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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본 광복 70년> ⑤대중가요 키워드는 '나'-2(끝)

송고시간2015-08-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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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운동·이산가족찾기에 '사랑' 줄어

1970년대는 10월 유신, 육영수 여사 저격, 박정희 대통령 암살, 베트남전 등 다사다난한 시대였다.

정치·사회적으로 피바람이 부는 동안에도 한편으로는 청바지·통기타·생맥주를 뜻하는 '청통맥' 문화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고 가요계에서는 포크송이 유행했다. 섹스·스포츠·스크린을 뜻하는 '3S' 정책을 펼친 군사정권 덕에 대중문화도 꽃을 피웠고 복잡한 현실을 잊으려는 듯 대중가요는 사랑과 낭만에 매달렸다.

이전 시기와 마찬가지로 1970년대에도 '나'(360회) '사랑'(201회) '마음'(101회)과 같은 단어들이 가장 많이 쓰였지만 다른 시기에 비해 '행복'(31회) '꿈'(29회) '나그네'(20회) '토요일밤' (10회) 등의 단어가 많이 쓰였다.

가수 송창식은 1975년 '나는 피리부는 사나이/ 바람따라 가는 떠돌이/ 멋진 피리 하나 들고 다닌다/ 모진 비바람이 불어도/ 거센 눈보라가 닥쳐도/ 은빛 피리 하나 물고서 언제나 웃고 다닌다'고 노래했다.

민주화 바람으로 들끓었던 1980년대 대중가요에서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찾기 어려워진다.

연합뉴스 미디어랩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나'에 이어 사용 빈도 2위 자리를 고수해오던 '사랑'이라는 단어는 80년대 들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사랑'의 자리를 채운 것은 '마음'(155회) '가슴'(104회) '바람'(83회) '우리'(81회) 등이었다.

특히 1983년 KBS가 방송한 '이산가족 찾기'로 온 나라가 들썩이면서 주제곡인 '패티김'의 '누가 이사람을 아십니까'가 널리 불리는 등 이산과 그리움의 정서가 이 시기를 지배했던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발표된 139곡에서 단 9회 쓰였던 '이별'이라는 단어는 1980년대 142곡에서 59회 쓰여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듯했다.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조용필 '친구여'·1984), '이 세상 모든 빛은 꺼지고/ 멀리서 밀려드는 그리움/ 조그만 내 가슴에 퍼지면/ 아련히 떠오르는 그 모습'(혜은이 '독백'·1983)처럼 직접적으로 사랑을 노래하기보다는 비유적이고 함축적인 내용의 가사가 많이 쓰였다.

◇ '한류'의 시작…2000년대 영어가사> 한국어 가사

1990년대 들어서는 힙합, 랩댄스, 록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 김수희의 '애모', 이무송의 '사는게 뭔지' 등 기성가수들의 음악도 여전히 사랑받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듀스의 '나를 돌아봐' 등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 이목을 끌었다.

'나'(1천659회), '너'(798회), '사랑'(465회), '그대'(235회) 등이 가장 많이 쓰였고 노래에 '겟 업'(Get up)과 같은 추임새가 많이 쓰이면서 처음으로 영어 단어가 사용 빈도 순위에 진입했다. 1991~2000년도 대중가요 중 사용 빈도가 높은 영어단어는 'Get'(87회)이었고 'me'(80회), 'Up'(75회), 'you'(58회), 'I'(56회), 'Tell'(42회) 등의 순이었다.

1997년 IMF 구제금융으로 국가적인 위기를 맞은 탓인지 '사업에 실패했어/사랑에 실패했어/그 어떤 것도 당신을 쓰러뜨릴 순 없어/ 알고 있죠 세상엔 당신 혼자가 아니란 걸'(H.O.T. '빛'·1998)이라거나 '울고 웃는 인생사/연극 같은 세상사/세상사 모두가/네 박자 쿵짝'(송대관 '네박자'·1999) 같은 가사로 국민을 위로했다.

1990년대에는 다른 시기에 비해 '사람'(109회), '모습'(103회), '우리'(102회), '말'(100회), '세상'(100회) 등의 단어의 사용 빈도가 높은 특성을 보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댄스 음악이 주를 이루고 랩이 들어간 가요가 늘어나면서 영어 가사가 급격히 늘어났다. '나'(1천379회), '너'(516회), '사랑'(382회)에 이어 'I'(297회), 'you'(204회)가 자리했고 'Oh'(126회), 'tell'(119회), 'baby'·'me'(109회) 등도 사용 빈도 상위권에 올랐다.

'Came in to my life ye/Make me fly again ye/ 늘 바래왔던 상상처럼/ Always be with you ye/ Are the one for me ye'(핑클 'Now'·2000)나 '사랑은 뭐다 뭐다/이미 수식어 red ocean/ 난 breaking my rules again/ 알잖아 지루한 걸/ 조금 다쳐도 넌 괜찮아 워우워'(동방신기 '주문-MIROTIC'·2007)와 같이 추임새뿐 아니라 영어로 가사를 쓴 곡이 많아졌다.

2001~2010년 발표된 115곡에서 10회 이상 사용된 83개 단어 중 한글 단어가 37개(44.6%), 영어 단어가 46개(55.4%)로 영어 단어가 절반을 넘었다.

2010년대로 들어서면 영어가사의 역전 현상은 더 심해진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발표된 19곡에서 10회 이상 쓰인 51개의 단어 중 한글 단어는 20개(39.2%), 영어 단어는 31개(60.8%)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요즘 난 All right/너 가도 All right/이별 따위 All right/ 한때는 니 생각 All night/넌 내게 Delight'(김예림 'All right'·2013), 'Oh She wants me/ Oh She’s got me/ Oh She hurts me/ 좋아 더욱 갈망하고 있어/ Someone Call The Doctor/ 날 붙잡고 말해 줘/사랑은 병 중독 Overdose'(EXO '중독'·2014)와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 씨는 "나라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K팝이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노래가 한국에서만 불리는 것이 아니게 됐다"고 영어 가사가 급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대중가요는 당시의 시대상을 정확히 반영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사회상과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며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한국의 빛나는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chomj@yna.co.kr

akaiv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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