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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륜·영혼 짓밟는 '교단 성범죄' 근절할 대책 없나

송고시간2015-08-04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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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 예방 매뉴얼 미작동…"성범죄 교사 영구 퇴출" 교단 비민주적 문화 바꿔 소통과 대화 활성화도 필요

인륜·영혼 짓밟는 '교단 성범죄' 근절할 대책 없나 - 1

(세종=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연쇄 성추행·희롱은 교사의 권위와 신뢰를 실추시킨 충격적인 사건이다. 교단은 우리 사회의 도덕과 양심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성범죄는 인륜과 영혼을 짓밟는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육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성범죄에 연루된 교사는 교단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등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교원단체에서는 다소 온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처벌보다는 교내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원단체총연합회는 4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내 교직원이나 학생에 대한 실효성 있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졌는지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교직원은 양성평등기본법 시행령을 근거로 매년 1시간 이상, 학생은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연간 8시간 이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런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그동안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교육계의 자성이다.

양성관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중·고등학교는 미성년 학생을 교육하고 돌봐야 하는 곳이므로 교원을 상대로 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폭력 문제를 근절하려면 사건이 생겼을 때 공평무사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예방교육의 강조는 성범죄가 교사들의 인성 부족 탓이라는 진단에 따른 처방이다.

성범죄 예방을 위한 제도는 그다지 부족하지 않지만, 교육 현장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교육부는 올해 4월부터 성범죄 교원에 대한 징계 기준을 강화한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은 국·공립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대학교수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미성년자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성매매하면 해임 또는 파면을 하도록 규정했다.

영상 기사 올해 교원 성범죄 닷새 한번꼴…도대체 왜?
올해 교원 성범죄 닷새 한번꼴…도대체 왜?

[앵커]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성추문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도덕적이어야 할 교사들의 성범죄는 올들어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되고 있는 것일까요? 김민혜 기자입니다. [기자] 학생에게 원조교제를 하자는 성희롱 발언을 하고. 회식 자리에서 여교사의 몸을 더듬고.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성추문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연일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교사들의 성범죄는 안타깝게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성범죄로 징계처분을 받은 교사는 231명. 특히 올들어 급증하면서 상반기에만 닷새에 한 번 꼴로 발생했습니다. 231명 가운데 파면이나 해임 같은 중징계를 당한 교원은 167명에 달했습니다. 교사들의 성범죄가 잇따르는 데는 무엇보다 교원 사이의 권력관계와 폐쇄적인 문화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여지듯 피해자는 학생들과 어린 여교사였고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은 주요 보직을 꿰차고 있었습니다. 약자로서의 불이익을 고려해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교원 사회에서 제식구 감싸기 식의 미온적인 대처가 영향을 끼쳤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긴급 시ㆍ도 교육청 교육국장 회의를 열고 성폭력 연루교사에 대해선 엄중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등 적극 대응을 당부했습니다. 연합뉴스TV 김민혜입니다. 연합뉴스TV 제보:02-398-4409, yjebo@yna.co.kr

교육부는 성범죄 경력을 교원자격 결격사유에 추가하고 이런 사유가 있으면 교원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교육당국의 이런 행보는 성범죄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최근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교단 성범죄를 내버려두면 미래 세대에게 신뢰와 희망을 얘기할 수 없으므로 성범죄 연루 교사의 영구 퇴출과 교원자격 박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교사를 엄벌해야 한다는 강경 기류가 커지는 형국이다.

처벌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아무리 엄격한 제도를 만들고 교단의 일탈을 날카롭게 감시하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도 운영 과정에서 허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말을 내뱉는 것이 대표 사례다.

'이 정도 농담이 문제가 되지 않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에 성희롱을 쉽게 하는 게 교육계의 현실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학교에서 성범죄에 관한 매뉴얼이나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교단의 비민주적인 문화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등 서울지역 교육단체들의 모임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3일 교사 성추행 사건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협회의는 "이번 사건이 가해자 개인들의 잘못뿐 아니라 학교의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권력과 문화에 기인한다"면서 "학교 조직문화와 구성원들의 성평등 의식 쇄신책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교장 중심의 수직적인 권력관계가 성범죄를 포함한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진단에서 나온 해법이다.

학교장의 과도한 권한을 견제하고 교원 간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는 처방도 나온다. 서울 공립고에서 발생한 성범죄가 누적됐다가 뒤늦게 드러난 것은 학교장이 장기간 방관한데다가 교내 언로가 막힌 영향이 크다는 반성에서다.

교육계 관계자는 "1년이 지난 사건이 인제야 밝혀졌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며 "학교가 민주적인 소통과 대화가 충분한 조직이었다면 파렴치 사건이 과연 이처럼 장기간 은폐될 수 있었겠느냐"고 개탄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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