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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았던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 밤잠 설쳤어요"

송고시간2015-08-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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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해 아버지 찾는 심영순 씨

끝내 이루지 못한 이산상봉의 꿈 -자료사진-
끝내 이루지 못한 이산상봉의 꿈 -자료사진-

끝내 이루지 못한 이산상봉의 꿈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6·25 전쟁 당시 생이별한 남편 소식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2013년 5월 사망한 故 최정숙(87) 할머니의 딸 영순(70) 씨가 최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북한의 무력 도발로 악화한 남북 긴장 관계 탓에 올해도 이산가족 상봉은 물 건너가나 했는데 참 다행이네요."

이산가족인 심영순(70·여·춘천시) 씨는 25일 오전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합의를 통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재개 소식이 전해지자 설렘과 기대감으로 밤잠을 설쳤다.

"뜻하지 않았던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 밤잠 설쳤어요" - 2

심씨가 아버지인 심의면(생존 시 91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6·25 전쟁 직후인 1950년 8월, 5살 때였다.

당시 경기 부천군 계양면에 살았던 심씨는 끊어진 한강철교 보수공사 부역에 아버지가 동원된 이후로 소식이 완전히 끊겼다는 얘기를 2013년 5월에 돌아가신 어머니 최정숙(87세 별세) 씨를 통해 전해 들었다.

심씨는 "부역에 강제로 동원됐던 아버지와 동료 근로자들이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에 의해 모두 끌려갔다는 말을 어머니에게서 전해 들었다"라며 "얼마 전까지도 어릴 적 기억을 더듬다 보면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는데 이제는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다.

이후 심씨와 그의 어머니는 2000년 8월 이산가족 상봉 신청 이후 20여 차례에 걸쳐 줄곧 아버지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신청했으나 번번이 상봉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심씨는 "이산가족 상봉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5살 때 북한군 부역에 끌려가 헤어진 아버지의 소식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를 걸곤 했다"며 "뜻하지 않게 이번 고위 당국자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 소식도 포함돼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한평생 아버지와의 상봉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는 숨을 거두는 그날까지도 '아버지의 생사라도 알았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씀을 남기셨다"며 "아버지를 찾게 되면 '어머니는 평생 당신만을 기다렸노라'고 꼭 전해 드리고 싶다"라며 끝내 참았던 눈시울을 붉혔다.

심씨는 "살아 계신다면 올해로 아흔이실 텐데, 해를 거듭할수록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며 "이번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면 다시 상봉 신청서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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