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지하철 탈 때마다 생명에 위협 느끼는 기분 아시나요"

송고시간2015-08-31 06:01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도봉구 장애인 '이동권' 개선 힘쓰는 활동가 류나연씨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평소 지하철을 이용할 때 어떻게 타고 내렸는지 기억도 안 나죠? 장애인에겐 매일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도전'입니다."

27일 오후 서울 도봉구 도봉역에서 '장애인용 리프트 교체와 승강기 설치'를 주장하며 주민 서명을 받던 '도봉 노적성해(露積成海)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류나연(46·지체장애 1급) 소장은 불편한 입에 힘을 주며 또박또박 말했다.

류 소장이 이끄는 노적성해센터는 도봉역 인근에 있기에 이곳 시설에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이곳 여직원 손덕연(42·지체장애 1급)씨는 6월 24일 오전 8시께 출근하다 자칫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지하철 탈 때마다 생명에 위협 느끼는 기분 아시나요" - 2

손씨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역내 계단을 내려가다 리프트의 바퀴가 탈선한 것이다. 손씨는 휠체어가 리프트 귀퉁이에 아슬아슬하게 걸리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작년 초 승강기 설치를 요구하며 격월로 캠페인을 벌이던 노적성해센터는 이 사고 이후 캠페인을 월 1회로 늘렸다.

류 소장은 "지하철 리프트·승강기 문제는 단순히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좁게는 노인 복지 문제, 넓게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안전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 스스로도 '나도 인권을 가진 한 명의 사람'이라는 자각을 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30대 중반이던 2002년에야 장애인 인권활동에 뛰어들었다. 여러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던 그는 2010년 서울의 25개 구 중 유일하게 장애인 복지시설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던 도봉구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창동역은 장애인에게 '악명'이 높다. 창동역을 이용하려면 높이 10여m의 긴 계단을 두 번 거쳐야 하지만 승강기는 첫 번째 계단이 내려가는 층까지만 운행해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적성해센터는 구청과 서울메트로를 꾸준히 설득하고 지역 주민 2천400여명의 서명을 받아낸 끝에 창동역에 추가로 승강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20억여원의 예산을 편성한 서울메트로는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류 소장은 노적성해센터를 이끌며 장애인의 이동권을 부르짖는 궁극적인 이유는 '더 많은 장애인이 사회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이 집이나 시설에서 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데 익숙해지면 안 된다"면서 "적극적으로 바깥에 다니면서 지역사회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도봉구의 장애인 인권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라고 류 소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하철역 계단에서 리프트를 요청하면 공익근무 요원들이 대놓고 귀찮아해 무안해지는 상황이 여전히 빈번하다고 한다. 도봉역 승강기 신설 사업은 구청과 코레일, 철도관리시설공단이 서로 책임을 떠넘겨 답보 상태라고 류 소장은 전했다.

류 소장은 센터의 이름인 노적성해(露積成海)의 뜻을 재차 짚었다.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 그는 "매일 아침 '오늘도 이슬 한 방울만 더하자, 그러면 언젠가는 바다가 될 거야'라고 되뇌며 힘을 낸다"며 미소를 지었다.

"지하철 탈 때마다 생명에 위협 느끼는 기분 아시나요" - 3

hyo@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