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시한부 인생의 거액 상속녀, 알고보니 사기협박女

송고시간2015-07-29 15:5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모든 재산 주겠다"고 현혹한뒤 수천만원 뜯은 콜센터 여직원에 징역 10월형

시한부 인생의 거액 상속녀, 알고보니 사기협박女 - 1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국내 모 통신회사 영업직 사원이던 A씨는 2013년 7월경 모르는 젊은 여자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평소 호감을 갖고 있었다"는 여자의 말에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그 뒤로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자신을 "1조원대 거액의 상속녀"라고 소개한 이 여성의 SNS 프로필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꽤나 미인이었다.

어느 날 A씨는 여성으로부터"모든 재산을 주겠다"는 믿지 못할 이야길 듣게 됐다.

"저는 악성교모세포종 뇌질환으로 투병 중이며 1∼2년정도 밖에 살지 못해요. 힘든시간 함께 해주고 지켜줘 고마워요. 당신이 거절해도 나의 모든 재산을 증여할 거예요"

여성은 자신의 말을 입증이나 하듯 1천억원이 찍힌 계좌 잔고 내역서와 고가의 외제차 구입계약서 등을 보내왔다.

자신은 상속재산 처리와 암투병 때문에 지금 당장은 만날 수 없지만 앞으로 함께 살 집을 알아보라며 국세청 직원이라는 친구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친척들과의 소송문제로 모든 계좌가 동결돼 사용할 돈이 없어 힘들어 한다"는 친구의 말에 A씨는 상속녀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맛있는거 사먹고 힘내라"며 자신의 체크카드도 선뜻 내줬다.

문제는 이때부터 생겼다. A씨가 국세청 직원이라는 친구에게 자신의 카드를 넘긴고난 뒤 약 3개월동안 4천700여만원이 결제됐고 대부분이 식비나 쇼핑비로 사용됐다.

시한부 상속녀의 씀씀이라고 보기에 납득가지 않는 점이 많았다.

A씨의 추궁 끝에 알게 된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미모의 시한부 상속녀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인물이었고, 같은 회사 콜센터에서 일했던 이모(31·여)씨가 연기해왔던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평소 호감을 느끼고 A씨와 사귀기로 마음먹은 이씨가 작정하고 자신을 시한부 상속녀로 속여 A씨에게 접근했던 것이고, SNS 프로필 사진도 인터넷에서 찾은 여성의 사진을 저장해둔 것이었다.

이씨가 보내준 계좌잔고내역서, 자동차 구입계약서 모두 가짜였다.

이씨는 모든 사실을 알게된 A씨가 연락을 피하자 급기야 A씨에게 "당신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경찰에 고소했다"며 허위사실로 협박했으며, A씨 친구들에게는 "A씨가 상속녀가 재산을 빼앗고 이 충격으로 상속녀가 자살했다"며 거짓말하기도 했다.

꼬리가 긴 이씨는 결국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됐다.

법원은 자신을 거액의 상속녀라고 속여 피해남성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뜯어내고 성폭행당했다며 허위사실로 남성을 협박한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1단독 양진수 판사는 "피고인은 가상의 인물을 내세우고 역할 대행자까지 동원해 피해자를 철저히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를 협박하는 등 범행의 죄질이 매우 불량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 피고인의 정신과적 질환에서 비롯된 범행이라고 하더라도 선처할 결정적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young86@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