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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사찰없다" 강조…의혹 얼마나 해소됐나

송고시간2015-07-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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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 심리적 압박에 자살" vs "자살이유 납득 못해""방대한 양, 복구 시간걸려" vs "오래 걸린 이유 설명안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배영경 김동현 류미나 기자 = "국내 사찰은 있을 수도 없고, 절대 있지도 않다" "전직 원장이 사찰에 관여한 것이 드러나면 책임지겠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27일 오후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에 관한 국회 정보위 현안 보고에서 수차례 "믿어달라"는 말을 반복하며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주장했다.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해 운용했던 임모 과장이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하루 전날 삭제한 51개 파일에 대해 열흘만에 복구·분석을 완료하고 로그파일을 열어봤더니 민간인 사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이 국내 이동통신사 회선을 이용했다는 데 대해서는 직접 '시연'까지 하면서 첩보 활동을 위한 실험용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날 로그파일 원본 등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관련 자료 제출에는 응하지 않았다. 주로 자체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를 말로 설명하며 결연한 의지로 '결백'을 호소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오늘 상임위에 대해 전혀 만족하지 않았다", "자료도 안내놓고 믿으라고만 한다"며 불만을 드러내 그동안 쟁점이 됐던 의혹은 당분간 여야간 공방의 영역에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날 현안보고를 통해 해명된 의혹과 여전히 남은 쟁점들.

◇임 과장, 파일 삭제에서 자살까지 = 비공개로 열린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임 과장이 삭제한 파일을 전량 복구했다고 밝혔다. 삭제한 시점은 지난 17일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이튿날 오전 5시께 집을 나서기 약 28시간 전이다.

임 과장이 파일을 삭제하고 나서 불과 16시간 뒤 국정원은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프로그램 사용 기록을 정보위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심리적 압박에 못이긴 임 과장이 이튿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게 국정원의 추론이다.

주호영 정보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이름을 밝히진 않겠지만, 야당 의원으로부터 '임 과장의 사망이 자살이 아니라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됐음을 시사하는 언급이다.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내부 논란에도 자신이 강력히 주장해 이것(해킹 프로그램)을 채택했는데, 그것 때문에 논란이 되니까 압박을 받은 것"이라며 "(파일을) 몇 개 지웠는데, 또 (국정원에서) 원본을 공개한다니까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도 받은 것 같다"고 추정했다.

앞서 임 과장은 '데블엔젤(Devil Angel) 1004'라는 이메일 아이디를 사용, 지난 2012년 1월과 7월 문제가 된 RCS(리모트컨트롤시스템) 해킹 프로그램 라이선스 20개를 구입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임 과장의) 자살 이유에 대한 설명은 아무도 못한다. 국정원도 못하고 우리도 납득을 못한다"고 주장했다.

◇삭제된 파일 복구, 왜 오래 걸렸나 = 임 과장의 파일 삭제는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를 통해 해킹프로그램 '리포트컨트롤시스템(RCS)'의 'Delete(삭제)' 키로 이뤄졌다. 임 과장에게 영구 삭제 권한은 없었으나, 독단적 판단으로 삭제했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국정원은 파일을 삭제했다는 임 과장의 유서를 발견한 직후 복구에 착수했으나, 비교적 단순한 삭제 방식임에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방대한 양이어서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물을 과학적으로 조사해 정보를 찾는 과정)에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했고, 시간이 무작위로 들어간 자료를 추출하는 게 힘들었다"고 설명했다고 야당 간사인 신 의원이 전했다.

그럼에도 삭제된 파일을 복구한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만큼, 여야는 조만간 이 분야의 국정원 내부 전문가와 여야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국정원에서 현장 간담회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RCS를 사용한 시스템을 백업했다면 순식간에 100% 복구가 가능하고, 백업하지 않았다면 하루나 이틀 지나면 100% 복구는 불가능해진다"며 "백업했다면 일주일이나 걸린 이유가 설명 안 되고, 안 했다면 100% 복구 자체가 모순"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51개 파일 모두 "사찰 흔적 없었다" = 국정원이 복구했다고 밝힌 임 과장의 삭제 파일은 모두 51개다.

이 가운데 대테러·대북 관련 정보수집에 활용된 것은 10개, 다른 10개는 같은 목적으로 쓰려 했으나 정보수집에 실패한 것이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나머지 31개는 RCS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국정원 자체적으로 실험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야당 등에서 의혹을 제기한 국내 민간인을 상대로 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국정원장은 회의에서 "직(職)을 걸고 불법 (사찰)한 사실이 없다"고 단언한 뒤 "전직 원장들도 사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여러 차례 "자신 있게 얘기한다. 믿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51개를 지웠다는 것을 100% 확신하느냐고 여러번 물었는데 확신한다고 했는데 그 근거는 뚜렷하게 없었다"고 전했다.

또 일각에선 SK텔레콤의 회선 3개와 다른 회선 2개 등 국내 회선 5개가 사용된 점으로 미뤄 민간인 사찰의 정황 근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국정원은 이 역시 강력히 부인했다.

국정원은 정보위 회의장에서 직접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와 IP(인터넷프로토콜) 주소를 제시하면서 이들 회선이 국정원 자체 실험을 위한 공용 스마트폰 및 PC라고 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아직 IP는 계속 나오고 있다"며 "100% 해소됐다는 것까지 갈 수 없다'며 여전히 의구심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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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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