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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명 놓고 월드옥타 선후배가 벌인 아름다운 양보

송고시간2015-08-0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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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식 에이산 회장이 팔라고 하자 차세대들은 멘토 부탁판매 수익으로 'MOMOB 차세대 창업지원재단' 기금 조성키로

(마닐라<필리핀>=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소리 나는 유아용 책의 브랜드를 놓고 선·후배가 보여준 '아름다운 양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장영식(48) 일본 에이산(永山)그룹 회장은 7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의 로페스센터에서 열린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필리핀지회 주최 '아세안(ASEAN) 통합 차세대 무역스쿨'의 강사 자격으로 105명의 한인 차세대 경제인 앞에 섰다.

그는 제18대 월드옥타 집행부에서 차세대 담당 부회장을 맡아 전 세계 23개국과 모국에서 개최되는 무역스쿨을 총지휘하고 있다.

장 회장이 이날 아세안 12개국 참가자에게 꺼낸 얘기는 "선배가 앞에서 끌어줄 테니 후배는 뒤에서 열심히 따라와 달라"라는 무역스쿨의 취지를 잘 말해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장 회장은 지난달 17∼19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7회 남미 통합 무역스쿨'에도 강사로 참가했다.

그는 이 행사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교육생 9명으로 구성한 팀이 개발한 브랜드 이름을 듣고는 무릎을 쳤다. 아이디어가 톡톡 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무역스쿨에서는 참가자들을 팀으로 나눈 뒤 현장에서 창업 아이템을 개발해 설명회에서 발표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들은 팀 이름이자 브랜드명을 'MOMOB'라고 지었다. '어머니(Mother)와 자식 모두(Modu)에게 혜택(Benefit)을 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아용 소리 나는 책자의 브랜드로 딱 맞아떨어지는 이름이었던 것이다.

이 브랜드로 'MOMOB'팀은 월드옥타 남미 지역 5개국 6개 도시 지회장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심사가 끝나고 장 회장은 이 팀에게 브랜드를 팔라고 전격 제의했다.

"원하는 가격을 부르면 다 줄 테니 상표를 팔라고 했어요. MOMOB팀은 농담인 줄 알고 웃기만 하더라구요. 거듭 구매 의사를 밝히자 이들은 당황하면서 1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러더니 2시간 만에 신동운 MOMOB팀장이 팔지 않겠다고 답했어요. 이번에는 제가 당황했죠."

9명의 팀원은 성공 사례를 들려주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와 열강한 선배에게 돈을 받고 브랜드를 판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던 것. 이들은 선배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대신 "앞으로 멘토 역할을 해 달라"고 장 회장에게 요청했다. "창업 후 선택에 기로에 섰을 때 선배가 조언해준다면 그것으로 브랜드 가치는 충분하다"면서 간곡히 부탁했다.

장 부회장은 이들의 무상 제공 의사에 "그럴 수는 없다"며 "일본 내 변리사를 통해 상표권 사용 가능 여부를 조사한 후 'MOMOB' 브랜드를 사용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브랜드명을 딴 'MOMOB 차세대 창업지원재단'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브랜드로 판매된 수익의 일정 부분을 기금으로 적립해 남미 지역 차세대들의 창업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더 큰 보상을 이들에게 제의했다.

장 회장은 또 남미 지역과 일본 차세대와의 공동 사업을 지속적으로 장려해 차세대 네트워크의 진정한 글로벌 창업을 유도하겠다는 포부도 현장에서 공개했다.

이런 아름다운 사연을 아세안 통합 무역스쿨에서 소개하자 참가자들은 "멋져요!"라고 환호하면서 "우리가 내놓은 아이디어도 실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밀어 달라"고 요청하는 등 강의실은 선후배의 정으로 훈훈해졌다.

전남 순천 출신인 장 회장은 순천대 기계설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에 진출, 도쿄·오사카·히로시마 등 17개 지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며 2억 5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에이산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고향에도 투자해 지난해 전남 순천에 전동자전거 공장을 설립했고 지난 3월부터 제품을 생산해 일본과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태산장학회'를 설립해 10년째 장학 사업을 전개하는 동시에 순천대에도 에이산 장학금을 조성해 후배들의 학업을 돕고 있다.

브랜드명 놓고 월드옥타 선후배가 벌인 아름다운 양보 - 2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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