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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준전시상태 해제됩니다"…15일만에 대북확성기 중단(종합)

송고시간2015-08-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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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 대북 심리전 위력 보여줘…"북한엔 쥐약이나 마찬가지"

'첫 합의이행'…확성기 방송 중단
'첫 합의이행'…확성기 방송 중단

(서울=연합뉴스) 남북 고위급접촉 합의에 따라 25일 낮 12시 중부전선에서 군 관계자가 대북 확성기의 전원을 내리고 있다. (합참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의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로 11년 만에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이 25일 낮 12시부로 중단됐다.

군사분계선(MDL) 일대 11개 지역에서 실시한 확성기 방송은 15일간 대북 심리전 수단으로서의 위력적인 가치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문제는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에 대한 북측의 사과 문제와 함께 핵심 의제였다.

김관진-황병서 10개월여 만에 대면(연합DB)
김관진-황병서 10개월여 만에 대면(연합DB)

북측은 고위급접촉 과정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우리 측은 북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한 주체사상 교육을 받고 최전방 부대에 입대한 북한 군인들의 사상을 크게 동요시킬 수 있는 확성기 방송이 종국에는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북한 정권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사소하게는 '오늘의 날씨'부터 깊숙하게는 북한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소식까지 거침없이 내보내는 방송 내용에 최전방에 근무하는 북한군 신세대 병사들이 크게 동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체사상과 우상화 교육 등으로 세상물정 모르고 갓 입대한 병사들에게 들려오는 외부 세계의 뉴스는 그야말로 충격일 수밖에 없다.

영상 기사 대북확성기 하루 8시간 방송…내용은?
대북확성기 하루 8시간 방송…내용은?

[앵커] 남북 고위급 접촉의 타결로 11년 만에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오늘 정오 15일만에 중단됩니다. 대북 심리전 수단으로서의 위력적인 가치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인데요.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북한이 이렇게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황정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자유의 소리 방송 (2011년 11월)> "(종소리) 북한 동포 여러분 여기는 자유의 소리 방송입니다. 이 소리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희망을 알리는 종소리입니다." 지난 2011년 방송된 자유의 소리 FM방송 내용 중 일부입니다. 우리 군은 지난 10일부터 자유의 소리 방송을 최전방 부대 11곳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통해 하루 8시간 가량 내보내고 있습니다. 방송 내용은 크게 '자유민주주의 우월성'와 '대한민국 발전상',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사회 실상'의 4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남한에서 유행하는 대중가요도 방송을 통해 흘러나갑니다. 아이유와 소녀시대, 빅뱅, 노사연 등 다양한 가수들의 노래가 방송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민석 / 국방부 대변인> "우리 한류 문화, 그리고 K-POP 이런 것도 우리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발랄함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많이 사실에 기반해서 방송을 하고 있고요." 특히 방송의 핵심은 북한사회 실상에 관한 것으로 외부에 알려진 북한 소식을 전할 뿐 아니라 인권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을 비난하는 자극적 내용보다는 김정은의 의사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일부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 "김정은이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군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합뉴스TV 황정현 입니다. 연합뉴스TV 제보:02-398-4409, yjebo@yna.co.kr

지난 2004년 평안북도 용천역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당시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이 뉴스가 나간 적이 있다.

최전방에 근무한 북한군 병사들이 집에 안부 편지를 쓰면서 이 소식을 편지에 담았고 나중에 부대 검열에서 걸려 문제가 됐다는 일화도 있다.

확성기 방송으로 "인민군 여러분, 오늘 오후에 비가 오니 빨래 걷으세요"라는 내용으로 일기예보를 하면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북한군 부대에서 실제 빨래를 걷었다고도 한다.

이날 마지막으로 내보낸 확성기 방송은 남북 고위급접촉의 합의사항을 북한군에게 전달했다. 군은 합의사항을 전달하면서 "이제, 준전시상태도 해제됩니다"라며 북한군에게 사전 '정보'도 제공했다.

"이제, 준전시상태 해제됩니다"…15일만에 대북확성기 중단(종합) - 4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가 남한에 사재기가 만연하고 병사들이 탈영을 한다는 등 황당한 보도를 한 것과 관련해서도 "남측에서 사재기를 했다고 선전한 것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남한 장병 50여명이 전역을 미루고 복무를 하겠다고 합니다"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남한의 수출액과 발전상을 알려주면서 "북한정권도 공포정치를 중단하고 밖으로 나와 교류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부터 재개된 확성기 방송은 하루에 8시간 정도 진행됐다.

방송 내용은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홍보', '대한민국 발전상 홍보',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사회 실상'의 4부분으로 구성됐다.

