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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켈레티역 다시 난민촌으로…열차운행 중단(종합2보)

송고시간2015-09-0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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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캠프행 열차만 운행…난민들 "노 캠프" 외치며 하차 거부헝가리 총리 "난민은 무슬림, 유럽의 기독교 정체성 지킬 것"

(부다페트스=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이 3일(현지시간) 다시 난민촌으로 바뀌는 등 대혼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켈레티 역 출입구를 개방했지만 철도당국은 국제선 운행을 무기한 중단해 역사 안에는 발이 묶인 난민들로 가득찼다.

이날 켈레티 역에서 사흘만에 난민들이 탄 기차가 출발했지만 부다페스트 외곽의 난민캠프 앞에서 정차하자 수용되기를 거부하는 난민들과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켈레티 역 다시 난민촌으로…서유럽행 열차편 무기한 중단

켈레티 역 광장과 지하철 역사에서 노숙한 난민 3천여명은 이날 오전 8시20분께 역 출입구를 막고 있던 경찰이 철수하자 서유럽행 기차를 타려고 일제히 역사로 몰려들었다.

역에 정차한 기차에는 난민들이 서로 먼저 올라타려고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난민들은 어린 아이를 열린 창문 틈으로 밀어넣기도 했다.

그러나 철도당국은 켈레티 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은 철도운행의 안전상의 이유로 무기한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내방송에서 "8번 트랙의 기차는 출발하지 않습니다. 기차에서 내려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거듭 안내했지만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대다수 난민들은 열차에 남아있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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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 전광판에는 "부다페스트발 서유럽행 열차편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모두 운행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영어와 헝가리어로 공지됐다.

난민들은 열차운행이 중단되자 역사 곳곳에 자리를 펴고 앉거나 누워 역사 안까지 난민 노숙촌으로 바뀌었다.

한 난민 어린이는 기차 출입구에서 "살기 위해서 독일로 가야 한다"는 영어 문장을 쓴 종이를 기자들에게 들어 보였다.

경찰은 난민들이 선로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플랫폼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달 31일 독일 등 서유럽으로 가려는 중동 난민들의 기차 탑승을 사실상 방조했다가 하루 만에 여권과 비자를 소지한 이민자에게만 개방하기로 방침을 뒤집어 사흘째 난민들의 기차 탑승을 막고 있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에서 온 난민 대다수는 여권이나 비자가 없어 독일행 기차를 타지 못하고 지난 1일부터 역 인근에서 노숙해왔다.

난민 수백명은 이날도 역 앞 광장에서 '독일'과 '자유'를 외치며 기차 탑승을 허용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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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캠프행 모르고 열차 탄 난민들 "노 캠프" 하차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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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찰의 철수로 난민 수백명은 한 기차에 탑승했으며, 국제선 운행은 중단됐다는 공지에도 혼란 속에서 내리지 않았으며 이 기차는 켈레티 역을 출발했다.

사흘만에 난민들이 탑승한 기차가 출발하자 난민들은 오스트리아로 갈 수 있다는 기대에 흥분했지만 이 기차는 1시간 거리인 비츠케 역에서 정차했다.

AP 통신은 진압경찰 수십명이 공식 난민캠프가 있는 비츠케 역에서 기차를 세우고 난민들을 난민캠프에 수용하려 하자 난민들과 충돌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난민캠프로 가는 기차라는 사실을 모르고 탔던 난민들은 "노 캠프"라고 외치며 하차를 거부했다.

일부 난민은 경찰에 붙잡히지 않으려고 선로를 따라 도망치기도 했으며 한 가족은 선로에 내려서 취재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분노한 한 남성은 아내와 어린 아이를 선로에 던지고 자해하다가 경찰에 체포됐으며, 난민들은 경찰이 건네는 생수병에 약물을 탔을 거라고 의심하며 경찰에 다시 던지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경찰이 비츠케 역을 '작전 지역'으로 선포했다며 취재진에게 역사에서 떠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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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날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난민 문제를 논의하고서 중동 난민들의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의 정체성은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이민자들은 대부분 기독교도가 아닌 무슬림이라며 유럽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방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겨냥해 "헝가리 국민은 두려워하고 있다. 유럽 국민들도 두려워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총리 중에서 이 상황을 통제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족주의를 내세운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3일부터 설치하기 시작한 헝가리와 세르비아의 국경 175㎞ 전 구간에 높이 3.5m의 철조망 건설을 서둘러 끝내라고 지시하는 등 불법 이민자에 강경한 정책을 펴고 있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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