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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적 외교 첫발…中 대북압박 지나친 기대는 말아야"

송고시간2015-09-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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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중국 항일 전승기념 행사 참석을 계기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동북아의 전통적 '진영외교'에서 탈피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외교 전문가들은 3일 이번 방중의 성과 및 의미에 대해 "이전에 비해 자주적 외교를 할 수 있는 첫발"이자 "주도적 방향으로 기조를 바꾼 것"이라며 대체로 긍정적 점수를 줬다.

그러나 가까워진 한중관계를 바탕으로 중국에 한층 강화된 대북 압박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내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희망적 기대는 삼가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이전에는 한국이 정확한 입장이나 국가목표를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 입장을 먼저 표명하고 미중과 서로 이해관계의 차이를 협상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 비해 자주적 외교를 할수 있는 첫발을 디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경쟁과 견제에서 협력과 발전을 추구하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데, 한미중 사이에서 협력을 강조한 한국의 역할이 경쟁·견제의 역할을 했던 일본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과제는 한중이 합의한 부분을 가지고 중국과 한국이 어떻게 미국을 설득시키느냐다. 한중의 협력이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10월 10일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북한이 도발하게 되면 한국이 내세울 중국의 역할론이 무용론이 된다. 그런 점에서 10월 10일이 한중 협력의 고비가 될 것이다.

8부 능선을 넘은 한중일 정상회의를 실현하기 위해 중일관계가 너무 감정적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한중 협력이 남북간 대화를 더 증진하는 역할을 하도록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도 알려야 한다.

북한은 중국에 대해 여전히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다. 오늘 열병식에서 정상급 대표단이 아님에도 최룡해 당 비서가 맨 앞줄에 앉았는데, 이는 방중 직전에 나타났던 북중 간 관계개선 신호의 연장선이다. 어느 한계가 지나면 중국이 한국이 바라는 대로 북한을 다루지 않을 것이다. 희망적 기대는 삼가고 여전히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이번 전승절 참석으로) 지난해 말부터 일본 안보법제 개정 등과 함께 신냉전 분위기로 흐르던 분위기가 한번 꺾였다. 한미일 3각 협력을 추진하려던 미국이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에 압박을 주는 형국이었는데, 이번 전승절 참석으로 그 압박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승절 행사는 '한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계속 강조하는 등 중국이 (행사) 성격을 중화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해 왔다. 한중일 정상회의에 합의하게 되면서 여기에 우리나라가 일조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인민해방군 병력 30만명을 감축한다는 선언 등과 합쳐져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국이 우리편이 돼 북한을 압박한다는 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 한미가 중국의 레버리지를 이용해 북한을 압박하는 지금까지의 방향으로 가면 일을 오히려 그르칠 수 있다. 그런 점에 주의만 한다면 (전승절 참석이) 외교적 공간을 넓힐 좋은 계기가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도적 위치에서 자신감을 갖고 계속 이니셔티브를 사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선이 1년 남은 미국의 정치 일정상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이니셔티브를 쥐기는 어렵다. 미국이 싫어할 수도 있다는 자기검열 없이 좀더 자신감 있는 외교를 해나가도 될 것으로 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동북아 지역에서 우리가 외교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기본 기조를 바꿨다고 할 수 있다. 이 기조로 계속 가야 한다. 진영외교를 넘어서, 동북아의 평화 공존을 향해 좀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주도해나갈 소명이 생긴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샌드위치'가 될 수 있다.

원칙보다는 실리적으로 국익을 추구하는 유연성과 탄력성이 필요하다.

중일관계에서도 좀더 적극적인 중재자, 평화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하고 미중간에도 너무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야 한다. 북한의 대남도발 억제라는 측면에서는 한미동맹을 튼튼히 가져가되 한미동맹이 '반중동맹'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 대해서도 너무 원리주의적인 원칙에 입각하기보다 실리적으로 회담은 하면서 잘못된 행태는 계속 지적해 나가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본다.

북핵 문제에서도 압박 일변도로 해결하기보다는 서로의 안보 딜레마를 고려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중국에 대북 압박을 요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미국, 중국에게 자꾸 요구하기보다 능동적으로 '우리의 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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