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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속 초동대처·협상력이 초등생 인질 참극 막았다

송고시간2015-09-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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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범 "같이 살기로 한 초등생 모친이 자꾸 도망 다녀서"…범행 동기 밝혀

조사받는 '순천 초등생 인질극' 피의자
조사받는 '순천 초등생 인질극' 피의자

(순천=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전남 순천에서 50대 남성이 알고 내던 여성의 초등생 아들을 흉기로 위협하고 2시간 넘게 인질극을 벌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1일 오전 긴급 체포된 피의자 A(56)씨가 순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순천=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경찰의 신속한 초동대처와 전문가를 동원한 끈질긴 대화와 설득이 인질극의 참변을 막았다.

아파트 현장 주변에서 인질극을 지켜보던 주민들도 인질로 잡혀있던 초등생이 구출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일 A(56)씨가 초등생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박한 상황이 펼쳐졌다.

경찰이 피해자 B(44·여)씨의 신고를 받은 것은 오전 6시 5분께.

A씨가 자신을 혁대로 의자에 묶어놓고 자신의 차를 타고 달아났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차량을 수배해 1시간여만에 차량이 B씨의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것을 확인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최삼동 서장은 자신이 직접 형사과장과 강력팀 형사 등 40여명을 이끌고 현장에 출동했다.

조사받는 '순천 초등생 인질극' 피의자
조사받는 '순천 초등생 인질극' 피의자

경찰이 현관문을 열고 들이닥치자 A씨는 부엌에 있던 흉기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 B씨의 아들(9)을 인질로 삼아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아파트 밖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소방서에서 길이 7.5m 너비 5m 크기의 에어 매트를 깔고 주변에는 소방차와 구급차, 지게차 등을 배치했다.

'무슨 일인가' 하며 몰려든 주민들은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긴장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은 무엇보다 초등생 아들의 안전이 중요하다고 보고 A씨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협상 전문가인 경찰대 이종화 교수와 A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형사가 설득에 나선것이 주효했다.

A씨는 경찰에 "B씨가 안 들어오면 아이가 위험하다"며 B씨를 데려와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의 이 요구가 들어줄 경우 또 다른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 담배를 한 개비씩 넣어주는 등 A씨의 마음을 달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영상 기사 흉기로 초등생 위협 '인질극' 50대 검거 <전남>
흉기로 초등생 위협 '인질극' 50대 검거 <전남>

[생생 네트워크] [앵커] 전남 순천에서 50대 남성이 사귀던 여성의 초등학생 아들을 붙잡아 흉기로 위협하고 인질극을 벌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남성은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여성이 최근 잘 만나주지 않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장아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파란 셔츠 차림의 한 남성이 혼자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56살 위모씨는 애인인 44살 김모씨의 카페에서 새벽까지 함께 술을 마시다가 크게 싸우고 허리띠로 손목을 묶기까지 했습니다. 위씨는 이후 김씨의 승용차를 몰고 잠시 나갔다가 돌아왔고 아무도 없자 곧장 김씨의 아파트로 찾아갔습니다. 이 사이 달아난 김씨는 인근 파출소에 찾아가 신고를 했고 경찰은 김씨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량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집안에는 김씨 어머니와 9살 난 아들이 있었고 위씨는 경찰이 들이닥치자 흉기를 든 채 김씨의 아들을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가 김씨를 데려올 것을 요구했습니다. <최삼동 / 순천경찰서장> "경찰관이 아파트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들어가자 피의자가 부엌에 있던 길이 35cm 칼을 소지한 채 (김씨)아들 D군을 인질로 잡고 경찰관과 대치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은 서울과 광주에서 각각 협상 전문가와 특공대를 급파하는 한편,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경찰관 등을 통해 담배와 김밥을 제공하며 위씨와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위씨는 경찰의 계속된 설득에 오늘 오전 9시 35분쯤 피해 어린이를 풀어줬고 2시간 35분간의 인질극도 종료됐습니다. <위00 / 피의자> "죄송합니다. 여러모로 다 죄송합니다. 같이 살기로 해가지고는 자꾸만 잠수를 타가지고...그렇게 됐습니다." 경찰은 피해 어린이를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인계해 심리 치료를 받도록 하는 한편 위씨를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장아름입니다. 연합뉴스TV 제보:02-398-4409, yjebo@yna.co.kr

또 배고플 것을 고려해 김밥과 음료수 등도 건네주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도록 했다.

A씨도 대화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함께 살기로 하고 B씨와 사귀고 있는 상태이고 최근 B씨가 돈을 빌려간 뒤 잘 만나주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에 불만을 품게됐다는 범행 동기도 알수 있었다.

결국 침착하고 차분이 이끈 대화 덕분에 인질극은 발생 2시간 30여분 만에 A씨가 B씨의 아들을 풀어주고 자신도 순순히 경찰에 몸음 맡기면서 참변의 위기를 극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가 경찰의 손에 이끌려 아파트 밖으로 걸어나오자 현장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무엇보다 아이가 무사해 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A씨는 경찰에서 "여러모로 다 죄송하다. 아이는 내가 끝까지 보호해주기로 약속이 돼 있었고, 감싸주었다"며 "B씨가 같이 살기로 하고도 자꾸만 만나주지 않고 도망 다녀서…"라며 뒤늦게 후회했다.

최삼동 순천경찰서장은 "인질 사건에 대한 매뉴얼을 현장에 적용해 협상을 통한 설득으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서장은 "현장 상황의 면밀한 분석과 피의자 조사 등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와 정신적 안정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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