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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난민의 '소리없는 비명' 세상에 알린 29세 여기자(종합)

송고시간2015-09-0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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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류페르 데미르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사진을 찍는 것뿐이었다"서방언론, '네이팜탄 소녀'·'독수리와 소녀' 등 역사적 사진과 비교

'쿠르디'의 주검
'쿠르디'의 주검


(AP/DHA=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터키의 보드룸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왼쪽)의 죽음에 대해 한 터키 경찰관이 조사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떠나온 쿠르디 등 난민 일행은 터키에서 소형보트에 몸을 싣고 2일 그리스 코스섬을 향해 떠났다가 보드룸 해변 인근 아크야라 지역에서 배가 뒤집혀 변을 당했다. 이 사고로 쿠르디의 5살된 형갈립과 엄마도 함께 숨졌다.
bulls@yna.co.kr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김경윤 기자 = "그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더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사진을 찍어서 세상에 알리는 것뿐이었다."

꼬마 난민의 '소리없는 비명' 세상에 알린 29세 여기자(종합) - 2

'네이팜 소녀' 벌써 43년…사진 속 꼬마는 중년
'네이팜 소녀' 벌써 43년…사진 속 꼬마는 중년

(트랑방<베트남> AP=연합뉴스) 1972년 6월 8일 베트남 트랑방에서 네이팜탄 폭격으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울부짖으며 벌거벗은 몸으로 거리를 내달리는 소녀의 사진 한장으로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며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당시 AP통신 기자 후잉 콩 우트(왼쪽)와 사진 속의 또 다른 주인공 호 반 봉(52)이 43년의 세월이 흐른 8일(현지시간) 트랑방 현장을 찾아 역사적 사진을 들고 감회에 젖어 있다.
marshal@yna.co.kr

Ho Van Bon, 52, right, points at himself in the iconic 'Napalm girl' photo taken by the Pulitzer winning photographer Nick Ut, left, 43 years ago on Monday, June 8, 2015 in Trang Bang, Vietnam. Ut returned Monday to the location of his iconic photo with a tool from an entirely different era, a 4-ounce iPhone 5 equipped with the ability to send photos to the world in the blink of a digital eye. (AP Photo/Na Son Nguyen).

세 살배기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마지막 모습을 촬영해 난민의 지구촌을 울린 29세 여성 사진기자 닐류페르 데미르는 4일(현지시간) CNN 투르크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10대 시절부터 터키 민영뉴스통신사인 도안통신에서 사진기자로 일해온 데미르는 최근 몇 달째 난민 문제에 관심을 두고 취재해왔다.

지난 2일에도 파키스탄 난민들이 그리스 섬으로 가는 장면을 취재하려 해변을 찾았다. 이곳에서 쿠르디의 주검과 맞닥뜨렸다.

베트남전 알몸소녀의 절규
베트남전 알몸소녀의 절규

1972년 베트남전 당시 미군 폭격기가 투하한 네이팜탄이 사이공 인근 마을에 떨어져 얼굴을 제외한 전신 65%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9살 킴푹이 옷에 불이 붙자 이를 벗어던지고 울부짖으며 거리로 뛰쳐나오는 장면. (AP=연합뉴스)

FILE - In this June 8, 1972 file photo, 9-year-old Kim Phuc, center, runs down Route 1 near Trang Bang, Vietnam after an aerial napalm attack. The war ended on April 30, 1975, with the fall of Saigon, now known as Ho Chi Minh City, to communist troops from the north. (AP Photo/Nick Ut, File)

데미르는 "쿠르디를 본 순간 겁에 질렸다"며 "3살 된 쿠르디는 얼굴을 모래톱에 대고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을 찍는 것이 '쿠르디의 침묵하는 몸이 지르는 비명'을 표현할 유일한 방법이었다며 "충격적이고 슬펐지만 이 비극을 알리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쿠르디의 시신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형 갈립(5)의 시신이 있었고 이어 다른 난민 아이들도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구명조끼나 튜브 하나 없는 맨몸이었다고 데미르는 설명했다

데미르가 찍은 사진은 순식간에 페이스북과 언론을 타고 전해지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영상 기사 '꼬마 난민' 죽음 알려 세상 바꾼 29세 여기자
'꼬마 난민' 죽음 알려 세상 바꾼 29세 여기자

그간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입장은 보이던 유럽 각국이 반성의 목소리를 냈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시리아 내전 사태도 주목을 받았다.

데미르는 쿠르디의 사진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소감을 묻자 "2003년부터 이 지역에서 수많은 난민 사고를 목격하고 촬영했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비극…오늘부터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방 언론들은 데미르의 보도를 과거 역사를 바꾼 사진들에 비교하며 그를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는 1972년 네이팜탄 폭격으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알몸으로 거래를 내달린 베트남 소녀 킴 푹의 사진이 미국 반전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면, 쿠르디의 사진이 이번 난민 사태에 유사한 수준의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소셜미디어에서 쿠르디의 사진이 1993년 수단에서 촬영돼 퓰리처상을 수상한 '독수리와 소녀'(굶주린 소녀를 독수리가 노려보는 사진)에 비교되고 있다며 사진기자 데미르를 주목했다.

justdust@yna.co.kr,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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