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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경준 통계청장 "현실성 있는 통계 만들겠다"

송고시간2015-07-2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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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총조사, 선택받았다 생각하고 흔쾌히 응해 주셨으면""통계청 위상은 전문성에서…직원들 자부심 키워 주고파"

유경준 "현실성 있는 통계 만들 것"
유경준 "현실성 있는 통계 만들 것"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유경준 통계청장이 지난 24일 정부대전청사 통계청장실에서 열린 연합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현실성 있는 정확한 국가통계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2015.7.26
walden@yna.co.kr

(세종=연합뉴스) 이광빈 박초롱 기자 = 통계청이 내놓는 가계소득 통계는 정부가 복지정책이나 소득분배정책을 만들 때 참고하는 핵심 자료다.

그러나 고소득층의 이자·배당소득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지난 24일 대전본청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현실성 있는 정확한 국가통계' 생산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특히 고용·물가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반영할 수 있는 통계를 개발하고, 가계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물가지수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취임 일성으로 "수요자가 원하는 통계를 생산하겠다"고 했는데.

▲ 고용과 분배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국가통계를 많이 활용해 왔다. 지금은 실업률 통계가 개선됐지만 통계청이 내는 실업률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통계의 최종 수요자인 국민은 3∼4%인 실업률이 너무 낮다고 하고, 물가가 1%대인데 체감물가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고용·물가 등의 현실을 통계가 제대로 반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반영할 수 있는 통계를 개발하고 올해 말까지 자영업자 통계를 보완하고자 한다.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을 추가하고 가중치를 재산정하는 방식으로 물가지수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 통계청장으로서 새로 만들고 싶거나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지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동향'에서 한국의 소득분배수준은 상당히 괜찮게 나오지만, 이 통계에는 최고 소득층이 빠져 있다. 가계동향은 서베이(설문) 조사인데, 최고·최저 소득층이 조사에 응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득분포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국세청에서 이자·배당소득 자료를 받아 가계동향 통계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금융실명제 등의 문제 때문에 국세청에서 자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처럼 통계청도 금융자산·소득 자료를 국세청에서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싶다. 국세청 자료가 있어야 현실과 괴리가 없는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있다.

-- 법 개정을 위해 국세청과 협의를 하고 있나.

▲ 노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이 발의를 준비하는 법안이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국세청에서 금융자산·소득 자료를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통계청은 개인정보 보호를 철저히 한다. 다른 정부부처에서 행정자료를 받을 때도 암호화한 상태에서 자료를 받아 개인정보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법 개정이 지금 된다고 해도 자료를 수집·분석해 결과를 내놓기까지 최소 2년이 걸린다. 청장으로 있는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이다.

-- 소득분배 통계가 왜 중요한가.

▲ 소득분배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상당히 다른 수준의 정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국세청 자료를 이용해 통계를 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소득분배 통계도 중요하지만 '계층 이동성' 통계도 필요하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열려 있는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스템이 있는지,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추적해 볼 수 있는 게 계층 이동성 통계다. 통계를 만들려면 패널 데이터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 통계청장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나.

▲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잠재성장률이 올라가지 않아 더는 견디기 어려운 상태가 될 것이다. 현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방법으로 구조개혁을 택한 거다. 한국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경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대기업의 정규직 조합원이 전체 근로자의 7% 정도인데, 이 부분이 경직적이고 다른 부분은 유연한 편이다. 대기업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에 의해 과보호를 받고 있어 해고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기득권의 양보를 통해 이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년 연장 문제도 상당하다. 일각에선 정년 연장과 청년 실업이 무관하다고 하지만, 과거 데이터를 갖고 하는 주장이다. 세대간 일자리 싸움은 틀림없이 일어난다고 본다. 정년을 연장하되 임금을 줄이고, 그 재원으로 청년을 취업시켜야 상생할 수 있다.

-- 올해는 통계청이 5년마다 하는 인구주택총조사가 예정돼 있다. 이번 조사는 처음으로 '등록 센서스'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 그동안에는 국민 100%가 모두 인구주택총조사 대상이 됐다. 올해는 표본 20%만 뽑아 조사한다. 13개 행정기관의 주민등록부, 건축물 대장 등을 받아 성별·연령·주택종류 등 기본사항을 파악하고서 행정기관 자료만으로 알기 어려운 심층자료만 통계청 조사원이 직접 찾아가 조사한다. 등록 센서스로의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다. 우선 전수조사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로 조사에 응답하지 않으려는 국민이 많은데, 국민의 불편함과 걱정도 덜 수 있는 방식이다. 이번에 센서스 대상이 되는 20% 국민께서 조사에 잘 응해주셔야 좋은 통계가 나오고, 이 통계를 기반으로 국민 생활이 나아질 수 있다.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조사에 응해주셨으면 좋겠다.

-- 올해 인구주택총조사에선 행정자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산을 절감하는데, 다른 통계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 있나. 기업들이 내는 빅데이터 통계와 융합한 통계를 만들 계획은.

▲ 현재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 술을 마시는 여성들이 늘었다는 통계를 보고 소주 도수를 낮추는 식이다. 통계청에서는 현재 SK텔레콤에서 자료를 협조받아 인구 이동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시 요청으로 하는 시범사업이다. 인터넷 오픈마켓 가격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물가지수' 발표도 준비하고 있다. 소비패턴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기 위한 '온라인쇼핑 수출입통계'도 추진 중이다. 최근 '역직구' 활성화로 온라인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정책 대응방안을 마련하려면 온라인쇼핑 수출입 통계가 빠르게 나와야 한다.

-- 통계청에서 드론(무인기)을 이용한 농업통계조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 작년에 충청남도 공주시 2개 면에서 무인기를 이용해 작물재배면적 조사 가능성을 알아봤다. 올해는 현장 조사할 때 어려움이 큰 간척지에 드론을 띄워 벼 재배면적조사를 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겠다.

-- 파급력과 실효성 있는 정책을 위해서는 통계가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통계청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지만, 다른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조 과정에서 통계청이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 청장 취임 이후 지방청을 방문했는데, 직원 한 분이 통계청 직원으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이 떨어진다는 얘길 했다. 당시엔 답을 삐딱하게 했다. 국가의 공복인 공무원이 봉사하면서 보람을 느껴야지 '갑질'로 보람을 느끼면 되겠느냐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었다. 상급기관은 많고, 통계조사를 나가선 문전박대를 당하고…. 통계청의 위상은 무엇보다도 전문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빅데이터 등 활용 가치가 높은 데이터를 연계·분석하는 '통계 허브'를 구축해 통계청의 전문성과 위상을 동시에 높이고 싶다. 통계를 단순히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분석·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여 나간다면 전문성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직원 사기도 올라갈 것으로 본다.

-- 통계청장으로 재임하면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 현실성 있는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고 싶다. 또 통계청 직원들의 자긍심과 자부심 키워주고 싶다.

-- 여름휴가 계획은.

▲ 7월 30일에 떠난다. 충청북도 음성군 인근의 펜션을 예약했다. 낚시도 할 수 있는 곳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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