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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개나리언덕' 개발 논란…소설가 김영하 가세

송고시간2015-09-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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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가 숲 파괴"…구청 불허했지만 업체 행정심판 이겨 추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한혜원 기자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빌라 공사 현장을 두고 난개발 의혹이 제기돼 주민들과 개발업체, 구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

유명 소설가까지 가세하면서 이 문제는 난개발인지 도시개발인지를 둘러싼 사회갈등과 소통, 환경 문제로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5일 서울 서대문구와 주민 등에 따르면 갈등은 연희동 궁동산, 일명 '개나리 언덕'으로 불리는 곳에서 빌라 공사 허가가 나면서 시작됐다.

이곳은 원래 개발을 할 수 없는 비오톱 1등급(생태환경지구) 지역이었다.

비오톱(biotope)은 '생물군집 서식공간'을 말한다. 그리스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비오스(bios)와 땅·영역을 뜻하는 토포스(topos)가 결합된 용어다.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생활공동체를 이룬 현장을 가리킨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조례에 따라 지역별로 비오톱을 지정하고 보전가치 등급을 매겨 관리하고 있다.

최근 이 지역의 나무들이 죽는 등 산림이 훼손돼 서울시는 2013년 비오톱 등급을 낮췄다. 그러자 땅 주인인 개발업체는 지난해 빌라 개발행위 허가를 신청했다.

서대문구 도시계획심사위원회에서 허가가 부결됐지만 업체는 상급기관인 서울시에 행정심판을 제기해 이겼다.

결국 구청측은 행정심판 결과를 받아들여 올해 2월 개발을 허가했고 업체는 빌라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업체가 제초제를 뿌린 것 아니냐는 의혹 등 산림 훼손 원인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주민협의회를 구성해 개발 저지에 나섰다.

소설가 김영하(47).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설가 김영하(47). (연합뉴스 자료사진)

3월부터 시작됐던 개발업체, 구청과 주민들의 갈등은 최근 유명 소설가 김영하(47) 씨가 가세하면서 더욱 외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씨는 이상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등 많은 상을 받았고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오빠가 돌아왔다', '살인자의 기억법' 등 베스트셀러를 가진 작가다.

방송 진행과 토크 콘서트, 각종 초청 강연 등 문단 밖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동조 의사를 밝혔다.

그는 부산에서 지내다 7월말 개나리언덕 근처로 집필실을 마련해 이사했다.

김씨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사 현장 사진과 함께 "한 아름다운 숲과 언덕이 어떻게 이토록 무지막지하게 파괴되고 있는지 한 번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김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처음에는 이 문제에 별로 개입하고 싶지 않았는데 저희 집 앞에서 공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졌다"며 "굴착기가 들어와 집 앞 살구나무를 한 번에 쓰러뜨리는 걸 보고는 싸워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진달래, 개나리가 피던 울창한 숲을 개발업체가 10년 동안 서서히 파괴하는 방법으로 개발 가능한 땅으로 만든 것"이라며 "지금은 빌라가 들어서기 전 임야를 대지로 바꾸는 단계에 있는데 이 과정에서 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철길을 공원으로 조성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도 처음에는 두 사람 정도가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었다"며 8일까지 주민 시위장에 자리를 마련하고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후에도 독서 모임과 산책 운동 등으로 주민과 계속 소통하고 문제를 알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 관계자는 "구 입장에서는 행정심판 결과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면서 "행정심판에 불복하더라도 승소한 사례가 없었던 만큼 개발을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zitrone@yna.co.kr,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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