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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서 지혜를'…원폭 70년 日나가사키인들의 분투

송고시간2015-07-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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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 '핵무기 철폐' 촉구·피폭의료 연구 선도평화헌법 벗어나려는 아베 정권 행보와 '엇박자' 한계

(나가사키=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섬나라 일본이 외부와 교류하는 '현관'이었다가 한순간 세계사 최대의 비극을 떠안은 항구도시 나가사키(長崎).

27∼28일 일본 포린프레스센터(FPCJ)가 주관한 나가사키 프레스투어에서는 70년전 원폭의 비극에서 건져올린 '지혜'를 세계에 전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이 소개됐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의 충격으로 기울어진 교문 기둥이 그대로 보존된 나가사키대학 의학부(옛 나가사키 의대)의 다카무라 노보루(47·高村昇) 교수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피폭 의료 관련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학교가 원자폭탄 폭발 지점(폭심)에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았던 탓에 당시 850명 이상의 학생과 교수 등이 목숨을 잃은 나가사키 의대는 1950년부터 방사능 피폭과 질병의 연관성 연구를 축적했다. 그 과정에서 나가사키내 13만 명의 생존 피폭자 중 약 7만 명의 도움을 받았다.

피폭이 각종 암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상식'은 나가사키 의대 사람들과, 그들의 연구에 협조한 시민들에 의해 이론의 여지없이 입증됐다.

나가사키대 원폭후장해의료연구소를 이끄는 다카무라 교수는 "원폭이 터진 지 70년이 지나 살아있는 피폭자 수가 줄어드는 와중에 피폭자가 암에 걸리는 리스크는 계속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방사선 피폭은 한순간이지만 그 리스크는 평생 계속됨을 연구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나가사키에서 축적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카무라 교수와 동료들은 후쿠시마(福島), 체르노빌 등 원자력 재해 지역을 지원하고, 원자력 재해 발생시 대처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그 일환으로 내년 4월 후쿠시마현립의대와 공동으로 대학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다카무라 교수는 "우리의 경험을 살려서 해외와 국내 피폭자의 구제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날 만난 나가사키 평화추진협회 사진자료조사부의 후카호리 요시토시(86·深堀好敏) 회장은 원폭 피해 사진을 수집하고 캡션을 붙이는 일을 37년간 해왔다고 소개했다.

원폭으로 누나를 잃은 그에게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전쟁의 참상과 교훈을 후세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후카호리 옹은 "살아남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사진에 모든 것을 걸기로 했다"며 "피폭자가 고령화해 앞으로 10년만 더 지나면 아무도 남지 않겠지만, 사진은 남는다"고 말했다.

나가사키 시와 학생들도 국제 사회에서 핵무기 철폐 목소리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나가사키대학 등에 소속된 학생 12명으로 구성된 '나가사키 유스'는 지난 5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 회의 등에 참석, 세계 각국 대학생들과 토론하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장했다.

당시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 나가사키 시장도 NPT 회의장을 무대로 핵무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원폭 투하 70주년인 내달 9일 발표할 평화선언에도 메시지를 담는다.

하지만 2차대전 종전 및 원폭투하 70주년을 앞둔 지금 이들의 목소리는 현재 일본을 이끄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행보에 의해 퇴색되고 있다.

역사 수정주의 논란 속에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아베 정권이 일본을 이끌어 가는 방향과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 중 하나로 기록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까지 더해졌음에도 다수인 반대 여론을 뿌리 친 채 정부가 원전 재가동을 향해 착착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27일 다우에 시장 회견에서 외신 기자들로부터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 논란, 미국 핵우산에 의지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 원전 재가동 추진 등은 나가사키인들이 외치는 '핵무기 철폐'와 '평화'의 메시지와 모순되지 않느냐는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다우에 시장은 명쾌한 답을 내 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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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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