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살려달라→주검이라도 데려가게 해달라" 고통 속 500일

송고시간2015-08-27 17:17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팽목항 떠나지 못하는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

실종자 기다리는 쓸쓸한 팽목항
실종자 기다리는 쓸쓸한 팽목항

(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세월호 참사 발생 500일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진도 팽목항 등대가 남은 실종자 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을 쓸쓸히 기다리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지난해 4월 16일 처음 진도에 왔을 때는 '아이를 살려달라'고 호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매달렸어요. 단 하루도 '추모'할 수 없는 나날들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500일째를 하루 앞둔 27일,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는 이날도 어김없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나부끼고 있었다.

실종자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찾아올까 매달아 놓은 풍경은 1년이 넘는 세월의 풍파에 때가 타고 녹이 슬어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 문구로 대변되는 국민들의 바람을 아는 듯 여전히 청명한 소리를 내며 묵묵히 제 역할을 했다.

실종자 기다리는 쓸쓸한 팽목항
실종자 기다리는 쓸쓸한 팽목항

(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세월호 참사 발생 500일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는 실종자 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날 팽목항 임시 숙소에는 실종자 가족인 권재근씨·권혁규군 친척 권오복(60)씨와 조은화양 부모 조남성(53)·이금희(46)씨 등 3명과 자원봉사자 한 명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실종자의 시신이라도 찾아 진도를 떠나겠노라던 가족들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수중수색 종료 선언 이후 쇠약해진 건강과 수도권에서 다른 유가족과 연대 활동 등 때문에 권씨를 제외하고는 팽목항 숙소를 지키지 못하는 날이 많다.

이금희씨는 "죽은 자식을 찾은 부모가 남은 부모에게 미안해했고 남은 부모들은 그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해야 하는 아픔을 겪어 왔다"며 지난 500일간의 고통을 회고했다.

이씨는 "나는 그저 우리 은화를 학교에 보냈을 뿐이다. 금요일에 돌아와 치킨을 사준다고 이야기하고 보냈는데….(배 안에서) 얼마나 엄마를 찾았을까"라며 "지난 500일에 이어 앞으로 600일, 700일째에도 인양을 할 수 있을지, 혹시 내 딸이 그 안에 없거나 있더라도 어떤 상태일지 하루하루가 두렵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반가량 지나면서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은 실종자들의 존재와 진상 규명 등이 잊혀지고 있음을 느끼고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이를 알리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잊지 않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세월호 참사 발생 500일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진도 팽목항 방파제를 찾은 한 시민이 '기억의 벽'에 설치된 세월호 추모 타일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의 걱정을 알기라도 하는 듯 이날 팽목항 임시 분향소와 등대 등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이날 오전 정의화 국회의장 일행과 천주교 광주대교구 소속 사제와 신도 100여명이 분향소를 참배하는 등 많지는 않지만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고 유가족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혹은 홀로 팽목항을 찾은 방문객들은 등대에서 사고 해역을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바람에 꼬인 노란 리본과 풍경 줄을 일일이 풀어주면서 희생자들의 영면과 남은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분향소에 비치된 방명록에는 기도문 형식의 글을 남기는 조문객들의 흔적도 보였다.

팽목항을 찾은 정경순(56·여)씨는 "나 역시 자식 가진 부모로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몸과 마음에서 모든 것이 빠져나간 듯한 심정일 것"이라며 "내년에 진도에 왔을 때는 가족들이 유해라도 찾아 모두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정부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areum@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