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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조선업계, 실패에서 배워야 위기 극복 가능하다

송고시간2015-07-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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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국내 조선업계 '빅3'가 해양플랜트라는 악재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2분기에 3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1조 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 3사의 손실 규모는 무려 4조7천509억 원으로 사상 최악이다. 손실의 주범은 '조선업의 미래'로 불리던 해양플랜트 사업이다. 이 분야에서 발생한 3사의 누적 손실은 이미 8조 원을 넘어섰고 하반기까지 합칠 경우 1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 조선업계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 경기가 둔화해 상선 발주가 절반으로 줄어든데다 고유가로 심해저 자원 개발이 활발해지자 해양플랜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해양플랜트는 바다 밑에 매장돼 있는 석유, 가스 등 해양 자원을 발굴, 시추, 생산하는 시설과 장비를 말하는데 건조 과정이 초대형 선박과 유사해 세계 1∼3위인 우리 조선업체들로서는 딱 '먹기 좋은 떡'이었다. 처음에는 해양플랜트가 전체 매출의 약 25%가량이었는데 나중에는 50%를 넘어섰다. 그런데 지금까지 결과만 보면 완전한 실패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미지의 분야에 앞다퉈 진출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에 대한 치밀한 계산과 전략이 없었던 데다 우리 업체 간 저가 수주 경쟁까지 발생한 것이다. 설계와 핵심 기자재 등 고부가 영역은 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조립, 건조를 통해 돈을 남겨야 하는 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처음 해보는 사업이라 전체 프로젝트의 공정 관리가 허술했고 결국 공사기간이 늘어나면서 인건비, 시설 대여비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해양플랜트의 특성상 상선처럼 설계와 제작을 표준화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정 가격의 수주가 중요했는데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묻지마' 수주가 빈발했다. 과거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조선 사업에 대한 반대가 심하자 "이봐, 해봤어?"라는 한마디 말로 일축하며 불도저와 같이 밀어붙여 결국 현대중공업이라는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를 일궈냈다. 그런 도전 정신은 기업가에게는 시대를 초월한 덕목이지만 이제는 좀 더 치밀하고 영리한 판단도 필요하다고 본다.

조선업계의 손실이 이처럼 커졌는데도 이를 감시하거나 경고하지 못한 정부, 채권은행,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등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이들 회사에 부실이 발생하면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큰데도 정부는 과잉투자와 과당경쟁을 제어하지 못했다. 대우조선의 경우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까지 손실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회계법인이나 신용평가사들도 부실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경고를 하지 않았다. 감사, 신용평가, 증권사 보고서까지 모두 부실덩어리였던 셈이다.

수조원대의 손실은 수업료치고는 너무 크지만 그렇다고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은 아니다.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과 엔저 효과를 보고 있는 일본 사이에 있는 우리 조선업계로서는 해양플랜트 분야가 여전히 중요한 '미래 먹거리'중 하나이다. 세계 시장을 선점해 수년간 많은 노하우가 쌓였고, 손실을 막기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확실해졌다. 조선 3사가 우수 설계인력 확보와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도 이번 기회에 부실을 걷어내는 구조조정을 이끌고 경쟁력 제고 방안을 적극 모색해주기를 바란다. 실패를 통해 제대로 된 교훈을 얻을 수만 있다면 지금의 수업료는 나중에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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