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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창사이래 최대위기…후계 분쟁 후폭풍

송고시간2015-08-0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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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에 그룹 세무조사…정치권, 한목소리 질타 면세점·카지노리조트 '위태'…그룹 전체 매출감소 우려

롯데, 창사이래 최대위기…후계 분쟁 후폭풍 - 1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신격호·동빈 부자 갈등으로 번져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비밀스럽고 수상한 그룹 지배구조와 족벌들의 '손가락 경영', 기업 국적 정체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반(反)롯데' 정서가 사회 전반에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롯데제품 불매운동에 들어가고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롯데의 행태를 질타하면서 재벌개혁이 이슈로 부상했다.

국세청은 롯데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고, 알짜 면세점인 롯데 소공점의 재승인 사안이 이번 사태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관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롯데 사태는 국내 재벌의 비양심적인 작태를 드러낸 단면"이라면서, 롯데카드·롯데백화점 등 롯데 전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80여개에 가까운 롯데 계열사의 전 제품이 대상이다. 금융소비자원은 다른 단체들과 연대하겠다는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롯데, 창사이래 최대위기…후계 분쟁 후폭풍 - 2

롯데그룹은 소비재 제조와 유통 산업이 중심인 만큼 불매운동이 확산할 경우 그룹 전체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 계열사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 롯데 경영 감시를 강화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이 롯데푸드(13.31%)의 단일 최대 주주이자 롯데칠성음료(12.18%)와 롯데하이마트(12.33%)의 2대 주주인 만큼 이번 롯데 후계분쟁으로 생긴 유무형의 손실에 대해 경영진에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공단이 롯데 주주총회를 소집해 따지라고 주문했다.

여야 정치권도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한 목소리를 질타하고 있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롯데 사태를 두고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규정했다.

서 의원은 "롯데는 국민 삶에 가장 밀접한 기업으로, 당연히 국민으로부터 큰 혜택을 본 국민 기업이지만 후진적 지배구조, 오너 일가의 정체성과 가풍 모두 우리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영상 기사 누리꾼 롯데 정체성 논란…"박쥐기업" 비판도
누리꾼 롯데 정체성 논란…"박쥐기업" 비판도

누리꾼 롯데 정체성 논란…"박쥐기업" 비판도 [앵커] 롯데그룹의 정체성을 두고 SNS에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일각에서는 총수 일가의 정체성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배삼진 기자입니다. [기자] 그룹의 후계 분쟁 이후 한국으로 귀국해 각종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 롯데그룹 회장> "한국 기업입니다. 95%의 매출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롯데가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한 듯 한국 기업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렇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한국 롯데의 규모가 일본 롯데의 10배 이상의 규모지만, 일본 모 기업의 지배를 받고 있어 사실상 일본 기업이라고 몰아세웠고, 필요할 때마다 외국기업과 토종기업의 탈을 바꿔 쓰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박쥐기업'이란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신격호 총수 일가의 정체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동주, 동빈 두 아들이 40살 가까이 돼서야 일본 국적을 포기한 것이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두 아들이 여전히 일본이름으로 불리고, 한국어를 못하거나 서툴어 몸은 한국인이지만 정신은 일본인이라는 비난도 쏟아졌습니다. 이와 정반대로 일본 네티즌들은 롯데 사태 이후 롯데가 한국기업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며 일본 프로야구 롯데 마린스도 한국구단이냐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이 정체성 문제로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비난을 받는 형국입니다. 연합뉴스TV 배삼진입니다. 연합뉴스TV 제보:02-398-4409, yjebo@yna.co.kr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을 갖고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면서 재벌이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리스크로 전락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소수 지분으로 대기업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황제경영'이 롯데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높아지는 만큼 차제에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입법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은 호텔 롯데가 지배구조의 정점이다. 호텔 롯데의 단일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이고 12개로 나뉜 L투자회자들의 보유 지분이 72.65%에 달한다. L투자회사는 완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80개에 가까운 롯데그룹의 자산규모는 93조4천억원이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고작 0.05%, 자녀 등 친인척의 지분도 2.36%에 불과하다. 총수 일가의 이런 '쥐꼬리' 지분은 한일 롯데그룹의 정점인 일본 롯데홀딩스와 고준샤(光潤社)에 집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는 416개에 이르는 순환출자를 비롯한 계열사 출자로 그룹을 지배하는 전형적인 총수 경영 체제라고 할 수 있다.

롯데 계열사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세무조사도 확대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롯데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홍기획은 롯데그룹 계열사에서만 90%에 가까운 물량을 수주하는 광고 계열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홍기획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언제든 여타 관련 기업으로 조사가 활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소비자단체들은 물론 정치권에서 롯데그룹의 수상한 지배 구조를 파헤쳐야 한다는 요구가 비등하기 때문에 세무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이참에 실체에 접근해 불법 행위를 포착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영상 기사 정치권 '롯데 손보기' 본격화…"패널티 줘야"
정치권 '롯데 손보기' 본격화…"패널티 줘야"

롯데의 주력사업으로 연말 재입찰 예정인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어 롯데그룹이 바짝 긴강하고 있다.

롯데 분쟁 사태로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배정하는 특혜사업인 면세점을 롯데에 줘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관세청의 심사로 5년마다 재입찰이 이뤄지는 면세점 사업은 여론의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다.

특히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서울 시내 6개 면세점(HDC신라·한화갤러리아 등 신규 면세점 제외)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알짜 면세점이다.

롯데그룹이 2013년부터 추진하던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공개도 사실상 미뤄졌다. 롯데정보통신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7.5%),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4%),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3.5%) 등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어 후계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기업공개 무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롯데그룹이 부산 북항에서 추진하는 신규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도 오너리스크로 인해 타격이 예상된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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