가사의하게도 길이 열려 영화를 완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죽다 살아난' 경험을 가진 세 사람은 불신과 적개심이 커져가는 한일 양국민의 마음을 음악으로 녹이고 싶다는 꿈으로 의기투합, 내달 4일과 7일 각각 오사카(大阪)와 도쿄(東京)에서 공연을 한다.

'더 테너' 상영회와 배 씨의 콘서트, 히노하라 씨와의 대담 등 영화와 노래, 이야기를 통해 한일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다.

배 씨는 "한일 간에 서로 불신이 많은데, 음악인으로서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 불신을 해소하고 싶다"며 "음악으로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고 그것을 바탕으로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문다면 한일관계는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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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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