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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상상초월 작업실' 감독 "다큐 제작서 배운 것 많다"

송고시간2015-08-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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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5에 출품한 댄 리비키·에런 위컨던 감독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지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낡은 집. 썩은 마룻바닥에 천장은 쓰레기투성이다. 먼지는 물론이요, 곰팡이에 알 수 없는 악취까지 풍기는 이곳에 괴팍한 화가 피터 앤톤이 산다.

제12회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EIDF)를 통해 소개되는 '피터의 상상초월 작업실'(원제 'Almost there', 2014)은 위태위태한 낡은 집에서 사는 피터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던 피터의 작품을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한 두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노력이 담긴 작품이다.

댄 리비키, 에런 위컨던 감독은 지난 2006년 이스트시카고의 한 마을 축제에서 피터를 만난 뒤 8년에 걸쳐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냈다.

EIDF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두 사람은 25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 "피터는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 할 때마다 좌절을 맛봐야 했던 사람인데 우리가 만난 그는 자신이 손수 만든 농담을 담은 '조크 북'(Joke Book)을 만들어 팔고 있을 정도로 긍정적이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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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비키 감독은 "처음 피터의 집에 갔을 때는 마스크를 썼을 정도로 악취가 심했고 이 사람을 여기서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다 그가 평생을 기록한 '얼 모스트 데어'라는 이름의 스크랩북을 보게 됐고 세상을 의식하지 않고 내면에 이끌려 만든 작품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재치 넘치게 편집된 90분 분량의 이 영화에 간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피터와 농담을 하며 웃고 그가 그 위험한 집에서 나오도록 설득한다.

댄 감독은 "작품뿐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도 관심이 많았고 과연 제작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며 "8년간 이어져온 촬영으로 대상인 피터와 기왕 유기적인 관계를 맺게 된 상황이니 과감하게 그 과정을 영화 안으로 가져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에런 위컨던 감독은 "피터는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친구와도 한 달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고집스러운 성격인데 그를 객관적으로 그리기 위해 그를 만나는 우리의 모습을 배제하는 건 굉장히 어색한 연출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장기간 진행된 프로젝트인만큼 자신들의 삶에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에런 감독은 "삶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피터가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불편한 몸으로 프링글스와 오렌지 소다만 마시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작품 세계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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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감독도 "계속되는 고난에도 포기를 하지 않는 끈기가 놀라웠다. 그 고난 속에서 만든 결과물인 작품들을 보면서 경이로웠다"며 "우리가 8년간 그와 함께 한 결과물이 이렇듯 좋은 작품으로 나오게 된 것도 그에게 얻은 교훈 덕분"이라고 말했다.

피터는 두 사람의 도움으로 현재 노인요양원에서 노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합창단을 꾸리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댄 감독은 "이 영화의 첫 관객이 피터였는데 영화를 보고 웃기도, 울기도 했다. 다 보고는 하나도 고치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했다"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봤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저 우연히 만난 한 사람의 인생이 흥미로웠고 그를 다큐멘터리로 찍었을 뿐인데 놀랍게도 이 영화로 한국을 찾게 됐어요. 경쟁작품 중 유일한 미국 영화인데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만든 이야기가 어떻게 비춰질 지, 어떻게 반응할지 너무 궁금합니다. 영화 상영이 끝나면 주저 말고 저희에게 다가와 어떻게 느꼈는지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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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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