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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폐지> 화성 여대생 살인 등 경찰 숙제 많아

송고시간2015-09-0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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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등 주목받는 미제 살인사건들

<공소시효 폐지> 화성 여대생 살인 등 경찰 숙제 많아 - 1

(전국종합=연합뉴스)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이른바 '태완이 법'이 8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살인 사건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 경찰이 속속 설치 운영하는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의 '숙제'로 남아 있는 주요 미제 사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 연쇄살인 악몽 떠올리게 한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2004년 발생한 화성 여대생 살인 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있었던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연쇄살인범이 다시 나타나 또 다른 범행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면서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경찰도 과거 연쇄살인이 발생했던 화성이라는 점을 감안해 실종 신고 다음날 즉시 수사본부를 차리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범인을 찾지 못했다.

피해자인 여대생 노모(당시 21세)씨는 2004년 10월 27일 오후 8시 35분께 와우리공단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리고 나서 행방 불명됐다.

오후 8시25분께 평소 다니던 수영장을 나와 태안읍 화성복지관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뒤 8시 35분께 집에서 2㎞ 떨어진 와우리공단정류장에서 내린 모습이 마지막으로 버스 CC(폐쇄회로) TV에 잡혔다.

노씨 어머니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다음날 오전 화성 모 대학교 인근 식당 옆 커피자판기 옆에서 노씨의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이곳에서 노씨 집으로 향하는 도로변에서 속옷과 티셔츠 등 유류품을 잇따라 발견했다. 또 노씨 집에서 2㎞가량 떨어진 보통리저수지 둑과 도로에서 수영복과 가방을 추가 발견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가운데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노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46일만인 12월 실종현장에서 5㎞가량 떨어진 정남면 보통리 야산에서 노씨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당시 노씨의 바지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로 보냈지만 샘플에 국과수 분석요원의 DNA가 섞여 오염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경찰은 인권침해 논란을 무릅쓰고 DNA 대조를 위해 택시운전사와 노씨 주변인물 등 화성지역 성인 남자 4천600여명의 구강상피 샘플을 채취, 국과수에 보냈지만 결국 범인을 찾지 못했다.

연쇄살인, 화성 시신발굴 현장(연합뉴스 DB)
연쇄살인, 화성 시신발굴 현장(연합뉴스 DB)

실종 당시부터 휴대전화 발견시간대 사건 현장 주변 기지국을 이용한 휴대전화 통화 내역 18만909건을 발췌, 통신수사도 벌였으나 범인의 행적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 총성과 함께 사라진 3억원…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도심에서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대전 지역의 대표적인 미제 사건으로 꼽히는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시작이었다.

경찰이 파악한 당일 상황은 이렇다. 오전 10시께 수억원의 현금을 실은 차량이 국민은행 둔산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주차장 구석에는 평소 보이지 않던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가 있었고, 그 안에는 복면 강도 두 명이 타고 있었다.

국민은행 김모(당세 46세) 과장과 보안업체 직원, 운전기사가 돈가방을 들고 내리는 순간 그랜저 승용차는 후진을 해 이들을 막아섰고, 강도 두 명은 돈을 달라며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어 갖고 있던 권총으로 공포탄을 발사한 뒤 저항하는 김 과장에게 실탄 두 발을 쐈다. 김 과장은 사망했다.

범인들은 3억원이 든 현금 가방을 빼앗아 그랜저 승용차를 몰아 지하주차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맞은 편에 백화점이 있고 1㎞ 떨어지지 않은 곳에 경찰서가 있는 도심 한 가운데서 일어난 은행 총기 강도살인 사건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3분 뒤 현장에 도착했지만, 범인들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차량은 130m 가량 떨어진 빌딩 주차장에서 발견됐고 경찰이 파악한 강도의 행적도 여기까지였다.

운전기사와 보안업체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20∼30대 남성이라는 것만 추정될 뿐 경찰은 범인을 특정할만한 단서를 찾는데 실패했다.

지하주차장 CC TV 영상도 없었다. 복면을 쓰고 있어 몽타주를 만들 수도 없었고 그들은 지문 한 점 남기지 않았다. 차량은 수원에서 도난된 것으로 밝혀졌다.

유리창 선팅은 3중으로 돼 있어 밖에서 보지 못하게 하는 등 강도들은 오래 전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듯 보였다.

또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권총은 3.8구경으로, 경찰관이 사용하는 총기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총기 출처에 관심이 집중됐다.

대전 2인조 총기 은행강도 현장검증(연합뉴스 DB)
대전 2인조 총기 은행강도 현장검증(연합뉴스 DB)

사고 발생 두 달 전 대덕구 송촌동에서는 경찰관이 괴한에게 습격당해 총기를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경찰은 이 사건의 범인이 국민은행 강도범일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총기탈취 사건도 뚜렷한 증거가 없었고, 결정적으로 총기가 발견되지 않아 결론을 내지못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현금수송 업체 관계자, 관련 전과자 등을 용의선상에 올린 상태에서 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범인을 찾지 못해 이 사건은 현재까지 미제로 남아있다.

◇ 양구 전당포 노부부 피살…범인은 누구?

10년 전인 2005년 8월 14일 낮 12시 10분께 강원 양구군 양구읍의 한 전당포에서 주인 왕모(당시 77세)씨와 아내 우모(당시 69세)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왕씨는 전당포 안쪽 방에서 1인용 간이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다. 왕씨는 가슴 부위에 모두 12곳을 흉기에 찔렸다. 출입문 안쪽에서 발견된 아내 우씨도 3곳의 흉기 자국과 골절상 흔적이 있었다.

이들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은 아들(당시 45세)이었다. 부모가 운영하는 전당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아들은 사건 당일 오전 전당포로 출근했다고 한다.

전당포와 내실은 출입문을 열면 곧바로 연결된 구조였지만, 아들은 부모에게 별도의 아침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평소보다 출근이 늦은 탓에 부모의 꾸지람을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한동안 전당포에서 TV를 시청하던 아들은 정오를 지나 전당포를 찾은 손님의 물품을 확인하기 위해 내실로 들어갔다가 부모가 숨져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손님들의 물품을 보관하는 전당포 금고는 내실에 있었다.

경찰은 숨진 왕씨 부부의 시신 상태 등으로 미뤄 밤사이 강도에 의해 살해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전당포 영업 특성상 금전이 오가는 과정에서 생긴 원한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왕씨 부부의 생전 금전거래 장부를 토대로 돈거래한 인물을 살피던 경찰은 2명의 군인을 용의 선상에 올리고 조사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했다.

사건 현장에서도 외부인의 출입을 의심할 만한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수사 관계자는 "강도라면 외부 출입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전당포 노부부 살인 사건은 외부 출입 흔적이 없어 수사가 혼선에 빠진 기억이 있다"며 "일부 피묻은 발자국이 있었지만 완전한 형태가 아니어서 단서로는 부족했다"고 밝혔다.

결국 수사를 원점으로 되돌린 경찰은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숨진 부부가 저항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 경찰은 "왕씨가 숨진 주변에 개봉된 약봉지와 알약이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볼 때 평소 복용하던 약을 먹으려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것은 아는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공격을 당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분류됐고, 경찰서 캐비닛에서 있는 당시 수사 서류 위에는 먼지만 쌓이고 있다.(최해민, 이재현,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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