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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관계, 한중관계 '도약' 반작용으로 지속 악화 전망(종합)

송고시간2015-09-0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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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성루 오른 박 대통령 지켜본 김정은 불쾌했을 듯" 당창건 70주년 앞둔 북한 도발 여부 북중관계 좌우할 듯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임은진 기자 =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의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계기로 냉각기를 달리고 있는 북중관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최룡해 비서는 3일 열병식이 끝난 뒤 이어진 오찬 리셉션에 참석한 후 오후 평양으로 돌아갔고, 시 주석과의 단독 면담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빈손으로 돌아간 최 비서의 방중으로 현재의 '껄끄러운' 북중관계가 당장 해빙기로 접어들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으로 한중관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북중관계 진전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3일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을 지켜봤다.

61년 전 김일성 주석과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한국전쟁 휴전 직후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국임을 과시했지만 이 혈맹관계가 완전히 바뀌게 됐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심기가 상당히 불편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전날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향해 한 목소리를 냈다.

'8·25 합의'를 이행하고, 오는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추가 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 메시지였다.

북한의 불편한 심기는 박 대통령이 중국 열병식에 참석해 주가를 한층 높이던 이날 그대로 표출됐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한중 정상회담이 있은 지 불과 하루만에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한 발언을 언급하며 "극히 무엄하다", "언행을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비난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특히 "중국 측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줘 감사하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그 누구의 '건설적 역할'까지 운운"이라고 지적하며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정은 체제와 시진핑 체제에서 북중관계가 악화된 결정적 계기는 시 주석의 선(先) 방한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과시된 한중관계의 반작용으로 북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전승절 행사를 통해 한중 정상의 새로운 유대를 지켜보는 북한 지도부의 속내는 매우 불쾌했을 것"이라며 "현재의 껄그러운 북중관계가 더욱 지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 단계에서 북중 최고지도자 사이의 감정적 앙금으로 정상적인 관계로 가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북중간 고위급 상호 교류 방문이 복원되지 않으면 불편한 관계는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룡해 비서의 열병식 참석으로 북중관계의 경색국면이 지속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비서가 시 주석을 끝내 단독 면담하지 못했지만, 2013년 5월 방중 이후 중단된 고위급 방중이라는 점에서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행보라는 것이다.

북중관계의 악화로 작년 7월 정전협정 기념일에도 중국을 외면했던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기념일에는 중국인민지원군의 한국전쟁 참전에 경의를 표한데 이어 참전 열사묘에 화환을 보냈다.

또 비록 이번 행사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최측근 중 한사람인 최룡해 비서를 보냄으로써 나름 성의를 표시했다.

중국 역시 최룡해 비서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국가수반 급에 포함시키며 나름 최선을 다해 대우했다고 할 수 있다.

최 비서가 이날 열병식에서 시 주석의 오른편 맨 끝자리, 즉 국가수반들이 서있던 첫 줄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예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룡해 비서가 맨 끝에 선 것은 푸대접을 받아서가 아니고 다른 나라와 달리 국가수반이 아니어서, 격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자리 배석을 두고 북중관계를 진단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중국이 최룡해 비서의 방중에 대한 답례로 내달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중국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경우 북중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김용현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북중관계는 점진적으로 좋아지거나 최소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최룡해의 방중에 대한 답으로 고위급 인사를 북한에 보내면 북중관계 개선의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나아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북중관계는 현재의 경색 국면을 넘어 장기적 악화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chsy@yna.co.kr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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