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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北대사 회견 의도는…"美中 공조 간극 벌리기"

송고시간2015-07-2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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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美 겨냥, 속내는 中에 방점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28일 약 1년 반 만에 전격적으로 외신 기자회견을 개최한 배경과 의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 대사는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베이징 주재 각국 취재진을 초청,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며 회견 시간 대부분을 미국 측을 겨냥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는 데 집중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왜, 이 시점을 택해 외신들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어떤 내용을 밝힐지를 놓고 궁금증이 증폭됐다.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된 직후라는 시기적인 특징은 있었지만 북미간에 특별한 모멘텀이나 과거보다 더욱 첨예해진 갈등 국면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그의 기자회견을 두고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그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 같은 궁금증은 다소 해소됐다. 회견 개최의 목적이 그의 발언을 통해 상당 부분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기자회견의 내용은 큰 틀에서 2가지로 요약된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먼저 핵을 동결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논하는 대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과 "대화가 열리지 못하는 원인과 한반도 정세의 격화 원인은 모두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취하는 미국에 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그는 "미국은 앞에서 마주앉아 대화를 하자고 너스레를 떨고 있지만, 뒤에서는 우리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북침 핵전쟁 연습을 비롯한 각종 음모·책동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은 남조선과 함께 해마다 각종 북침 합동 군사연습을 발광적으로 하고 있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냈다.

6자회담 등 대화가 재개되지 못하는 이유를 미국 측에 전가하고 자신들의 핵개발은 미국의 부당한 정책에 대응하는 자위적인 것으로 정당성을 갖는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주중 北대사 회견 의도는…"美中 공조 간극 벌리기" - 2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긴 하지만 회견 개최 시점이 이란 핵 타결 이후 한·미·일과 중국이 이를 모멘텀으로 삼아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오는 때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이란 핵협상을 함께 타결지은 당사국으로서 이 성과를 북핵 문제 해결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공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란 핵협상이 "조선반도(한반도) 핵문제를 포함한 다른 국제적·지역적 핫이슈를 처리하는데 '적극적 본보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시드니 사일러 국무부 6자회담 특사 등을 통해 "이란 핵협상 타결의 교훈을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데 적용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볼 것"이라며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미중 양국은 6자회담 재개의 조건과 대북 압박 수위 등을 놓고는 다소 견해차가 있지만 북한의 핵개발 불용과 한반도의 비핵화 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또 한국, 미국, 일본 등의 북핵 담당 당국자들이 중국을 자주 오가며 한미중일 4국간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움직임도 부쩍 활발해 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견의 목적은 중국과 한·미·일 등의 북핵 공조의 간극을 벌려 놓고 중국 측에 "핵개발은 미국 때문"이란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각국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돼 대북 압박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북한이 상당한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견이 중국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나란히 화해 제스처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뤄진 점도 주목된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25일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한데 이어 27일에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에 화환도 보냈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열린 지 대사의 회견은 "우리가 대중관계 개선에 성의를 보이고 있으니 중국 역시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존중하고 한·미·일과의 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시점상으로 북한의 이번 기자회견은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4개국의 대북 공조를 와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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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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