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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승절 열병식에 팔로군 출신 일본인 노병도 참가

송고시간2015-09-0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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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중국 공산당 팔로군으로 항일전쟁에 합류했던 일본인 노병도 참석할 예정이다.

고바야시 간초(小林寬澄) 일본 팔로군·신사군 노전사(老戰士)회(8·4회) 회장은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일본인 항전 노병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라고 인민망(人民網)이 2일 전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열병식 하루 전인 이날 베이징에서 96세 생일을 맞았다.

그는 "항전승리 70주년 기념이 중국 인민의 자부심을 높일 뿐만 아니라 역사를 왜곡하고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일본의 행태에 대해 경고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7·7사변(노구교<蘆溝橋>사건) 기념식에 홀로 참가하기도 했던 일본내에서 보기 드문 친중파 인물이다.

그는 1919년 일본 군마현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후인 1940년 일본군에 징집돼 중국 칭다오(靑島) 부근에 파병돼 경기관총 담당 보병으로 전투에 투입됐다 중국 팔로군의 매복으로 포로가 됐다.

당시 일본군에서 훈련받은 대로 여러 차례 자결하려던 그를 팔로군 간부들과 병사들이 막아서며 살려냈다. 팔로군을 따라 옮겨다니는 동안 일본군에 의해 불태워진 마을과 살해된 주민들을 목격하고 수치감을 느끼면서 팔로군에 점차 동화되기 시작했다.

일제가 중국에서 벌이는 전쟁이 정의롭지 못한 침략전쟁이라는 점을 깨달아가며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팔로군 간부로부터 항일전쟁의 성격과 의미에 대해 설명도 받았다.

결국 중국 공산당으로 '전향'하게 된 그는 다른 일본인들과 함께 '반전동맹 지부'를 설립하고 정식으로 팔로군 일원이 돼 대일 항전에 나섰다.

일본군을 상대로 한 전단이나 표어를 쓰는 선전단 활동과 함께 전신선을 중간에 가로채 일본군 진영을 혼란스럽게 하는 작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팔로군 포로로 잡힌 날부터 이전의 나는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중국 인민이 부여한, 새로 태어난 나만 있을 뿐이었다"며 "일본인 팔로군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1945년 일본이 항복한 이후에는 그는 국민당과의 내전에도 합류했다. 신중국 성립후 지난(濟南)시 정부의 대외판공실 등에서 일하던 그는 1955년 전후 포로 귀환책에 따라 일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일본 당국의 감시를 받으며 원양상선의 중국어 번역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러면서 줄곧 일본 침략전쟁의 진상을 폭로하는 강연 및 집필 활동을 벌이면서 일본으로 귀국한 팔로군 및 신사군 출신들과 함께 '8·4회'를 설립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3대 회장을 지냈다.

한때 대일항전에 자진 참여한 일본인과 중국 공산당군에 포로로 잡힌 일본군 병사들로 구성된 8·4회는 한때 1천 명에 이르기도 했으나 현재 생존자는 고바야시 회장과 초대 회장을 지낸 마에다 마쓰시게(前田光繁) 두 사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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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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