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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꼬인 북중관계 매듭 직접 푸나

송고시간2015-07-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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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 전승절에 황병서 보낼 듯…방문외교 '물꼬'"중국 주재 북한대사 기자회견도 북중관계 겨냥한 것"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7월 25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노병대회에서 축하연설을 통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중국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했다. 2015.7.26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7월 25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노병대회에서 축하연설을 통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중국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했다. 2015.7.26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년 반 넘게 냉랭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북중관계 해결에 직접 나서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25일 제4차 전국노병대회 축하연설을 통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한데 이어 27일에는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에 본인 명의의 화환을 보냈다.

2013년 제3차 핵실험과 같은해 12월 장성택 처형에 대한 중국의 불만과 작년 7월 시진핑 (習近平) 국가주석의 선(先) 남한 방문으로 중국 지도부를 철저히 외면해온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화해의 신호탄을 쏴올린 셈이다.

정전협정 체결 기념 중앙보고대회 같은 기회를 통해 북한 고위급 간부의 발언으로도 충분했을 대중국 메시지를 김 제1위원장이 직접 전달함으로써 양국관계를 해소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사실 북중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 11일은 북중 혈맹을 상징하는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약칭 북중조약) 체결 54주년이었지만 양국은 아무런 행사도 열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6월 5일 리진쥔(李進軍) 평양 주재 중국 대사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북한을 돕기 위해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평양의 북중 친선 택암협동농장에서 모내기 지원을 펼쳤지만 북한 매체는 이런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냉랭했던 북중관계가 화해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운데)는 7월 28일 중국 베이징(北京) 북한 대사관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6자회담의 불발 원인을 미국의 탓으로 돌렸다. 2015.7.28
jsa@yna.co.kr

냉랭했던 북중관계가 화해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운데)는 7월 28일 중국 베이징(北京) 북한 대사관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6자회담의 불발 원인을 미국의 탓으로 돌렸다. 2015.7.28
jsa@yna.co.kr

김정은 제1위원장이 리진쥔 대사를 만나주지 않고 있는 것도 양국간 불협화음을 드러내는 징후다.

이러한 관계 악화에는 북한 3대세습 체제 역사에서 처음으로 중국 최고지도자의 선 방한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북중간 껄그러운 관계를 더이상 지속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침묵을 깨고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도 28일 북한이 중국에 관계 정상화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북중관계 회복에 나선 것은 정치·외교·경제적 수요가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갈수록 강화되는 국제사회의 고립과 제재 속에서 중국의 우산은 더욱 절실한 상황인데다 현재 김정은 정권이 강력히 추진하는 경제개발구에 대한 외자유치 등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중국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최근 북중 접경지대인 지린(吉林)성을 방문한 데 이어 동북지역 최대도시인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을 방문한 것도 중국 내치의 일환이지만, 북한의 경제개발구 설립 등을 위한 외자유치에 호재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 지도부의 화해의 손짓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은 양국의 혈맹을 상징하는 정전협정 체결일을 명분으로 관계 회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8일 유엔 대표부가 아닌 중국 주재 북한 대사의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핵포기를 거부하며 6자회담의 불발 원인을 미국의 탓으로 돌린 것도 양국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핵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동안 6자회담을 외면해온 북한이 대화를 촉구해온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의 입장을 감안한 행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평안남도 회창군에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7일 이 열사능원에 본인 명의의 화환을 보냈다. 2012.10.25

북한 평안남도 회창군에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7일 이 열사능원에 본인 명의의 화환을 보냈다. 2012.10.25

지재룡 대사는 중국이 반발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언급, 이 사안에 대한 북중 양국의 같은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한미 대 북중의 대립 입장을 부각하기도 했다.

북중관계의 본격적인 해빙 움직임은 오는 9월3일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과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이 행사에 김정은 제1위원장을 초청했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그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북한군 서열 1위이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오른팔로 남한에 특사로 다녀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이 참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중국의 장관급 이상 고위 인사가 참석해 한동안 단절됐던 양국간 고위급 교류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양국간 낙관적 신호의 교환에도 관계가 정상화되기까진 변수도 있다.

북한이 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자주적 권리인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양국간 화해 무드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중 모두 관계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손을 내민 셈"이라며 "북한의 돌출행동만 없다면 점진적으로 양국관계가 풀려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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