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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들의 상처 보듬어 온 '큰 언니' 이옥정 대표

송고시간2015-07-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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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 쉼터 '막달레나 공동체' 30년간 운영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큰 언니 같은, 엄마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보려고 했기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은 별로 없어요. 쉼터를 떠나 잘살고 있는 애들이 이곳을 친정처럼 생각하고 이곳이 그립다고 연락하고 찾아올 때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국내 최초의 성매매 여성 쉼터인 '막달레나 공동체'가 오는 22일로 설립 30주년을 맞는다.

용산구의 작고 허름한 식당 건물 2층 방에서 출발한 막달레나 공동체를 30년간 이끌면서 소외받은 여성들의 상처를 보듬으면서 이들의 '큰 언니' 역할을 해 온 이는 이옥정(67) 대표다.

30여 년 전 보험회사에 다녔던 이 대표는 성매매 여성 집결지가 있었던 용산에서 성매매 여성을 어머니로 둔 5살 여자아이가 길거리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것을 보고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용산의 단칸방에서 2년간 혼자서 성매매 여성 상담을 했던 이 대표는 1984년 미국 출신의 문애현(진 말로니) 수녀를 만났고, 이듬해 문 수녀와 뜻을 모아 '막달레나의 집'을 설립했다.

20일 설립 30주년 기념 미사가 열린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쉼터를 나가 잘살고 있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가난하게 살던 시절이, 여기서 먹던 밥이 그립다고 찾아옵니다. 기댈 곳 없던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준 것 같아 참 잘했다 싶어요. 10년이 지나서도 연락하고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어요."

30년간 쉼터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때를 묻자 "큰 언니 같은, 엄마 같은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은 별로 안 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생, 자식 가르치고 먹이면서 힘들어도 그게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힘든 기억은 별로 없다고는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의 쉼터가 전혀 없었고, 이들에 대한 편견도 심했던 시절부터 쉼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05년 여성부 등록단체로 전환되고 정부 지원과 후원도 늘었지만, 초반에는 경제적으로 힘든 적도 많았다. 셋방살이를 해 온 까닭에 언제 방을 빼야 할지 몰라 집주인 눈치를 보기도 했다. 식구들이 외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올 때도 많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식구들이 괴로움을 다 얘기하지 못하고 무작정 나갔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곳에 와서 생활하던 식구 중에도 당장 갚아야 할 빚이 많아서, 혹은 이곳에서도 미래가 잘 안 보이니까 중도에 나가는 이들도 많아요. 처음에는 원망스럽기도 하고, 배신감이 들기도 하고, 다신 오지 말라고 야단치기도 했어요. 내가 잘 배려하지 못했나, 깊이 상담하지 못했나 자책감이 들었죠.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니 내가 더 괴롭더라고요. 결국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되고 나머지는 그들 몫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중도에 나간 식구들에게도 언제든 다시 연락하라고 하고, 돌아오는 이들은 다시 품에 안아줍니다."

막달레나 쉼터는 성매매 경험으로 상처받은 여성들이 모여 함께 밥을 지어먹고 생활하면서 희망을 새기고 미래를 꿈꾸는 보금자리다. 이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법률, 의료, 상담, 교육 등 모든 방면에서 지원한다.

이 대표는 현행 규정상 성매매 경험 여성들이 쉼터에서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최대 1년 6개월로, 주거지 확보와 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쉼터에서 나온 이들이 3년간 머물 수 있는 그룹홈도 만들었다.

2013년에는 가출한 10대 소녀들을 보호하고 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치료하는 '청소녀 건강센터'도 설립했다.

"30년간 성매매 여성 쉼터를 운영해 오면서 '누구나 내 손을 조금만 더 잡아줬으면 내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성매매 여성들의 공통된 견해라는 것을 터득했어요. 성매매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는 점에서도 성매매에 노출된 10대 소녀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청소녀 건강센터'를 만들게 됐습니다. 10대 소녀뿐 아니라 노령 여성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도 절감하고 있어 앞으로는 이 분야로도 넓히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상처 보듬어 온 '큰 언니' 이옥정 대표 - 2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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