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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과 분단…긴 세월만큼 달라진 남북 언어

송고시간2015-08-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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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원 '겨레말 통합 학술회의'…"민족어 통합은 통일 기반"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밥 한번 먹자."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이는 인사말이지만, 이 말을 들은 북한 주민은 곧이곧대로 해석해 정말 연락을 기다린다고 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런 남북한 간 언어 격차를 분석하고 '민족어' 통합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학술회의가 마련됐다.

14일 국립국어원·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공동 주최로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겨레말 통합을 위한 국제학술회의'에서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서로 다른 어휘와 어문규범이 사용돼 고착된다면 장차 통일 이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남북한 언어 차이를 줄이고 민족어를 통합하는 것은 통일의 기반"이라며 "이를 위해 민족어는 겨레말큰사전을 기준으로 남한 혹은 북한 어휘로 단일화하거나 제3의 새로운 어휘를 만드는 것, 또는 남북한 어휘를 공동으로 써 복수어휘로 선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언어문자응용연구소 리싱젠(李行健) 선생은 우리보다 먼저 언어통합에 나선 중국과 대만이 공동 편찬 중인 '중화어문대사전'의 편찬 과정과 성과를 소개했다.

중국과 대만은 2009년에 '중화어문기본서'를 편찬하기로 합의, 2012년 '양안상용사전'을 출판했다. 지금은 여기에 표제어를 추가해 약 13만~15만개 표제어를 수록한 '중화어문대사전'을 편찬하고 있다.

리 선생은 "어문기본서 공동편찬은 실질적인 문화 협력 사업이었다"며 "양측 언어·문자에 대한 명확한 규정, 진정성 있는 협력과 상호존중, 관념 차이를 보이는 어휘의 주석 문제에 대한 해결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성 국어원 연구관은 "통일시기 한국어와 북한어는 우리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두 개의 거대 방언'이 될 것"이라며 "둘이 대립해 힘이 한쪽으로 쏠리면 힘을 잃은 언어를 쓰는 사람은 이른바 '거대한 소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관은 "남북언어 통합 정책이 '진짜 통일'로 가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라면서 "언어 안에 두텁게 그어진 삼팔선을 지우는 일이 국어원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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