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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신경숙 논란으로 딜레마…묵언 택할 수밖에 없었다"

송고시간2015-08-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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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가을호에 외부 평론가 글 싣고 책머리에 주간 사과구체적 개선 방향은 안 밝혀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표절 의혹이 제기된 소설가 신경숙의 단편 '전설'을 담은 단편집 '감자 먹는 사람들'의 출판사 창비가 계간 문예지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표절 논란과 관련한 편집주간의 발언과 외부 평론가의 글을 실었다.

백영서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연세대 사학과 교수)은 24일 언론에 배포한 가을호 책머리에서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사과하는 한편 그간 편집위원이 침묵한 이유를 밝혔다.

백 주간은 "(편집위원들은) 신경숙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다"며 "무의식적인 차용이나 도용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표절이라는 점이라도 신속하게 시인하고 문학에서의 '표절'이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토론을 제의하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백 주간은 그러나 "작가가 '의식적인 도둑질'을 했고 출판사는 돈 때문에 그런 도둑질을 비호한다고 단죄하는 분위기가 압도하는 판에서 창비가 어떤 언명을 하든 결국은 한 작가를 매도하는 분위기에 합류하거나 '상업주의로 타락한 문학권력'이란 비난을 키우는 딜레마를 피할 길이 없었다"면서 "이 때문에 그동안 묵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비가 출판 상업주의에 일조하고 '문학 권력'을 휘두르는 출판사로 지적된 것과 관련해서도 변론했다.

백 주간은 "공공적 가치의 실현은 (창비) 창사 이래 가장 중요한 목표"라면서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겼기에 공공성과 사업성의 결합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고, 창비가 그간 거둔 사업적 성과 또한 공공적 기여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창비는 "최근 사태를 둘러싼 외부의 다양한 견해를 경청하겠다"면서 긴급 기획을 마련해 창비 편집위원이 아닌 정은경·김대성·윤지관 문학평론가의 글을 실었다.

정은경은 지난 6월23일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공동 주최한 긴급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을, 김대성은 지난달 15일 문화연대와 인문학협동조합이 진행한 토론회에서 선보인 글을 각각 수정·보충해 실었다.

윤지관은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에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9차례에 걸쳐 올린 신경숙에 대한 '변론'을 모아 정리했다.

창비는 이 3편의 글이 "선정적 여론몰이에서 벗어나 사회와 문학의 현재를 치열하게 묻는 비평의 역할을 올곧게 세우려는 문제의식의 소산"이라고 평하면서 이번 기획은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6월 대표이사 이름의 사과문에서 "내부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구체적인 출판·문예지 개선 계획은 밝히지 않았으며 백낙청 편집인의 글도 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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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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