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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메르스 막으려면…방역·의료 체계 확 바꿔야

송고시간2015-07-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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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예산·인사권' 갖도록 처·청 격상 '논의'1차 의료 강화·포괄간호서비스 조기 확대·공공의료 보강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정부가 28일 일상 생활 복귀를 권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두달 넘게 끌어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일단락됐다.

첫 환자 발생 후 69일만에 힘겹게 '사실상 메르스 종식' 선언이 나온 것이지만, 또다른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은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 정부의 방역체계에 얼마나 허점이 많은지, 병원이 얼마나 감염병에 전염되기 쉬운 곳인지 만천하에 드러냈고 그만큼 방역·의료 체계에서 큰 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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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병 통제 컨트롤타워 정비해야

메르스 사태가 그동안 사회 전반에 가져왔던 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감염병을 관리하고 통제할 정부 조직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태 초반 방역이 허술했던 이유가 보건복지부 산하조직인 질병관리본부에 감염병 통제를 맡겼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에서다. 보건과 복지를 아우르는 보건복지부의 담당 영역이 너무 커서 감염병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메르스 후속 대책 중 하나로 보건복지부의 보건분야와 복지분야를 각각 담당하는 2명의 차관을 두는 '복수차관제'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대해서는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키든지, 아니면 본부 자체를 별도의 청이나 처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별도의 보건부 장관을 둬야 한다는 의료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행정 효율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방식으로든 보건 분야, 특히 질병관리 분야의 정부 조직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질병관리본부의 독립 문제를 놓고는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메르스 방역의 최전선에 있었던 질병관리본부가 이번 사태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데에는 복지부 산하기관이라는 조직 구조상의 한계가 있다.

복지부 산하기관이라서 예산권을 행사하고 적소에 인사를 할 수 없어서 스스로는 감염병 대비 체제를 만들 수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비정규직 인력은 269명으로 정규직 164명보다 100명 이상 많으며 감염병 관련 예산도 적은 편이다.

의사출신 인력도 정규직 164명 중 13.4%인 22명 뿐이다. 역학조사관은 32명 뿐으로 이 중 30명은 군복무 대신 일하는 공중보건의로 채워져 있다. 국회는 지난 26일 일명 '메르스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역학조사관 수를 64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역학조사관 인력풀을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를 처나 청으로 독립시켜서 예산과 인사 권한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 내에서는 별도 조직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검토한 방안들이 장단점이 있고, 보건이나 질병 분야에 이해집단의 의견이 많이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공청회를 통해 국민 의견을 들어보고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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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과밀화' 막고 '보호자 없어도 되는 병원' 늘려야

이번 사태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한국의 특수한 병원 문화와 의료체계가 메르스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일부 가족 간 감염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병원 내에서 감염된 만큼 중동의 낙타 대신 한국에서는 병원이 질병의 '숙주'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환자들이 여러 곳의 병원을 전전하는 '닥터 쇼핑'을 하는 사이 바이러스가 여러 병원으로 빠르게 퍼진 점도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닥터 쇼핑 관행이 사라지도록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인 '1차 의료'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동네 병원에 대한 지역사회에서 신뢰 수준을 높이는 한편, 대형 병원에서 해 줄 수 없는 맞춤형 주치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 '상급병원 쏠림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이 메르스 '숙주' 역할을 한 것에는 가족이나 전문 간병인이 좁은 병원 공간에서 환자의 병수발을 해야 하는 한국 의료체계의 특수성도 작용했다.

이에 대해서는 포괄간호서비스의 도입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된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필요 없는 병원을 늘리자는 것이다.

포괄간호서비스는 간병인이 아닌 간호사·간호조무사 등이 전문적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제도다. 정부는 포괄간호서비스를 2018년 전체 병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형 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는 것도 후속 대책의 핵심 목표다. 이번 사태의 핵심 감염지는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장시간 머물렀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었다.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응급실을 거친 입원 환자에게 입원료를 가산하거나 과밀화 지수를 통해 응급의료 수가를 차등화하는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반 병상의 과밀화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좁은 공간에 모여있는 다인실 병상은 초반 메르스 확산의 '주범' 중 하나였다. 병상 과밀화 해소를 위해서는 병상 당 면적 기준을 늘리는 방향으로 병실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메르스 사태와 같은 비상상황이 터지면 '최전방'에서 움직여야 하는 공공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 장비를 우선으로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내 공공의료의 골간을 이루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을 더욱 보강하는 한편, 이들 공공병원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고 제도적 지원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정재수 정책국장은 "국립중앙의료원에 감염병전문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며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한국원자력의학원, 경찰병원, 교통병원 등 특수목적 공공병원들을 묶어 국가재난대책 병원집단을 수립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 역시 공적 의료기관을 감염병 관리 지정병원으로 지정하고 음압병실을 확대하는 등의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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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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