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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열병식> 경제굴기 이어 군사굴기 '칼' 빼든 시진핑

송고시간2015-09-0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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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양회' 외교전략 폐기 수순…목표는 '국제질서 새판짜기'미중 패권경쟁 전방위 확대…동북아 군비경쟁도 촉발 가능성 정치권력 공고화, 당·군·정 개혁 동력·지지 확보 목적도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중국의 개혁개방 전도사 덩샤오핑(鄧小平)은 1980년 대 후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차기 지도자들에게 28자로 압축된 다음과 같은 외교책략을 전수했다.

'냉정관찰(冷靜觀察·냉정한 관찰), 광주여각(洸住黎脚·최전선을 튼튼히 함), 침착응부(沈着應付·침착한 부응), 선우수졸(善于守拙·우직한 행동), 절부당두(絶不當頭·절대 우두머리가 되지 않음),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림), 유소작위(有所作爲·해야할 일을 적극적으로 함)'

흔히 '도광양회·유소작위'로 불리는 이 외교방략은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 소련 해체 등으로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차세대 지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中열병식> 경제굴기 이어 군사굴기 '칼' 빼든 시진핑 - 2

그러나 3일 열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의 대열병식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체제를 거쳐 30년을 이어온 그같은 대외전략이 사실상 종 말을 맞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서 각종 전략 미사일과 원거리 전폭기 등 신형무기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 당국자들은 공개적인 기자회견에서 "(이번 열병식의 목적은)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을 지키겠다는 우리의 강력한 입장을 보여 주기 위한 것", "적대적인국가에 대한 위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이번 열병식은 신중국 성립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경절 외 열병식이다.

사실 시진핑 체제의 대외전략 노선이 기존 궤도를 벗어난 지는 한참 됐다.

2013년 발표된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이나 2014년 본격적으로 추진된 남중국해 대규모 인공섬 건설 등은 '도광양회' 노선에 비춰보면 생각하기 어려운 강수에 해당한다.

지난해 4월 이뤄진 시 주석의 첫 유럽순방은 중국이 대외전략을 얼마나 큰 폭으로 조정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자리였다.

당시 시 주석은 한 세기 전 중국을 강점했던 서방국가 지도자들 앞에서 "서방열강의 견고한 함선과 날카로운 대포 아래 노예가 되고 식민지가 된 역사적 비극"을 직설적으로 거론했다.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다"고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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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수십년 간 유지돼온 대외전략 노선의 키를 돌린걸까.

적잖은 전문가는 그 이유를 시 주석의 전략적 포부인 '국제질서 새판짜기'에서 찾는다. 이는 미중 간 신형대국관계, 신형군사관계 구축으로 압축된다.

신형대국관계란 시 주석이 2013년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안한 개념으로 충돌하지 말고, 상호이익을 존중하며, 공영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두 정상 모두 이 개념에 동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을 강조하며 주변 영토와 해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제약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중국은 미국이 자신들의 '아시아 주도권'을 인정해야한다는데 중점을 둔다.

중국의 열병식이 미국과의 군사적 패권 경쟁을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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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수개월 전 미국의 집요한 반대에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준비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국제경제질서 새판짜기'에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보면 또 하나의 대국(對局)에 포석을 둔 셈이다.

중국은 지난 5월 기존의 방어 중심 군사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작전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우주전략군' 운용 등을 시사하는 새로운 국방전략도 발표했다.

최근 20여 년 만에 제정된 '국가안전법'은 우주, 심해, 극지방 등에 대한 이권 수호도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군사적 굴기는 결국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집단자위권 확대 등을 통해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내년도에 역대 최고 규모의 예산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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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vs 중러' 간 대결 구도도 열병식을 계기로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열병식 무대에서 양국 관계를 더욱 격상시키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중국의 참석 요청을 거부하며 열병식 목적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번 열병식은 내부 정치적 목적도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취임 이래 전방위적인 반부패 캠페인과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등을 통해 정치, 군사적 장악력을 높여온 시 주석이 이번 열병식에서 1인 권력 체제를 더욱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한때 일부 중화권 매체 사이에서 열병식에 장쩌민·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등 원로들이 불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이유다.

한 관측통은 시 주석이 이례적인 열병식을 열게 된 배경에는 점점 반발력이 커지고 있는 사회, 정치(공산당 개혁), 경제 개혁에 대한 동력과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 깔렸다고 해석했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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