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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한국문학 폐쇄성 심각…독자 무시해선 안 돼"

송고시간2015-08-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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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 가을호에 좌담 실려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출판사 실천문학의 계간 문예지 '실천문학'이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으로 문학계 화두가 된 표절과 '문학 권력' 문제를 가을호(119호) 특집으로 다뤘다.

특집 좌담에는 소설가 박민정·손아람·최정화, 시인 서효인, 문학평론가 이만영과 '실천문학' 편집위원 황인찬 등 젊은 문인 6명이 참여해 한국 문학계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정화는 "(신경숙) 표절 사태 자체도 물론이지만 당사자를 비롯한 각 주체들이 실망스러운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며 "무의식적 표절이나 작가의 부주의 운운하며 사태를 축소 해석하려는 경향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만영은 "이번 사건을 목도하면서 첫째로 신씨가 표절 문제에 연루된 것 자체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둘째로는 작가와 출판사 측의 대응 방식에서 당혹스러움을 느꼈다"며 "출판사 측의 안일한 대응이 이번 사안의 문제성을 더 증폭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젊은 작가들이 사태에 무관심했다는 지적에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손아람은 "벽에 대고 소리를 쳐봐야 뭐하겠나 하는 패배주의적인 자조에 가까웠다"고 설명했고 서효인은 "특정 작가가 표절했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특정 출판사의 비판까지 공개적으로 하자면 솔직히 부담스러운 지점도 없진 않았다"고 말했다.

젊은 문인들은 한국 '문단 권력'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 등단 제도와 공모제 문학상 제도에 대해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손아람은 "현재 대한민국 거의 모든 작가 지망생은 작가가 되는 방법으로 공모전을 통과하는 것 외에 다른 방향의 길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공모전이 출판사에서 작가가 되는 길을 확장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인데 지금은 작가가 되는 길을 바늘구멍으로 만들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공모전과 문학상 제도를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만영 평론가는 "등단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손쉬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보다 등단 절차를 다양화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며 "나름의 문학적 내공을 가진 사람들을 초빙하는 등단 절차를 다양화한다면 문학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대형 출판사 문예지에 해당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에 관한 평론이 주로 실리고, 비평이 작품 상찬에 그친다는 이른바 '주례사 비평'에 관한 비판도 이어졌다.

서효인은 "작품의 장점을 찾아서 소개할 수 있지만 필요 이상의 상찬은 독자를 피곤하게 한다"며 "작가 관리 차원에서 문예지가 쓰이면 안 되고 작가 발굴, 더 나아가 독자 발굴 차원에서 문예지가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만영 평론가는 특히 "문학 책 뒤에 실리는 해설에서는 비평가가 작품 비판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며 "평론가 스스로 원하는 작품을 비평의 소재로 선택할 수 있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효인은 이어 "문학 권력의 가장 큰 착오가 바로 독자의 수준에 대한 무시다. 독자를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50만부 작가 1명보다 1만부 작가 50명이 있는 문학 판이 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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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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