"이제, 준전시상태 해제됩니다"…15일만에 대북확성기 중단(종합) - 5

이 가운데 북한사회 실상에 관한 것이 가장 핵심이다. 북한의 내부 소식 뿐 아니라 북한 인권 탄압 실태와 인권의 중요성까지 방송으로 내보냈다. 그래서 북한엔 쥐약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 군이 최근 내보낸 대북 확성기 방송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만 3번 방문했지만 김정은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외국 방문을 못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해외에서도 칭송받는 걸출한 지도자로 묘사하는 북한 매체의 선전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물론 김정은의 직책은 생략한 채 이름만 나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을 막무가내식으로 비난하는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김정은의 의사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일부 포함됐다"고 말했다.

영상 기사 '첫 합의이행'…北 준전시상태 해제ㆍ南 확성기 방송 중단했다
'첫 합의이행'…北 준전시상태 해제ㆍ南 확성기 방송 중단했다

남북 군사적 충돌위기 해소…軍 "최고경계태세 탄력적으로 하향" 남한과 북한은 고위급접촉 합의에 따라 25일 낮 12시부로 각각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준전시상태를 해제했다. 양측이 합의한 남북 당국회담 개최, 이산가족 상봉 및 이를 위한 적십자실무접촉, 민간교류활성화가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는 양측이 고위급접촉 이후 합의사항을 실제로 이행한 첫 사례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날 "북한은 오늘 낮 12시부로 전군에 내려진 준전시상태 명령을 해제했다"면서 "우리 군도 같은 시간부로 전선지역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준전시상태 해제는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선포를 결정한지 5일 만이다. 대북 확성기는 지난 10일 재개한지 15일 만에 중단됐다.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고 남측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함에 따라 군사적 충돌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 안보상황이 진정 국면을 맞게 됐다. 우리 군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의 대응 조치로 지난 10일부터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했다. 북한도 이에 맞서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준전시상태 선포를 결정했다. 확성기 방송은 지난 2004년 6월 남북 합의에 따라 중단됐으나 군은 이번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 남북기본합의서와 정전협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판단, 북한군에 심리적 타격을 주기 위해 군사분계선(MDL) 인근 11개 지역에서 방송을 재개했다. 군은 고위급접촉이 타결된 이날 새벽에 이어 정오 이전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을했다. 북한군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이후 최전방 지역에 확성기를 즉각 타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춘 포병전력을 평소보다 2배 이상 증강했고, 특수전부대 요원과 이를 지도할 총정치국 소속 정치지도원을 확성기 타격 명령이 내려진 최전방 부대에 파견했다. 동·서해 잠수함 기지에서도 전체 전력 77척의 70%인 50여 척을 기지 밖으로 이탈시켜 한미 감시망을 따돌리는 수법으로 위협 기동을 했다. 이들 잠수함 중 일부는 현재 소속 기지로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지난 20일 북한군의 포격도발 사건 직후 발령한 최고경계태세도 이날 정오까지는 유지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 군은 오늘 낮 12시까지는 최고경계태세를 유지한다"며 "북한군도 현재 준전시상태에 맞춰 배치한 군사력을 되돌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리 군도 북한군의 위협 수준을 고려해 경계태세를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 군은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통합화력 격멸훈련도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훈련은 모두 이달 28일 종료될 예정이다. 한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8시30분 전군 긴급 지휘관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간부들이 참석하는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고위급접촉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남한에서 유행하는 대중가요를 틀어주며 북한군 장병의 마음을 흔든 것도 확성기 방송의 위력으로 꼽힌다.

최근 대북 확성기가 내보낸 노래는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 노사연의 '만남'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2년부터 확성기 1기당 500W(와트)급 48개의 대형 스피커를 통해 고막을 찢을 듯한 고성으로 시행되던 대북 확성기 방송은 2004년 6월 16일 남북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

당시 북한은 확성기 방송이 한 밤 중 개성지역까지 들린다며 중단을 요구해 결국 2004년 6월 장성급회담에서 중단 합의가 도출됐다. 확성기 방송은 출력을 최대화할 때 야간에 약 24km, 주간에는 약 10여km 거리에서도 방송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정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5·24조치로 재개 방침을 세웠다.

이후 군사분계선(MDL) 지역 11개 소에 확성기 방송 시설을 설치했으나 실제 방송은 북한의 태도를 봐가며 시행키로 하고 유보 중이었다.

그러나 군은 북한이 목함지뢰로 도발한 서부 및 중부 전선 2곳에서 10일 오후 5시부터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남북은 고위급접촉에서 남측의 11개 지역에서 시행된 확성기 방송을 재개 15일 만인 25일 정오부터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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